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워싱턴 연준 본부에서 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금리인상 속도 조절 시사
FOMC는 이번 성명에서 “식품과 에너지의 높은 가격, 광범위한 가격 압박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우려되는 수준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추가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이 있다”며 “물가가 2%로 복귀하도록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자이언트 스텝 단행 배경을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통화긴축 정책의 누적 효과, 통화정책이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차를 고려한다”면서 금리인상 ‘속도 조절’ 여지를 시사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그러나 성명 이후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뉴욕증시가 급락으로 전환됐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지난번(9월 FOMC)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전환 논의는 매우 시기상조”라고 통화정책의 조기 완화 가능성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어떤 조짐도 없다”면서 “아직은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아직도 예상보다 높고 노동시장은 과열된 상태라고 진단한 뒤 “연준이 충분히 (통화정책을) 긴축하지 않는다면 정말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9월 FOMC에서 연준 위원들이 점도표를 통해 예측한 연말 기준금리 목표치 4.4%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또한 파월 의장은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연착륙’을 목표로 한다는 원론적인 발언을 했으나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과정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의 매파 발언에 美 증시 요동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일제히 급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366.05포인트(3.36%) 내린 10,524.80으로 마감했다. 다우 지수는 전날보다 506.43포인트(1.55%) 내린 32,146.77로, S&P500 지수는 96.61포인트(2.51%) 내린 3759.49로 거래를 마쳤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도 다시 4% 선을 넘어섰다.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이 최종 기준금리가 9월 점도표보다 높아질 가능성을 언급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금리 속도 조절 시사가 조만간 금리인상을 종료한다는 뜻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연구원은 “일부 매파적이던 FOMC지만,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FOMC 결과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질 수 있고, 금리인상 종료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며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 수준, 지속 기간과 관련해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던져줬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여전히 매파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매파적 색채가 더욱 강해졌다고 평가하긴 어렵다”면서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p 추가 인상하면 내년 2월이나 3월 FOMC에서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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