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이날 회의에서 기금위는 실질경제성장률과 물가성장률 전망을 고려해 향후 5년간 목표수익률을 5.6%로 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설정한 2028년 말 기준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주식 55% 내외 △채권 30% 내외 △대체투자 15% 내외다. 자산군별 세부 목표 비중은 ‘국민연금법’ 제103조의2에 따라 기금운용 업무의 공정한 수행과 금융시장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산군별 목표 비중만 봐도 앞으로 국민연금이 기금을 어떤 방향으로 운용해나갈지 엿볼 수 있다.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확대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재정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기금운용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 기금위는 장기수익률을 높이고자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점차 확대해가는 정책 방향을 유지할 계획이다. 이는 과거 국민연금 자산배분 비율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10년 전인 2013년 국민연금 자산배분 상황은 국내 주식과 국내 채권을 합한 국내 비중이 76.1%로 절대적으로 높았다(표1 참조). 특히 국내 채권을 56.1%나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샀다. 동시에 해외투자가 13.3%로 부족하고 대체투자 역시 10.6%로 비중이 적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2023년 현재 자산배분 현황을 보면 국민연금 역시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고 지속적으로 개선해왔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 채권 비중은 56.1%에서 32%로 24.1%p 줄였고, 향후 더욱 낮출 계획이다. 국내 주식 역시 20%에서 15.9%로 줄이면서 해외 주식을 9.3%에서 30.3%로 3배 이상 확대했다. 해외 채권 비중도 10년 전 4%에 비해 2배인 8%로 높였다. 대체투자 역시 10년 전보다 늘어나고 있으며,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해 2027년 말까지 1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전반적인 방향성은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해외 선진 연기금의 자산배분과 비교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국내 자산에 과도하게 쏠려 있던 자산배분 비중이 차츰 균형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주식 비중을 10년 전 29.3%에서 현재 46.2%, 그리고 2027년에는 55%까지 확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수익률 개선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3월 말 제5차 재정추계를 발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적립기금은 2040년 최대치를 기록하고, 2041년 적자로 돌아선 후 2055년 소진된다. 즉 현 추세대로 진행된다면 32년 후에는 기금이 완전히 고갈된다는 얘기다.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제5차 재정추계를 발표하면서 “기금투자 수익률을 1%p 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을 5년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기금 고갈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려면 연금제도 개혁뿐 아니라 투자수익률 제고가 절실하다. 2041년 시작되는 기금 감소기에 대비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수익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해외 주식 비중 확대는 수익률 개선 위한 것
한국 국민연금(NPS)의 21년간 운용 성과는 연 5.73%다(표2 참조). 일본 공적연기금(GPIF)의 3.11%보다 높지만 미국 연기금(CalPERS)이나 캐나다 연기금(CPPIB)의 6~8%대 수익률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는 국민연금이 안정적인 자산 비중을 크게 두기 때문이다. ‘표3’을 보면 국민연금은 주식 비중이 34.8%로 미국(56.6%)이나 캐나다(59.1%)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이 적다 보니 변동성은 덜하지만 장기적인 수익률에 한계를 지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2027년 말까지 주식 비중을 55% 수준으로 늘리면 자연히 기대수익률도 높아진다.
필자처럼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하는 이도 많다. 한국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면 한국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어 자신의 투자 성과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보면 당연한 얘기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적립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인 2041년부터 보유 자산을 매도하면서 연금 지급을 위한 자금을 만들어야 한다. 적립기금이 최대로 쌓이는 시점인 2040년 국민연금은 1755조 원이 된다. 적자로 돌아서는 2041년부터 매도를 시작해 2055년 기금 소진 시까지 전부 매도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15년간 매년 117조 원어치를 팔아야 한다.
국민연금 규모 커져 비극적 상황 없을 듯
만약 국내 주식 비중이 2013년처럼 20%로 유지된다면 117조 원의 20%인 23조 원어치 국내 주식을 순매도해야 한다. 이럴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만약 이런 일이 현실화한다면 국내 주식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하는 국내 주식도 망가지고, 노후의 최후 보루인 국민연금도 없어지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따라서 국내투자 비중을 차츰 줄여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위험 관리 측면에서 적합하다. 공공성 관점에서 국민연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고 적립 규모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높기 때문에 국가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해 운용해야 한다.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축소가 당장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2013년 20%에서 2023년 15.9%로 낮아졌다. 하지만 그 금액은 87조 원에서 171조 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국민연금 총 적립금이 437조 원에서 1085조 원으로 늘어나면서 자연적으로 국내투자 금액이 커진 결과다. 동일한 관점에서 2040년 국내 주식 비중이 10%까지 낮아진다고 가정했을 때 여전히 175조 원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돼 있을 것이다. 2040년 적립기금 예상치가 1755조 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할 수는 없으나 국내 주식투자자들이 생각하듯이 단기적인 비극 상황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국민연금의 목적은 나이가 들거나, 갑작스러운 사고·질병으로 사망 또는 장애를 입어 소득 활동이 중단된 경우 본인이나 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함으로써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익성·안정성·공공성·유동성·지속가능성, 그리고 운용 독립성 등 기금운용 원칙에 따라 기금을 성실히 관리·운용할 것을 운용 원칙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확대로 수익률을 개선하고, 제도 혁신을 통해 연금 고갈이라는 사태를 방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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