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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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회피 편향’에서 벗어나야 부자 된다

[돈의 심리] 감정 따르지 말고 기대수익과 기대손실 차이로만 투자해야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3-09-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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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의 세부 분야 중 하나로 행동경제학이 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 행동의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분야다. 경제학은 전통적으로 인간은 합리적이라고 가정한다. 앞뒤를 재고 분석해 여러 대안을 고려하고, 그중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대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반면 행동경제학은 사람들이 그렇게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본다. 특히 인간의 심리나 사고 작용에 근본적 한계가 있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런 비합리적 행위의 대표적 예가 손실회피 편향이다.

    ‘성투’하고 싶다면 손실회피 편향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 [GETTYIMAGES]

    ‘성투’하고 싶다면 손실회피 편향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 [GETTYIMAGES]

    손실에 민감한 손실회피 편향

    손실회피는 행동경제학 창시자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이 제시한 개념이다. 동전 던지기 게임을 한다고 해보자. 앞면이 나오면 150달러를 벌고, 뒷면이 나오면 100달러를 잃는 게임이다.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 뒷면이 나올 확률은 각각 2분의 1이다. 2분의 1 확률로 150달러를 벌고, 2분의 1 확률로 100달러를 잃으니 기댓값은 25달러다.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이런 게임은 무조건 하는 게 이득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이 게임을 하겠느냐고 물으면 반수 이상이 하지 않겠다고 답한다. 사람들은 150달러를 벌 수 있는 것보다 100달러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더 싫어한다. 150달러 이득과 100달러 손실을 비교할 때 100달러 손실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이득보다 손실을 심정적으로 더 중요시한다. 사람들의 이런 편향을 손실회피, 위험기피라고 한다.

    그럼 100달러 손실 가능성이 있을 때 어느 정도 이익이 생겨야 사람들은 이 게임에 참여하려 할까. 100달러 손실과 같은 가치를 가지려면 어느 정도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할까. 카너먼의 실험에 의하면 평균 200달러 정도였다. 50 대 50 확률에서 게임을 해 졌을 때 100달러를 잃고 이겼을 때 200달러를 얻는다면 게임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150달러에서 250달러 사이였다. 이 비율을 손실회피율이라고 한다. 100달러 손실과 100달러 이익을 동일하게 생각하면 손실회피율은 1이 된다. 100달러 손실일 때 이익이 150달러에서 250달러여야 한다면 손실회피율은 보통 1.5~2.5다. 평균값이 이 정도라는 것이고 이 비율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 비율이 5 이상인 사람, 8까지 되는 사람도 있었다. 100달러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500달러 넘는 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 800달러 이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손실을 극히 싫어한다. 아무리 이익이 많다 해도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손실을 보는 걸 버티지 못한다.

    반면 기대손실 대비 기대이익이 굉장히 적어도 되는 사람들이 있다. 100달러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20달러 정도만 이익이 생겨도 게임을 하겠다고 달려드는 이들이다. 기대손실과 상관없이 어쨌든 조금이라도 돈을 벌면 괜찮다고 본다. 보통 도박 중독자가 이렇다. 도박 중독자는 아무리 손실이 난다 해도 중간에 수익을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게임을 하려 한다. 사람들에게 이런 손실회피 편향이 있다는 것은 쉽게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카너먼의 손실회피 이론을 알고 “사람들은 손실을 더 싫어하는구나”라고 이해하는 데서 그쳐선 곤란하다. 이 손실회피 편향은 우리에게 어떤 사고방식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돈 벌 기회 잃을 확률 높아

    첫째, 감정·심리 상태에 따라 투자해선 안 된다. 돈에 관한 자신의 감정, 손실과 이익에 대한 감정에 휘둘려 투자하면 곤란하다. 사람에게는 분명 손실회피 편향이 있다. 그런데 손실회피 편향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이론이 아니며, 행동경제학은 사람들의 인지 오류에 관한 것이다. 손실회피는 사람들의 감정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손실회피 편향에 따라 투자하면 필연적으로 비합리적인 투자를 하게 된다. 50 대 50 확률 게임에서 이득이 150달러이고 손실이 100달러라면 게임을 계속할 경우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계속 게임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자기감정에 충실하면 이런 게임은 하지 않으려 한다. 이론을 따르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감정을 따르면 수익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수익 확률이 55%이고 손실 확률이 45%일 때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투자해야 한다. 손실을 볼 때가 자주 있기는 해도 계속 투자하면 결국 수익이 난다. 하지만 감정에 따라 투자하는 사람은 이런 투자를 오래 버티지 못한다. 투자 과정에서 몇 번 손실을 경험하면 손실의 괴로움을 버티지 못하고 처분한다. 수익이 났다, 손실이 났다 하다가 결국 큰 수익이 나지만, 손실회피 감정 상태에서 투자하면 손실이 났을 때 버티지 못한다.

    카지노가 돈을 번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카지노 승률이 게이머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은 아니다. 모든 게임에서 52 대 48 정도로 카지노 측 승률이 조금 높을 뿐이다. 이런 정도 승률로도 카지노는 돈을 벌고 도박자는 돈을 잃는다. 약간의 승률이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기대손실에 비해 기대이익이 훨씬 높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즉 손실회피 편향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조금 유리한 투자 기회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 돈 벌 기회를 잃는다. 손실회피 편향 상태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기대이익이 기대손실의 2배 이상 되는 투자 기회에만 들어가려 한다. 그런데 이렇게 기대이익이 높은 투자 기회는 필연적으로 위험도가 높다. 위험한 투자만 하다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큰 것이다.

    투자 과정에서 행복 찾지 말아야

    투자는 감정을 따르지 말고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돈을 벌었을 때 기쁨, 돈을 잃었을 때 괴로움을 기준으로 투자하지 말고, 기대수익과 기대손실의 차이만 기준으로 삼아 투자해야 한다. 자기감정에 충실하게 투자해선 안 된다는 것, 행동경제학의 손실회피는 그것을 함의한다.

    둘째, 손실회피 편향은 사람들이 투자로 돈을 버는 것과 행복을 느끼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라고 말한다. 100만 원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를 해 50만 원을 잃었다고 치자. 이때는 돈을 잃어서 불행하다. 그럼 100만 원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를 해 50만 원을 벌었다고 해보자. 돈을 벌었으니 기분이 좋아지겠나. 아니다. 50만 원 정도 수익은 자신이 그동안 느낀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메우지 못한다. 돈을 벌기는 했는데 감정적으로 뭔가 손해 본 느낌이다.

    100만 원을 벌어도 크게 잘한 것 같지 않다. 투자에 성공해 돈을 벌었다는 행복감이 없다. 계속 불안하다. 100만 원 손해를 볼 수 있는 투자에서 성공했다는 느낌, 잘됐다는 느낌을 받으려면 보통 200만 원 이상 수익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감정상 제대로 플러스 상태가 된다. 손실회피율이 아주 낮은 사람은 이때 몇십만 원만 벌어도 크게 즐거울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그 정도로 손실회피율이 낮은 사람은 매매 자체를 즐기는 도박 성향이 있다. 장기적으로 계속 수익을 실현하기 어렵고, 즐거움도 지속되지 못한다. 결국 투자를 하면서 행복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경우는 투자금 대비 몇 배 수익을 올렸을 때뿐이다. 손실이 나면 불행하고, 수익이 나더라도 대박이 아닌 이상 이익의 즐거움보다 손실 가능성에 따른 괴로움이 더 크다.

    투자는 손실을 보면 불행, 이익을 보면 행복이 아니다. 손실을 보면 불행, 이익을 보더라도 불행, 대박이 날 때 행복하다. 실제로 대부분 투자 과정에서는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 보통 사람들은 일하면서 행복을 느끼라고 한다. 하지만 투자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려 해서는 곤란하다. 투자는 돈을 버는 것이지 행복을 느끼는 과정이 아니다. 마음은 편치 않지만 돈은 버는 것, 그것이 손실회피 편향 상태에서 제대로 된 투자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손실회피라는 비합리적 사고를 하지 않고 손실과 이익을 똑같이 느끼는 합리적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인 이상 그것은 어렵다. 손실회피 편향이 있지만, 실제 투자에서 최대한 그것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테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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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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