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은 처음 겪어본다. 하마스의 로켓이 우리 집(예루살렘 인근)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에도 날아왔다. 하마스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해야겠지만, 안보보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사법부 권한 축소 같은 사안에 집중한 정부 책임도 크다.”(이스라엘 전직 공무원)
10월 7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대대적으로 공격한 직후 현지 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들은 얘기다. 사태 발발 두 달을 앞둔 현재 가자지구에는 대규모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돼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장비와 인력 면에서 이스라엘군의 압도적 우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모른다. 말 그대로 아직은 갈 길이 먼 상황.
이처럼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스라엘 여론은 심상치 않다. 민간인을 중심으로 1200여 명이 사망할 만큼 무자비하게 선제공격을 한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한 전쟁은 당연히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하다. 그러면서도 현재 이스라엘을 이끄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도 끓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11월 4일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과 경제 중심지 텔아비브에서는 이스라엘 국민 수천 명이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외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네타냐후 정부의 안보 무능, 인질 석방 지연, 총리 개인 비리 문제 등을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지 매체인 채널13 방송이 11월 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76%가 ‘네타냐후 총리는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쟁 뒤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64%나 됐다. 반면 ‘전쟁 뒤에도 현 정권이 집권해야 한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현 내각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불만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는 결과다.
무엇보다 네타냐후 정부는 ‘안보 실패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은 현지에서 ‘이스라엘판 9·11테러’로 표현될 정도로 큰 충격을 안겼다. 이스라엘 역사상 무장정파와 무력 충돌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숨진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태 초기 세계적인 역량을 자랑하던 이스라엘의 방공망과 정보망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하마스 구성원이 대거 이스라엘 영토로 들어와 대규모 시가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과거 이스라엘에서는 상상조차 어려웠다. 외교 소식통은 “지금 당장은 이스라엘 내부적으로 ‘하마스 궤멸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앞서겠지만,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안보 시스템이 완전히 뚫린 데 대한 ‘정부 책임론’이 강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7~8월 레바논 남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친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하마스보다 전투력이 훨씬 우수하다는 평가가 많음)와 34일간 전쟁을 벌였다. 이때 이스라엘에선 군인을 중심으로 160명만 사망했다(레바논에선 민간인을 중심으로 1200~1300여 명 사망). 하지만 당시 이스라엘 내에서는 “일개 무장정파와 무력 충돌로 너무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비판 여론이 적잖았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에 이스라엘 국민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법부 권한 축소’ ‘극우 인사 중용’ 정책도 네타냐후 총리와 현 정부에 대한 비판 강도를 키우는 중요 원인으로 꼽힌다. 네타냐후 총리는 “크네세트(이스라엘의 단원제 의회)에서 과반이 동의하면 대법원 확정 판결도 뒤집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사법부 조정안을 적극 추진해왔다. 네타냐후 총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는 과거 사업가들로부터 고급 양복과 가족 해외여행 비용 등을 받은 혐의로 이스라엘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또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구속될 수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자신을 지지하는 강경 보수 내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대법원의 확정 판결도 뒤집을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강경 보수 내각 구성 과정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을 임명했다. 이들은 네타냐후 총리를 온건 보수파로 보이게 할 정도로 강경한 성향을 지녔다.
벤그비르 장관은 1월 3일 이슬람 성지 알아크사 모스크(사원)가 위치한 동예루살렘의 ‘성전산(Temple Mountain)’을 방문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머리에 키파(유대인 남성이 쓰는 납작한 모자)까지 쓴 채 돌아다녔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이 그동안 아랍권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지역을 거의 방문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당연히 벤그리브 장관은 아랍권에서 ‘국민 밉상’ ‘점령군 이미지’로 각인됐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팔레스타인 마을을 없애야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 같은 건 아예 없다”는 식의 망언을 자주 해왔다. 이스라엘 영토 넓히기이면서 동시에 팔레스타인 영토 줄이기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할 지역 내 ‘유대인 정착촌 확장 정책’의 주무 장관이기도 하다. 한 아랍 국가 외교관은 “네타냐후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차지한 극우 인사와 이들의 언행도 하마스를 자극한 부분이 분명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정부는 ‘하마스 궤멸’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가 사라진 가자지구, 즉 ‘포스트 하마스 가자지구’에 대한 계획은 뚜렷하지 않다. 또 가자지구 전쟁을 어느 선에서 종료할지에 대한 계획도 불분명하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연구실장(한국이스라엘학회장)은 “가자지구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하마스와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이스라엘이 상당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이 경우 가뜩이나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네타냐후 총리와 현 정부는 더 큰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7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대대적으로 공격한 직후 현지 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들은 얘기다. 사태 발발 두 달을 앞둔 현재 가자지구에는 대규모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돼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장비와 인력 면에서 이스라엘군의 압도적 우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모른다. 말 그대로 아직은 갈 길이 먼 상황.
이처럼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스라엘 여론은 심상치 않다. 민간인을 중심으로 1200여 명이 사망할 만큼 무자비하게 선제공격을 한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한 전쟁은 당연히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하다. 그러면서도 현재 이스라엘을 이끄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도 끓어오르고 있다.
전후 선거 실시 여론 고조
11월 4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민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현지 매체인 채널13 방송이 11월 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76%가 ‘네타냐후 총리는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쟁 뒤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64%나 됐다. 반면 ‘전쟁 뒤에도 현 정권이 집권해야 한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현 내각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불만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는 결과다.
무엇보다 네타냐후 정부는 ‘안보 실패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은 현지에서 ‘이스라엘판 9·11테러’로 표현될 정도로 큰 충격을 안겼다. 이스라엘 역사상 무장정파와 무력 충돌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숨진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태 초기 세계적인 역량을 자랑하던 이스라엘의 방공망과 정보망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하마스 구성원이 대거 이스라엘 영토로 들어와 대규모 시가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과거 이스라엘에서는 상상조차 어려웠다. 외교 소식통은 “지금 당장은 이스라엘 내부적으로 ‘하마스 궤멸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앞서겠지만,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안보 시스템이 완전히 뚫린 데 대한 ‘정부 책임론’이 강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7~8월 레바논 남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친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하마스보다 전투력이 훨씬 우수하다는 평가가 많음)와 34일간 전쟁을 벌였다. 이때 이스라엘에선 군인을 중심으로 160명만 사망했다(레바논에선 민간인을 중심으로 1200~1300여 명 사망). 하지만 당시 이스라엘 내에서는 “일개 무장정파와 무력 충돌로 너무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비판 여론이 적잖았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에 이스라엘 국민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네타냐후 ‘정치생명 연장’을 중심에 둔 정책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뉴시스]
강경 보수 내각 구성 과정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을 임명했다. 이들은 네타냐후 총리를 온건 보수파로 보이게 할 정도로 강경한 성향을 지녔다.
벤그비르 장관은 1월 3일 이슬람 성지 알아크사 모스크(사원)가 위치한 동예루살렘의 ‘성전산(Temple Mountain)’을 방문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머리에 키파(유대인 남성이 쓰는 납작한 모자)까지 쓴 채 돌아다녔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이 그동안 아랍권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지역을 거의 방문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당연히 벤그리브 장관은 아랍권에서 ‘국민 밉상’ ‘점령군 이미지’로 각인됐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팔레스타인 마을을 없애야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 같은 건 아예 없다”는 식의 망언을 자주 해왔다. 이스라엘 영토 넓히기이면서 동시에 팔레스타인 영토 줄이기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할 지역 내 ‘유대인 정착촌 확장 정책’의 주무 장관이기도 하다. 한 아랍 국가 외교관은 “네타냐후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차지한 극우 인사와 이들의 언행도 하마스를 자극한 부분이 분명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정부는 ‘하마스 궤멸’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가 사라진 가자지구, 즉 ‘포스트 하마스 가자지구’에 대한 계획은 뚜렷하지 않다. 또 가자지구 전쟁을 어느 선에서 종료할지에 대한 계획도 불분명하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연구실장(한국이스라엘학회장)은 “가자지구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하마스와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이스라엘이 상당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이 경우 가뜩이나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네타냐후 총리와 현 정부는 더 큰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