- 일시 : 3월 14일 오후 7시
- 장소 : 동아일보 서울 충정로사옥 6층 회의실
- 대담 : 이준석 새누리당 서울 노원병 후보·前 비상대책위원
-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 전략기획본부장
- 진행·정리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이철희(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 전략기획본부장)
“야당은 정부 무능 지적 말고, 자신들의 유능부터 증명해야“
이준석(새누리당 서울 노원병 후보·前 비상대책위원)
국민을 대표해 입법권을 행사할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일은 대한민국 주권자이자 유권자인 국민이 4년 만에 주인 노릇을 하는 날이다. 각 당 공천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20대 총선의 향배가 어떻게 될지, 각 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어떤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 등 ‘주간동아’는 국민의 선택을 돕고자 여야 전략통 인사를 초청, 총선 특집 대담을 마련했다. 새누리당은 선거대책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과 혁신위원장을 지내고 20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는 이준석 후보를 대담자로 초청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에서는 총선기획단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은 이철희 본부장이 대담자로 나섰다. 두 사람은 정계 입문 전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에서 대담자로 호흡을 맞춘 바 있어 총선 대담 맞수로 적격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편집자 주〉
사회 : 공천은 소속 정당의 대표선수를 선발한다는 의미가 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각 당의 공천에 대해 평가한다면.
상향식 공천이란 원칙을 순수하게 지켜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렇지만 몇몇 지역구에서 실시한 상향식 공천 결과를 보며 ‘(상향식 공천이) 의정활동 모습을 크게 바꿀 수 있겠다’는 희망을 봤다.
사회 : 어떤 점에서 희망적이라는 건가.
막말을 하거나 당리당략을 위해 ‘오버’했다는 지적을 받은 분들이 경선에서 대부분 떨어졌다. 민심이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
사회 : 더민주당은 친노(친노무현)계 좌장인 이해찬 의원을 컷오프했다(대담은 이해찬 의원 컷오프가 결정된 직후인 3월 14일 저녁에 이뤄졌다).
김종인 대표 체제에서 이뤄진 공천이 예상보다 파격적인 것은 분명하다. 특정 그룹의 상징적인 인사를 공천에서 배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뚜렷한 명분이 없으면 지지층의 상당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 같은 공천을) 결행한 것은 더민주당의 인적 구성을 새정치민주연합과 다르게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적쇄신으로 야기된 지지층 내부의 분란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당의 과제로 남았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활동 당시 경험에 비춰보면 김종인 대표의 개혁 의지, 물갈이 의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에서 (김 대표는) 회의 때마다 ‘(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을 공천하면 안 된다’ ‘(이 의원을) 낙천시켜야 이명박 정부와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원 신분이던 그때는 뜻을 관철하지 못해 결국 총선 전 (비대위원을) 사퇴했다. 현재는 (비상대책위원장 대표 겸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비상대권을 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더 강한 칼을 휘두르고 있는 것 아닌가.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컷오프했는데, 경쟁력 있는 사람을 내보내 수성(守成)에 성공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지만, 특정인을 배제해 지역구를 내주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느낌상 친노가 칼을 갈고 있다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드러나는데….
내가 공천에 개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김 대표가 평소 얘기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추론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이해찬 전 총리와 정청래 의원이 해온 구실과 상징성, 지지층의 신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분들의 헌신을 높게 평가한다. 다만 김 대표는 ‘더민주당이 현재는 마이너리티(소수)인데, 메이저(다수)가 되려면 덧셈정치가 필요하다. 어떻게 덧셈정치를 할 거냐’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패로 이탈한 중산층과 중도층이 상당한데 이분들을 어떻게 지지층으로 끌어올 거냐’ 이 두 지점을 확장의 키포인트로 보는 듯하다. 지지층을 확장하는 것 못지않게 기존 지지층이 이탈하지 않도록 내부를 단속하는 일도 중요하다. (공천 이후) 기존 지지층을 어떻게 위무하느냐가 김 대표에게 주어진 숙제라 할 수 있다. 김 대표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가 총선에서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사회 : 새누리당은 공천과정에서 살생부 파문, 여론조사 결과 유출 논란, 윤상현 의원의 막말 등 내부 분란이 어느 때보다 극심했다.
19대에 비해 20대 총선 공천에서는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가 가장 큰 위협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당 지도부가 오너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새누리당 공천은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로 엉망이었다. 공천이 아니라 공투(공천투쟁)였다. 야권분열로 ‘대세에 지장 없다’는 인식 때문인지, 온통 집안싸움에만 몰두했다. 공천과 관련해 인물 영입과 지역구 공천이란 두 라운드가 지났다. 두 라운드 모두 새누리당보다 더민주당이 잘했다. 그럼에도 전체 판세는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자신감은 야권이 분열됐다는 점과 지지층의 강한 결집력, 그리고 높은 투표율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콘크리트 지지층? 이젠 옛말
사회 : 여당 지지층이 결집력이 좋고 투표율도 높다는 데 동의하나.과거에 비해 여당 프리미엄이 크지 않다.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여권 지지층에도 변화가 생겼다. 여당이 평균 40% 지지율을 유지하려면 수도권에서 40% 지지율을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지지율이 높은 영남과 상대적으로 저조한 호남 지지율을 섞어 평균 40%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수도권에서 서울 강남 등 일부를 제외하면 30%대 중반, 몇몇 지역구는 30%대 초반까지 (지지율이) 떨어지기도 했다. 야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할 만한 보수 대결집이 일어나는 상황도 아니다. 더욱이 19대 총선에서 여당이 주도했던 경제 프레임을 이번에는 김종인 대표가 경제 분야에서 국민적 분노를 조직하려 한다. 개인적으로 약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총선이 박근혜 대 김종인 선거로 대비되고 있다. 대통령선거(대선) 전 치르는 총선의 일반적 문법은 유력한 차기주자끼리 대결하는 구도를 띠는 게 보통이다. 여당 차기주자 누구 대 김종인, 아니면 차기주자 누구 대 문재인 식으로. 그런데 이번 총선은 양당 모두 대선주자가 물러나 있다. 여당은 박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있고, 야당은 현재로서는 대선주자로 분류되지 않는 김종인 대표가 앞에 서 있다. 우리가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 박 대통령이 지나치게 정치에 몰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자나 깨나 정치에 몰입하는 데 비해, 김 대표는 경제문제로 노심초사하는 사람으로 대중에게 각인돼 있다. 정치에 몰두한 대통령과 경제에 집중하는 김종인의 대결구도는 해볼 만하다.
야당이 총선 대표 공약으로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현재는 20만 원)는 안을 들고 나왔는데, 6조 원 이상 추가 재원 대책이 뒤따라야 실행 가능한 일이다. 고장 난 라디오처럼 또다시 ‘부자 증세로 가능하다’고 얘기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증세 등 재정정책을 놓고 정책 경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여야가 각자 원하는 복지정책은 무엇이고, 그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어떤 재원 마련을 구상하고 있는지 터놓고 얘기하다 보면 증세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과거 반값등록금 문제가 이슈로 등장했을 때 명목등록금 인하와 단계적 인하 방안으로 여야가 나뉘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않았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증세 등에 대해 이번 기회에 논의하는 것도….
사회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했다 ‘배신자’로 낙인찍혔는데, 새누리당 후보인 이 후보가 ‘필요하다면 총선에서 여야가 증세를 두고 논의해보자’고 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큰 얘기 아닌가.
증세하지 않겠다, 세율 올리지 않겠다고 얘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국민은 이미 국가 재정이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2년 전에는 (증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지만, 야당이 반대하면서 꼬였다.
여당의 집중 공략 포인트
야당 탓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세금 안 내는 사람이 50% 가까운 현실에서 1만 원이라도 세금을 내게 해 세원을 넓히자는 데는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세제는 형평성과 공평성이 핵심이다. 나도 1만 원 더 낼 테니, 나보다 많이 버는 사람은 더 많이 내도록 해야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배고픈 게 문제가 아니라 배 아픈 게 문제라는 얘기도 있지 않나. 부자 증세는 형평과 공평의 문제다. 법인세 깎아줬는데 투자 안 하더라. 그러니 접근을 달리해보자는 것이다. 소득세 구간을 하나 더 높이자는 것도 얼마든지 얘기해볼 수 있는 문제다. 국민 전체 세금을 높이지 않고 소득이 많은 사람, 자산이 많은 사람이 더 낼 수 있게 하자는 뜻인데, 그것은 손톱만큼도 고치지 않으려 한다. 복지 공약에 대해 ‘포퓰리즘 아니냐, 재원은 어떻게 할 거냐’는 지적은 타당하다. 그런데 예산은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국정운영을 어떤 기조로 할지를 미리 정해놓고 어디서 얼마를 뺄 것인지를 고민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돼 새 정부가 국정기조를 바꾸면 토론을 통해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가 비슷한 비율로 우리나라 재정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부자 증세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으로 더 걷을 수 있는 세수는 3000억 원에서 6000억 원밖에 안 된다. 그 정도로는 6조 원이 넘는 기초연금 증가분을 감당할 수 없다. 기초연금 증가분의 20분의 1, 또는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재정 추계로는 (기초연금 30만 원으로 인상) 공약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조세개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기초연금 인상을 위해 야당이 어떤 세목을 얼마나 올리느냐가 여당의 집중 공략 포인트가 될 것이다.
세금 이슈, 경제 이슈가 총선 쟁점이 되는 것은 좋다.
경제 이슈는 둘로 봐야 한다. 분배 이슈도 있지만, 성장 프레임에 더 많은 국민이 공감한다.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려면 무엇보다 규제를 푸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회 : 박 대통령은 암덩어리 같은 규제를 풀겠다고 했는데, 아직 뚜렷한 진전이 없어 보인다.
규제 완화를 유능하게 풀어내려면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 노릇을 다해야 한다. 행정권을 잘 발휘해 나라살림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도통 (행정에) 관심이 없고 정치에 ‘올인’하니까 공무원들이 업무보고 때만 반짝 하겠다 보고해놓고,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니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이다.
사회 : 대통령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제때 처리해주지 않아 그렇다고 하는데.
문제 많은 테러방지법도 국가 비상사태라고 직권상정해서 처리하지 않았나. 지금까지 안 된 것 하나 없는데 왜 국회 핑계를 대나. (정부의) 치명적 무능 때문에 일이 안 되는 것이다. 이 점을 시인해야 남은 임기 2년이 정상화된다. 공무원 탓만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정부를 견제해야 할 여당은 납작 엎드려 있다. 대한민국 혼란의 본질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박근혜 정부를 무능하다고 하는데, 야당은 자신들의 유능부터 증명해야 한다. 대안 세력과 수권정당으로서의 능력은 보여주지 못하면서 정부만 무능하다고 비판하는 야당을 국민이 지지하겠나. 증세에 대해서도, 안보에 대해서도 야당은 아직 명쾌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안하무인이 된 것은 선거에서 노상 이겨왔기 때문이다. 무슨 잘못을 해도 선거에서 이긴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또 이기면 선거여왕이다, 뭐다 하면서 국정은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우려가 있다. 대통령이 정치에 올인해 내년 대선을 치르려 하고, 대선 이후를 준비하느라 시간을 허비할지 모른다. 박 대통령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들도 이번 총선에서는 정신이 번쩍 들게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야당이 다수당이 됐을 경우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더 크다. 남은 2년 동안 국정을 마비시키는 것 아니냐고 받아들이는 분이 많다.
사회 : 야권연대는 이제 물 건너 간 것인가.
야권이 분열된 것은 현실이지만, 더민주당은 야권연대를 외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먼저 변하는 것, 우리가 먼저 혁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 할 일은 안 하고 선거 때만 되면 기계적으로 연대하자고 했던 행태를 이번에는 되풀이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국민이 ‘힘이 부족하니 손잡으라’고 요구하는, 그런 연대 순간이 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얼마나 변하려 노력하느냐, 그래서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느냐에 더 집중해야 할 때다. 자강(自强)이 먼저다.
야권연대에는 정당들이 서로 손잡고 지역구 나눠주기를 하든가, 아니면 세가 약한 쪽을 무력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더민주당은 국민의당을 흔들어 지리멸렬하게 만드는 후자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연대로 수도권에서 역풍을 맞는 것보다 더민주당이 (야권)연대 없이 선거를 치르려는 전략도 나쁜 것은 아니다. 국민의당으로 인한 득표율 손실은 19대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보다 약할 수 있다고 본다.
사회 : 야권연대 성사 가능성이 현재까지 희박하다면, 앞으로 총선에서 여야 승패를 가를 핵심 이슈는 뭐가 되리라 보나.
여야가 어떤 정책으로 대결하느냐가 되지 않을까. 사회경제적 복지 이슈를 만들어 쟁점이 형성되면 야당이 이기고, 못 만들어내면 새누리당이 이길 것이다.
과거에는 새누리당이 이슈를 선점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당의 이슈 주도력이 약해졌다. 공천이 완료되면 정책 이슈를 주도해야 할 텐데….
사회 : 이준석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대선주자급인 안철수 후보와 맞붙게 됐다. 현장에서 직접 뛰어보니 어떤가.
새누리당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가장 강력한 국민의당 후보와 맞붙는 특이한 전장에서 뛰고 있다. 새누리당이 서울, 특히 강북지역 선거를 몇 년 동안 방치한 느낌이다. 승리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하더라. 여당이 할 수 있는, 지역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공약과 의지로 돌파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