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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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풍 부는 반도체업계 HBM 최종 승자는?

엔비디아 손잡은 SK하이닉스 vs 패키징으로 반전 노리는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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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8-0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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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반도체 업황은 인공지능(AI)이 끌어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이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에 점수를 후하게 주는 이유도 바로 거기 있다. 삼성전자가 AI용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하다가 SK하이닉스보다 한발 뒤처졌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평가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가 8월 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두고 한 말이다. 최근 반도체업계는 다음 상승 사이클을 기다리던 중 AI라는 뜻밖의 훈풍을 만났다. 챗GPT 등장 이후 AI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훈풍에 제대로 올라탄 건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라는 분석이 나온다. AI용 반도체를 필두로 하반기 ‘반도체의 봄’이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제 실력을 증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SK하이닉스(왼쪽)와 삼성전자 본사. [뉴스1]

    SK하이닉스(왼쪽)와 삼성전자 본사. [뉴스1]

    HBM3·DDR5 ‘맛집’ SK하이닉스

    올해 들어 반도체 업황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바닥을 지나왔다는 시장 기대감과 챗GPT 흥행에 따른 수혜가 겹친 결과다. 여전히 영업적자 폭은 크지만 실적에서 감산 효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 5만 원대에서 7만 원대로, SK하이닉스 주가는 연초 7만 원대에서 12만 원대로 올라섰다. 각각 28%, 65% 상승률이다(1월 2일 대비 8월 1일 주가). 증권가도 이들 기업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9만5000원, SK하이닉스 16만 원이 최대 목표주가다.

    여기에 두 기업 경영진이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가 5월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고 언급해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왼쪽). 인텔이 호환성을 인증한 SK하이닉스의 DDR(더블데이터레이트)5.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왼쪽). 인텔이 호환성을 인증한 SK하이닉스의 DDR(더블데이터레이트)5. [SK하이닉스 제공]

    다만 지금까지 상황에서 더 활짝 웃는 쪽은 SK하이닉스다. AI용 반도체(HBM) 분야에서 앞서나가면서 지난해 엔비디아와 손잡는 성과까지 냈기 때문이다. HBM은 기존 D램을 겹겹이 쌓아 데이터 처리 용량과 속도를 높인 메모리반도체다. 챗GPT 같은 초거대 생성형 AI는 한꺼번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기에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한데, 이 GPU의 핵심 부품이 바로 HBM이다. SK하이닉스는 HBM을 현존 최고 용량(24GB)으로 생산한다. 4세대 HBM인 ‘HBM3’가 그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엔비디아와 HBM3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5세대 HBM인 ‘HBM3E’를, 2026년에는 6세대 ‘HBM4’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분야에서도 SK하이닉스는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다. DDR5는 현재 상용화된 DDR4보다 성능이 2배 높은 D램으로,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정한 차세대 D램 규격이다. D램 규격이 바뀌면 함께 쓰이는 중앙처리장치(CPU)도 교체해야 하는데, 서버 기업들은 3분기에 본격적으로 자사와 호환성이 높은 DDR5를 구매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DDR5는 시중 제품 중 가장 빠른 속도(초당 6.4GB)를 자랑한다. 1월에는 DDR5 결합용 ‘사파이어 래피즈’ CPU를 출시한 인텔로부터 세계 최초로 호환성 인증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 4분기부터 HBM3 양산

    반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늦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 기술은 아직 2세대(HBM2), 3세대(HBM2E) 수준에 머물러 있다. HBM3 양산 준비를 완료하기는 했으나, SK하이닉스도 HBM 공정 전환 목적의 설비투자에 나설 방침이라 역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시장조사 전문업체 트렌드포스가 조사한 HBM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50%를 기록했고 삼성전자(40%)와 마이크론(10%)이 그 뒤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HBM과 DDR5 등 신기술·신성장 분야에서 과거 같은 압도적 경쟁력과 삼성전자다운 모습이 약해졌다”며 “삼성 반도체가 과연 질적·양적 측면에서 여전히 세계 최강인지 시장의 의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삼성전자는 발 빠르게 HBM 시장 지배력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당장 4분기부터 HBM3와 5세대 HBM인 ‘HBM3P’를 출하할 예정이다. 또 내년 HBM 생산능력을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를 의식한 듯한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7월 27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HBM 선두 업체로, HBM2를 주요 고객사에 독점 공급했고 후속으로 HBM2E 제품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다”며 “HBM3도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용량으로 고객 오퍼(주문)가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에 반전 계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함께 HBM3 및 첨단패키징(AVP) 서비스 기술 검증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패키징이란 수직적층 구조인 HBM을 자르고 묶는 반도체 후공정 작업이다. 대만 TSMC가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어 지금까지 SK하이닉스는 HBM을 TSMC에 보내 패키징한 뒤 엔비디아에 공급했다. 향후 삼성전자가 HBM 공급과 패키징을 동시에 책임질 경우 엔비디아 수주전에서 SK하이닉스를 충분히 앞지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뛰어들지 않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GPU 생산을 위탁받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GPU, HBM, 패키징을 원스톱으로 처리하게 된다.

    패키징으로 엔비디아 수주 따내나…

    이에 삼성전자의 현재보다 미래를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I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경쟁사의 첨단패키징 생산능력 부족은 삼성전자에 기회”라며 “파운드리, 메모리반도체, 첨단패키징을 모두 포함한 솔루션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삼성전자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메모리반도체 업황 회복과 더불어 저평가됐던 파운드리 경쟁력이 더해지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도 8월 2일 전화 통화에서 “지금은 삼성전자가 뒤처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하반기부터 저력이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SK하이닉스와의 HBM 기술 격차도 못 따라잡을 수준이라고 볼 수 없으며, 삼성전자가 마음먹고 추격하면 얼마든지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라는 강점도 있어 AI용 반도체 시장에서 결코 불리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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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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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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