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이 서로 우애가 깊지만, 내가 세상을 떠난 후 재산을 놓고 행여나 의가 상할까 걱정이다. ‘유언대용신탁’ 등 방법을 고려하고 있는데, 절차가 복잡해 고민이다.”
급격한 고령화와 결혼·가족에 대한 가치관 변화로 가사·상속 관련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한평생 땀 흘려 기업을 키우거나 적잖은 재산을 일군 기업가, 자산가의 고민이 깊다. 유산을 둘러싼 자녀 간 법적 분쟁은 가족의 정리(情理)를 깰 뿐 아니라, 가산(家産)과 기업 경영권 행방마저 불투명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재산분할을 둘러싼 갈등으로 골머리를 썩는 이도 적잖다
전문가 50명, 국내 최대 규모 가사상속·자산관리팀
김앤장 법률사무소 가사상속·자산관리팀 소속 천지성·박민정·박재찬·은정민·곽윤경 변호사, 기상도 회계사, 성원제·윤여정·권태형·정병문·나희정 변호사, 이종광 회계사, 문준섭·김봉선·최재혁·한상호·김용상 변호사(왼쪽 앞부터 시계 방향으로). [홍태식]
‘주간동아’는 11월 29일 김앤장 가사상속·자산관리팀에서 활약하는 정병문 변호사(사법연수원 16기)와 최재혁 변호사(21기), 권태형 변호사(28기)를 만나 최근 가사상속 분쟁의 주된 이슈와 대응 방안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정 변호사는 대법원 조세팀 재판연구관·총괄연구관과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기업 지배구조·경영권 분쟁 및 상속·증여세 분야 전문가다. 서울가정법원, 수원지법, 울산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는 김앤장 합류 후 다수의 가사상속 사건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 권 변호사는 서울가정법원 가사소년전문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사상속 분쟁 분야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가사상속’과 ‘자산관리’라는 업무 영역을 원팀으로 구성한 배경은 무엇인가.
최재혁 변호사(이하 최) “김앤장 같은 대형 로펌은 기업 자문이나 송무 관련 업무를 주로 맡는다. 가사·상속 분야 고객도 상당수가 기업 오너나 경영인, 자산가다. 이에 따라 우리가 맡는 가사·상속 사건 대부분이 고객의 경영권이나 자산관리 문제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가령 기업 오너가 가업 승계 계획을 세운다고 치자. 주식 이전(移轉)이 기업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어떤 승계 방식을 택하는 게 세무적으로 유리한지, 이 과정에서 가족 간 분쟁 우려는 없는지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이 같은 입체적 대응을 위해선 고객이 당장 직면한 법적 문제의 해결뿐 아니라 세무 차원의 계획과 실제 상속·증여, 이후 세무조사 단계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불가분의 관계인 가사상속과 자산관리를 한데 묶어 통합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배경이다.”
“자산 승계 플랜, 말하기 어렵다고 미루면 큰 부작용”
정병문 변호사. [홍태식]
정병문 변호사(이하 정) “사전에 분쟁을 막을 수 있는 예방적 자산 승계 플랜과 실행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변호사뿐 아니라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같은 다양한 전문가의 종합적 접근이 있어야 하는데, 결국 김앤장처럼 규모 있는 로펌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최근 자산 승계 플랜을 세우고 자녀를 비롯한 가족에게 이를 공언하고 싶다며 자문을 구하는 고객이 적잖다. 이 경우 자산 승계 플랜을 세울 때 특정 상속인에게 유류분 부족액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언을 준비하는 등 방안을 조언하고 있다.”
당사자는 물론, 재산을 상속받을 자녀로선 피상속인의 사망을 전제로 한 ‘유언’을 입에 담기가 쉽지 않은데.
정 “물론이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가족 간 큰 분쟁이 생기거나 재산상 손해를 볼 수 있기에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가령 슬하에 자녀 3명을 둔 피상속인이 건물 3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치자. 이 경우 생전에 자식들에게 건물을 1채씩 나눠줄 것을 결정하고 법적 절차를 밟으면 된다. 문제는 이런 조치 없이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자녀들이 각 건물에 대해 각각 3분의 1 지분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자칫 어느 건물을 가질지를 놓고 자식 간 분쟁이 일어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교환할 때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하는 등 문제가 생긴다.”
최근 자산관리 전략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전 증여 및 상속, 유언대용신탁, 임의후견계약 등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이 늘었다는 게 김앤장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다만 아무리 미리 대비해도 기나긴 인생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은 있기 마련이다. 가령 60대에 재산 상속 계획을 일찌감치 세웠어도 여생을 보내며 생각이 바뀔 수 있고, 이혼·재혼으로 가사분쟁에 직면할 수도 있다. 최근 두드러지는 가사·상속 사건의 주된 이슈가 무엇인지 묻자 권태형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고령화에 따라 가족 간 상속 및 증여 관련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산 규모가 커지는 등 경제적 변화도 이 같은 추세를 부추긴다. 이혼과 재혼이 빈번해지면서 이와 관련된 재산 관련 분쟁이 늘어난 것도 최근 두드러진 특징이다. 세계화가 가사·상속 사건의 양상을 복잡다기하게 만든 점도 짚고 싶다. 자산가가 해외에 투자하거나 외국에 소재한 자산을 매입하는 경우가 적잖은 데다, 국제결혼도 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인 ‘부부 재산 약정’ 도입 검토해야”
최재혁 변호사. [홍태식]
권태형 변호사 “유언자나 피상속인의 국적에 따라 상속 및 유언에 적용되는 법이 다르다. 국내에서 효력이 있는 서류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될지도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각 국가의 법을 잘 아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준거법이 결정된 후에도 실제 상속이나 유언 집행에 필요한 서류를 일일이 준비해야 하고 세무 문제도 복잡하다. 국내 로펌 가운데 최고 수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김앤장의 조력이 단연 빛을 발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가치관 변화로 가사 사건의 양상도 다양해졌다는 얘기인데, 이런 현실을 반영한 법 제도 정비는 어떤 부분에서 필요한가.
최 “이혼에 따른 재산 분쟁에 대비해 ‘부부 재산 약정’에 관한 법 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처럼 혼전계약서(prenuptial agreement) 제도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원칙적으로 혼전 재산분할 약정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결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만약 법적 분쟁이 생기면 한국과 부부 재산 약정 효력을 인정하는 국가의 법리를 놓고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국회 입법으로 국제 트렌드에 맞는 법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복잡다단해지는 각종 가사·상속 문제는 기업가, 자산가에겐 더 큰 골칫거리다. 특히 상속 재산에 기업 지분이 포함될 경우 재산 분배에 따라 지배구조와 경영권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령 특정 상속인이 피상속인이 살아 있을 때 기업 지분을 증여받았을 경우 추후 다른 상속인들이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한다면 이미 증여받은 기업의 주식 지분 자체를 반환해야 할 수도 있다. 기업인이 배우자와 이혼하는 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재산분할을 명받는다면 주식 처분으로 경영권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생애주기에 맞는 평생 케어 시스템 구축할 터”
권태형 변호사. [홍태식]
김앤장 가사상속·자산관리팀의 비전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인터뷰에 응한 변호사들은 “‘패밀리 오피스’로서 평생 고객 케어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것”이라며 다음과 같은 구상을 밝혔다.
“우리 팀을 찾는 고객 상당수는 기업을 이끄는 경영인인 동시에 개인이자 한 집안의 가장이다. 생애주기마다 본인과 가족이 다양한 법적 이슈에 봉착할 수 있다. 따라서 평생에 걸쳐 지속적인 법률 케어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김앤장이 선진국에 정착된 패밀리 오피스 개념을 도입하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하고 싶다. 패밀리 오피스는 유럽의 로스차일드 가문과 미국 석유재벌 록펠러 가문, 금융 명문 J.P. 모건 일가의 자산관리 노하우가 응축된 개념이다. 오늘날에는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산배분이나 상속·증여, 세금 문제를 전담하는 전문적 법률서비스를 일컫는다. 고객의 생애주기에 맞춰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패밀리 오피스로 자리매김하는 게 김앤장 가사상속·자산관리팀의 포부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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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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