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중국 선저우 15호 우주선 발사 전 기능 점검과 합동 시험을 하고 있다. [뉴시스]
3개 모듈을 조립해 완성한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뉴시스]
1000건 이상 과학 실험 임무
미국 주도하에 협력해온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달리 중국 우주정거장은 우주 개발의 자립 정책을 강조하고 더 큰 야망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중국 유인우주선 선저우 15호가 지난해 11월 30일 우주비행사 3명을 싣고 우주정거장 톈궁에 무사히 도킹했다. 이번 임무는 우주정거장 완공 후 정상 가동을 위한 준비 작업의 일환이었다. 앞서 선저우 14호에 탑승한 우주비행사들이 6개월간 우주에 머물면서 중국 우주정거장의 ‘T’자 기본 구조 조립을 완성한 데 이어, 선저우 15호는 우주정거장의 테스트를 완료하고 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려놓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완공된 톈궁 우주정거장은 전체 길이가 55m로 국제 우주정거장에 비해 약 3분의 1 규모다. 총 3개 모듈이 각각 따로 발사돼 우주에서 연결됐다. 최대 6명의 우주비행사가 거주할 수 있는 핵심 모듈 1개와 실험 모듈 2개로 구성돼 있다. 우주정거장 외부 활동과 실험을 지원하는 유인우주선의 도킹 포트도 설치했다.
중국 우주정거장 코어 모듈 안에 있는 우주비행사들. [CCTV 캡처]
연간 1조8000억 원 이상 투자
중국 항공모함이나 기타 우주선과 마찬가지로 톈궁은 옛 소련 시대 디자인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1980년대 소련 미르 우주정거장을 좀 더 현대화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우주 개발은 시초부터 소련과 관련이 깊다.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발사한 직후 중국도 인공위성을 만들겠다고 처음 선언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1970년 창정 1호 로켓을 통해 첫 번째 위성을 발사했다. 중국이 위성 기술 개발에 주력한 이유는 장거리미사일 발사 같은 군사적 목적이 크다. 중국 우주 프로그램은 1986년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당시 중국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은 유인우주선 계획을 포함한 과학기술 개발 정책인 ‘863계획(중대과학연구계획)’을 승인했다. 이 정책은 1992년 4월 확정된 ‘프로젝트 921’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목표는 2020년쯤 중국 우주정거장 건설을 완료하는 것이었다. 2003년 첫 유인 우주비행을 성공한 데 이어 7번의 유인 우주탐사를 마쳤다.당시 저렴한 비용으로 위성을 우주에 배치할 방법을 찾던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로켓 품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러는 동안 중국의 기술 도용 우려가 불거지면서 미국은 2011년 중국과의 우주 협력을 사실상 금지하며 중국이 ISS에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했다. 이에 2011년부터 중국은 자체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미국 국방부는 2022년 우주산업기지 현황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빠르면 2045년 우주에서 미국의 능력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과학기술 자립을 강조하는 시진핑 체제는 2045년까지 포괄적 우주 강국으로 올라서기 위한 강력한 우주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국가우주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소 30만 명 인원이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는 인원보다 18배나 많은 수다. 한 해 예산 또한 연간 1조8000억 원 이상을 우주개발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잦은 로켓 폭발과 우주 추락물 사고 등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지난 10년 동안 탐사 로봇을 세 차례 달에 보냈으며, 2019년 역사상 최초로 달 뒷면에 우주선을 착륙시켰다. 2021년에는 미국에 이어 화성에 탐사로봇 ‘로버’를 착륙시킨 두 번째 국가가 됐다. 중국은 2030년까지 지질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화성과 인근 소행성에서 여러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같은 시기 유인 달 착륙과 달 연구 기지 설립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시도하는 달 탐사에 주력하고 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를 통해 “미국은 중국과 우주경쟁을 벌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중국이 과학 연구를 명목으로 달 영토를 선점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주 정책 전문가들은 소련을 제치고 인류를 달에 최초로 착륙시키려 했던 존 F. 케네디의 냉전시대 이후 새로운 우주경쟁이 열렸다고 본다. 냉전이 한창일 때도 미국은 러시아와 함께 ISS를 운영해온 데 반해, 중국은 자체 우주정거장으로 독립하며 독자적인 우주개발 행보를 걷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의 달 탐사 계획에 동참했고, 미국은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20여 개국과 협력하며 팽팽한 긴장 분위기를 형성 중이다. 지구상에서 중국, 러시아, 서방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우주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우주 자원 선점 경쟁 치열
분명한 것은 미국과 중국 모두 달, 화성, 우주가 제공하는 자원과 미개척 영역의 개발을 전략적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미국은 앞다퉈 우주 식민지 개척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주에서는 영토를 주장할 수 없다. 미국을 비롯한 132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1967년 체결된 우주조약 서명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 자원 활용에 대해서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 중국은 과거처럼 달에 누가 먼저 착륙하느냐를 두고 경쟁하기보다, 달 표토에 존재하는 희귀자원 선점을 두고 더욱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NASA의 우주 정책 및 파트너십 부청장을 역임한 마이크 골드는 미국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많은 국가가 우주 자원 보존과 활용 등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 또한 우주탐사에 대한 국제적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