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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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글로벌 증시 뒤흔들 가능성 적다

국방예산 증가로 이어진 러-우戰처럼 방산주에 또 다른 기회

  •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

    입력2023-10-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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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발(發) 고금리 장기화 등 악재로 9월 내내 극심한 가격 조정을 겪은 증시는 10월 들어 미국 고용지표 둔화(Bad news is good news), 시장금리 하락 등에 힘입어 주가 복원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발생한 양국 간 전쟁 탓에 ‘지정학 리스크’라는 불확실성이 다시금 시장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새다.

    아직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 전쟁) 발발 당시만큼 증시 충격이 일어나고 있지 않지만 일각에선 제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은 인플레이션 민감도가 높은 시기다 보니 중동 지역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지속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이 짜놓은 판(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이 국제정세나 기후 등 일시적 변동성에 의해 변하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둔화)이 달라질 수 있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4차례 중동전, 증시 영향 제한적

    전쟁은 국가 간 뿌리 깊은 이념 대립 등 예측 불가능한 요인들이 개입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정치나 외교적 관점에서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진행 상황을 특정 방향으로 단언하거나 확신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반면 증시 관점에서는 과거 유사 사태가 발생했을 때 주가 변화를 살펴보면서 시나리오별로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작업이 유의미하다.

    지난 4차례 중동전쟁(1948, 1956, 1967, 1973) 당시 주식시장 흐름을 살펴보면 미국 S&P500 지수 기준 평균 등락률이 전쟁 1주일 전 -0.1%, 당일 -1.0%, 1주일 후 3.1%, 1개월 후 2.5%, 전체 전쟁 기간 중 -4.1%를 기록했다(그래프1 참조). 주가 하락이 이례적으로 컸던 제2차 중동전쟁(수에즈 위기)을 감안하더라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일부 투자자는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급 이벤트였던 러-우 전쟁의 경로를 따를 수 있다는 불안감을 제기할 것이다. 러-우 전쟁이 유발한 인플레이션 급등은 연준의 긴축 강화로 이어졌으며, 코스피는 연초 2900 선에서 연중 2100 선 근처까지 내려가는 폭락을 수개월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러-우 전쟁, 9·11테러, 걸프전처럼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대대적 참전 형태로 격화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지정학적 사건은 주식시장 방향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주요국 개입, 그중에서도 이란 개입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쟁 확대 시 이란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 차지)이 봉쇄되거나 주변 산유국들에 생산 차질이 생겨 추가로 유가 폭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에 민감해진 증시에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상승) 우려를 낳고, 연준의 추가 긴축 불안을 자극할 만한 요인이 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시나리오일 뿐, 발생 확률(10% 미만)이 지극히 낮은 시나리오라고 판단된다. 이란 자체도 개입을 부정하고 있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란 개입설에 대한 증거도 부족하다. 또 과거 중동 지역 분쟁 사례들과 달리 지금은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아닌 반(反)하마스 정서가 오히려 더 강화되는 분위기다. 원유 수급 전망도 1970~1980년대 오일 쇼크 때처럼 타이트한 상태가 아니다.

    글로벌 국방예산 지난해 대비 4000억 달러 증가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향후 전쟁 향방은 섣불리 예측할 수 없으며, 사태가 빠른 시일 내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지양해야 한다. 전쟁 이슈는 시나리오로 접근할 필요가 있고, 상기 언급한 내용들을 감안할 때 확률 높은 베이스 시나리오(확률 80% 이상)는 현 전쟁이 양국 간 교전에 국한되는 국지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단기적인 유가 변동성 확대만 출현할 뿐, 증시 전체 방향성이나 기존 인플레이션, 연준의 정책 경로 전망은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증시 관점에서는 기회 요인으로 삼을 만한 업종이 있다. 방산주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발발한 러-우 전쟁이 각국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도 군사력 보강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면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그 인식을 한층 더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러시아, 중국과의 대립 구도가 격화되고 있는 미국은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예산 비중이 3.5%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이드라인 2%를 상회한다(전 세계 국방예산의 약 40%·그래프2 참조). 또 최근 국방수권법을 통해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9.9% 증가한 8160억 달러(약 1105조1088억 원)로 책정하는 등 군사력 확보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국방력 강화 추세는 중장기적 트렌드다. 미국 국방매체 ‘에이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가 지난해 10월 전망한 바에 의하면 올해 글로벌 국방예산은 기존 약 1조8000억 달러(약 2437조3800억 원)에서 2조2000억 달러(약 2979조 원)로 상향됐으며 2032년까지 누적 국방예산은 약 2조5000억 달러(약 3385조25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중 무기 개발, 생산, 유지, 구입 등을 포함하는 무기 획득 예산이 총예산의 약 28%에 달하는 5500억 달러(약 744조7550억 원·2021년 기준)에 육박한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신규 무기 구입 등 무기 획득 예산의 비중과 금액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예산 증가가 무기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한국은 폴란드, 이집트와 대규모 K-9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북미, 아시아, 중동, 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 유리한 거점을 확보했는데, 바로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지속은 무기 수요에 비해 공급 여건이 타이트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만큼 방산주에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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