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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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남자

컴퍼스와 곡자를 든 창조의 신

‘복희여와도’

  • 황규성 미술사가·에이치 큐브 대표

    입력2016-02-23 1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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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희(伏羲)라는 남자 신과 여와(女)라는 여자 신을 그린 이 그림은, 고대인의 전통적인 우주관과 천지창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크기는 세로 189cm, 가로 79cm로 거의 등신 비율입니다. 남자 신 복희와 여자 신 여와가 서로 마주 보고 있지요. 마(麻) 소재 위에 그린 그림이라 바탕은 약간 누런색을 띠고, 그림 가장자리에 구멍이 나거나 해진 상태입니다.
    관람자 위치에서 왼쪽은 여자 얼굴을 한 여와가, 오른쪽에는 남자 얼굴을 한 복희가 있습니다. 복희와 여와는 상반신이 분리돼 있지만 하반신은 뱀처럼 서로 꼬여 있습니다. 두 신은 검은 머리카락을 정수리 위로 올려 묶고 붉은색 상의를 입고 있는데, 한쪽 어깨를 껴안으며 하나의 치마를 입고 있습니다. 흰색과 붉은색이 교차된 치마 아래로 마치 DNA의 이중나선구조처럼 꼬여서 합체된 하반신이 드러납니다.
    여와는 오른손을 90도 각도로 올린 후 날카로운 컴퍼스를 들고 있습니다. 복희 역시 왼손에 ㄱ자형 자를 들고 여와와 좌우 대칭 구도를 이룹니다. 복희와 여와의 위에는 태양과 별, 아래쪽에는 달과 별이 그려 있습니다. 태양과 달의 내부는 부챗살 모양으로 묘사돼 있고 그 주위에 구슬 무늬 같은 별이 그려 있습니다. 이를 통해 두 신이 컴퍼스와 자를 가지고 함께 천지를 창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복희여와도’는 한나라 때 화상석(畵像石·돌무덤이나 기둥, 벽 등에 장식용으로 새기는 것)용으로 많이 제작됐습니다. 초기에는 복희와 여와가 각각 떨어져 있거나, 꼬리로 표현된 끝 부분만 결합돼 있었습니다. 후대로 내려오면서 상반신이 점점 더 가까워지더니 나중에는 두 신의 하반신이 하나로 연결됩니다. 또한 한대 화상석에서는 그림 상단부에 복희와 여와가 각각 해와 달을 손으로 받쳐 들고 있는 형태로 그려졌는데, 이후 해와 달은 그림 상단과

    하단으로 완전히 분리됩니다. 따라서 해와 달을 받치던 손은 복희와 여와가 서로 어깨동무하는 형태로 변하거나 완전히 결합된 모습으로 변모합니다.
    특이한 것은, 여와의 어깨 밑으로 드리워진 검은색 원형입니다. 혹자는 잘린 머리라고도 합니다. 그리스 신화의 메두사처럼 은하의 북극 방향을 향하고 있는 ‘형천’의 잘린 머리라는 것입니다. 그림 상하좌우에는 해와 달을 비롯해 다양한 별자리가 표현돼 있어 고대인의 우주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창조신인 이들이 서로 몸을 꼬고 있는 모습은 이를 통해 세상의 조화와 만물의 생성이 초래됨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죽은 자의 재생과 풍요를 기원하는 내세관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아스타나 지역에서 출토된 ‘복희여와도’는 대부분 비단에 그려 있으나, 이 유물은 마에 그린 드문 예에 속합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복희여와도’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비단 외 재질에도 그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그림은 이제까지 발견된 그 어떤 ‘복희여와도’보다 색상 대비가 선명하고, 세련된 묘사와 균형 잡힌 구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수작이라 할 만합니다. 중국이 아닌, 우리나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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