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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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확장시키는 WOODZ의 도전

[미묘의 케이팝 내비] 先공개 싱글 ‘심연’에 모던록 담아내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3-03-0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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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ODZ가 싱글 ‘심연(ABYSS)’를 발표했다.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WOODZ가 싱글 ‘심연(ABYSS)’를 발표했다.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제법 기분 좋게 산책하는 듯한 리듬의 기타다. 일그러져 일렁이는 코러스 톤의 든든한 리듬이 바람결 같은 서늘함을 이룬다. WOODZ(우즈·조승연)가 5번째 미니앨범 발매를 앞두고 선보인 선(先)공개 싱글 ‘심연(ABYSS)’이다. 사실 ‘심연’이라는 제목이 연상케 하는 것보다는 상당히 편안한 듯한, 심지어 산뜻하게까지 느껴지는 곡이다. 봄노래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법하다.

    반면 가사는 차마 마음을 열지 못하는 불안한 심경을 담고 있다. 자신을 보여주기가 어려워 상대의 요구를 더 들어줘야 관계를 지속할 수 있고, 관계에서 철저히 수동적 입장을 표방하게 된다. “원하는 건 다 해줄게요”라면서 “그대가 날 이해하는 것보다 내가 날 포기하는 게 빨라요”라고 말하는 화자다. 그는 “딱 하나 부탁이 있다면”이라고 한마디를 연장해 끌고는 “날 다 알려고 하지 말아요”라고 선을 긋는다. 곡은 몇 번쯤 비슷한 식으로, 연애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철렁할 법한 비관적인 말들을 던진다. 그 과정은 서글프지만 담담해서, 변칙적으로 길어진 시간에 맥없지만 처연한 긴장을 끌어올린다. 간단한 트릭이어도 독특한 정서와 내용을 맛깔스럽게 담아낸 대목들이다.

    위축되는 자존감에 시달려본 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가사 내용이다. 케이팝에서 표현되는 연애관계치고는 꽤 독특한 방식이고, 자존감과 위로라는 테마의 스펙트럼에서는 자못 용감하게 바닥을 드러내 보이는 곡이기도 하다. 껍질 안으로 숨어드는 마음을 노래하지만, 이를 통해 껍질 하나를 깨 보이고 있는 셈이다.

    케이팝 변화 부르는 감각적 플레이어

    곡은 포크적 감성과 교류하는 듯한 모던록의 향취가 물씬 풍긴다.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이어온 WOODZ지만, ‘심연’은 더욱 이색적이게도 국내 인디록을 직접적으로 참조하는 듯하다. 조심스러운 서정의 멜로디 질감과 이를 창백에 가까운 담백으로 여리게 부르는 보컬의 음색은 특히나 그렇게 들린다. 그런데 또 한층 흥미로운 것은 이 곡이 여느 록밴드가 연주한다 해도 이상할 것 없지만, 동시에 케이팝 곡으로서도 아무런 어색함이 없다는 점이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로 시작해 베이스가 추가되고, 드럼 연타와 함께 일렉트릭 기타를 포함한 풀밴드로 1절의 마지막을 향하는 것은 모던록의 한 전형이다. 거기에 같은 테마를 환기하며 만들어내는 결과론적인 수미상관, 하나의 절 안에서 구조화된 양식을 따르면서도 말하듯이 비교적 분방하게 전개되는 멜로디, 그래서 사실 조금 불분명한 후렴, 그 대신 덧붙여지는 여음구인 듯, 후주인 듯한 묘한 대목 등이 이 곡을 모호한 지점에 슬쩍 올려둔다. 록밴드를 사용한 케이팝, 또는 케이팝의 영향을 받은 모던록, 또는 굳이 그렇게 구분할 필요가 없는 느낌이랄까.

    WOODZ는 2014년 그룹 UNIQ(유니크) 멤버로 데뷔해 2016년부터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Mnet ‘프로듀스×101’에 참가해 데뷔조 ×1 일원으로 활동한 이후 그의 솔로 작업에도 많은 이의 관심이 쏟아졌다. 그는 늘 재기 있고 감각적인 셀프 프로듀싱을 해왔다. 또한 케이팝이 좀처럼 손대지 않는 것들을 케이팝 영역 안으로 교묘하게 끌고 들어오면서 케이팝 경계에 대해 질문하고는 했다. ‘심연’ 역시 그런 WOODZ가 케이팝 신에서 늘 주목해야 할 플레이어임을 잘 보여주는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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