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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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판매 둔화? 미국 시장 성장률은 62%로 고공행진”

김지훈 대표 “고객사 다변화로 K-배터리 영토 확장… 2차전지株 매수는 바닥 확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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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3-10-24 09: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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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가격 면에서 싼가, 비싼가를 본다면 고점 대비 많이 싸진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매수를 고민하고 있다면 2차전지주 하락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기 때문에 바닥을 확인한 후 살 것을 권한다.”

    경제 유튜버 김지훈 대표가 “지금은 2차전지주를 살 때인가, 팔 때인가”라는 물음에 내놓은 대답이다. 2차전지 관련 업종 주가는 7월 고점을 찍은 후 여전히 혹독한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2차전지 열풍을 주도한 에코프로 주가는 9월 황제주(주당 100만 원 넘는 주식)에서 내려온 데 이어 10월 한때 80만 원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7월 장중 153만9000원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주가가 반토막이 난 셈이다.

    경제 유튜브 ‘김지훈의 훈훈한주식’을 운영하는 김지훈 대표. [지호영 기자]

    경제 유튜브 ‘김지훈의 훈훈한주식’을 운영하는 김지훈 대표. [지호영 기자]

    투자 측면이라면 지금은 지켜볼 때

    증권가에서는 현 2차전지주 상황을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은 높아졌지만 당분간 상승 모멘텀이 부재해 약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 대표 또한 “2차전지주가 여전히 시장 주도주인 것은 분명하지만 호재와 함께 악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2차전지 개인투자자이자 정확한 데이터를 토대로 투자 정보를 전하는 김 대표를 10월 16일 만나 ‘2차전지 관련 업종을 둘러싼 호재와 악재, 4분기 투자전략’에 대해 물었다.

    2차전지 산업과 관련해 다양한 뉴스가 쏟아진다. 그중 가장 유의미한 정보는 무엇인가.

    “유럽발(發) 경기침체 우려로 전기차 판매 둔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10월 5일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일본 완성차업체 도요타와 30조 원 넘는 대규모 장기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는 희소식이었다. 이로써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주 잔고가 1000조 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보면 LG엔솔은 17년 치, SK온은 40년 치, 삼성SDI는 13년 치 매출을 확보한 상태다. 또한 전기차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가진 글로벌 완성차업체 1위 도요타가 파나소닉이라는 배터리 자회사를 갖고 있음에도 LG엔솔을 선택했다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 기술 경쟁력, 품질 경쟁력을 모두 인정했다는 의미라서 도요타와 계약은 단발성이 아니라 연속적 형태가 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이와는 별도로 LG화학이 도요타와 독자적으로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은 것도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LG화학과 도요타의 양극재 공급 계약이 왜 의미 있나.

    “그동안 LG화학 매출에서 LG엔솔은 95%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도요타와 독자적으로 2조8000억 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에도 니치아 같은 양극재업체가 있음에도 LG화학이 선택받은 것 역시 경쟁력을 인정받은 셈이라, 이를 시작으로 다른 업체들과도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동안 국내 2차전지 업종 고객이 미국 완성차업체에 집중된 면이 있었는데 다변화 측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상승 모멘텀이 없다”고 말한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전기차 판매 둔화인데, 8월 말까지 집계된 데이터를 보면 전기차업체가 난립했던 중국만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하고 있을 뿐, 미국과 유럽 시장은 견조하다. 미국은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전년 대비 62%로 여전히 잘 팔리고 있고, 유럽도 우려와 달리 40%를 넘고 있다. 또 배터리와 관련해서는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고 가격이 많이 떨어져 마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둔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점이 문제였다. 하지만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물량이 늘어나면 결국 전체 시장이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 하락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28년까지 유럽에서는 100여 종, 미국에서도 80~120여 종의 전기차 신차가 쏟아질 예정이라 그만큼 배터리 및 소재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2차전지주는 여전히 성장 주도주

    최근 리튬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2차전지주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 양극재 기업은 비싸게 주고 산 원자재로 만든 양극재를 저렴하게 판매할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나빠진다. 지난 4개월 동안 탄산리튬 ㎏당 가격이 305.5위안(약 5만6650원)에서 150위안(약 2만7810원)까지 떨어졌는데 중국 탄산리튬업체들이 중국 전기차가 계속 잘 팔릴 것으로 기대하고 재고를 쌓아놓은 것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업체들이 재고를 줄이기 시작해 탄산리튬 가격이 150위안에서 158.5위안(약 2만9440원)으로 오르고 있다. 이제 저가로 공급하는 물량이 수요를 넘어서지만 않는다면 리튬 가격은 다시 상향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주력으로 공략하던 미국 시장에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진출하는 것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CATL과 고션하이테크의 미국 진출이 여러 우려를 낳고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두 회사의 미국 진출은 쉽지 않을 것이다. 먼저 도널프 트럼프가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폐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IRA 법안 자체가 중국 원천 배제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법안 폐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또 CATL의 경우 당장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와 합작으로 공장을 설립하는 건이 중단됐다. 이렇게 중국 배터리업체의 북미 진출에 제동이 걸리면 그사이 국내 업체들은 캐파(생산능력)를 더 늘려 중국 업체와 격차를 벌릴 것이다. 또 중국 기업들이 공장을 짓게 돼도 가동률이 오르고 불량품 없이 양품 수율이 나오려면 최소 2~3년은 걸리기 때문에 현재 리스크로 지적되는 점들은 과도하게 포장된 측면이 있다. 지금 2차전지와 관련해서 악재인 리튬 가격 하락과 중국 기업의 북미 시장 진출 모두 최악의 상황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2차전지주는 다시 시장 주도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산 저가 LFP 배터리에 대항할 국내 차세대 배터리 생산은 어떻게 돼가나.

    “차세대 배터리는 원가 부담을 줄이는 방향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되고 있다. 먼저 하이망간(망간리치, 고망간)은 현 삼원계(NCM) 배터리에서 원가 부담이 큰 니켈, 리튬을 줄이고 배터리의 수명과 안정성을 높이는 망간 비중을 늘린 배터리로, LFP(리튬인산철)보다 성능은 뛰어나면서도 가격은 동일하거나 5%가량 비싸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하이망간은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LG화학 순으로 나올 것 같고, 늦어도 2024년 말에서 2025년에는 양산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기존 삼원계 배터리에서 니켈 60%, 코발트 20%, 망간 20%이던 비중을 니켈 90%, 코발트 5%, 망간 5%로 바꾸는 하이니켈도 리튬보다 비싼 코발트를 최소량으로 줄임으로써 역시 가격이 낮아질 전망이다.

    현재 다결정인 배터리 구조를 단결정으로 바꾸면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고 생산 원가는 낮아진다. 단결정 양극재와 관련해서는 포스코퓨처엠이 선두주자로, 이미 5월부터 양산에 들어가 2분기에는 양극재 매출 비중 가운데 단결정이 30%일 정도로 커지고 있다. 이렇게 포스코퓨처엠을 시작으로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LG화학 모두 차세대 양극재가 단결정 양극재로 전환되면 중국과의 기술 경쟁력은 더 벌어지고 가격 경쟁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11월 상장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주목

    2차전지주 하락 추세에서 대장주 에코프로의 하락폭이 더욱 컸는데.

    “에코프로그룹은 누가 뭐래도 앞으로 포스코그룹과 양대 산맥으로서 2차전지 업종을 주도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에코프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첫 번째 이유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듯이 너무 짧은 시간 안에 가파르게 오른 영향 때문이다. 에코프로그룹의 펀더멘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주가 측면에서 부담이 된 것이다. 또 최근에 나온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아 충격으로 받아들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앞으로 분기별 실적이 계속 나빠질 것이냐,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주가를 빼고 철저히 펀더멘탈 측면에서 보면 에코프로 매출은 올해 9조~10조 원으로 전년 대비 70% 증가가 예상된다. 또 내년에도 11조 원으로 전망되며, 그렇다면 역시 20% 성장하는 것이다. 2023~2025년 평균 성장률이 40%인데 그룹 시가총액 20조 원대 기업 가운데 매출이 연 40% 성장하는 기업은 찾기 쉽지 않다. 또 수주와 관련해서도 좋은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어 믿고 지켜보면 좋을 듯하다.”

    국내 1위 전구체업체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11월 상장을 앞두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현재 국내 1위, 글로벌 2위 전구체(양극재를 합성하기 전 단계의 중간 제품으로, 양극재의 성능과 가격,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물질) 기업으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함께 에코프로그룹 내 핵심 기업이다. 에코프로그룹이 에코프로 전구체 생산능력을 2027년까지 4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11월 상장돼 투자금이 들어오면 글로벌 1등 체제로 갈 것이다.”

    에코프로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고 해도 가격이 높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사업회사와 지주회사가 있다면 사업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 지주회사는 더블 카운팅이라는 이유로 밸류에이션이 할인되지만 사업회사는 온전히 인정받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양극재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전구체를 100% 단독 생산한다는 장점을 지닌다. 또 양극재 시장은 성숙 단계를 향해 빠르게 가고 있는 추세인 데 반해, 전구체는 이제 시장 초입에 들어선 상태라 성장성 면에서 갈 길이 멀다. 현재 전구체와 관련해 상장된 회사가 없기 때문에 양극재업체와 비교해 가치를 따져야 할 텐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객사가 에코프로비엠밖에 없는 전구체 1등 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비해 삼성SDI, SK온이라는 걸출한 고객사를 지닌 양극재 1등 기업 에코프로비엠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겠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주가가 상대적으로 너무 싸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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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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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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