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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3.2%로 하향
독일은 과거 기억 때문에 하이퍼인플레이션(초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이 더는 수습할 수 없을 만큼 악화된 상태)에 대한 뿌리 깊은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1918년부터 1933년까지 독일을 지배한 바이마르 공화국은 제1차 세계대전 패전에 따른 배상금 1320억 골드마르크(당시 금본위제)를 지급하고자 마르크화를 대규모로 발행해 문제를 야기했다. 물가는 1923년 7월부터 11월까지 370만 배나 뛰었다. 주정뱅이가 쌓아둔 술병 가치가 술을 마시지 않고 저축한 사람의 예금 잔액 가치보다 높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생겨났을 정도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도 이때 등장했다.현재 우크라이나전 장기화로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에너지만이 아니다. 옥수수, 밀 등 주요 농산물 가격 역시 급등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 급등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붕괴로 가격이 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전의 충격이 더해진 탓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 세계 옥수수 수출의 약 20%를 책임지고 있으며 러시아는 밀 1위 수출국이다. 이 때문에 애그플레이션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일반 물가까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4월 18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3.2%로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4.1%에 비해 0.9%p 낮춘 것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이에 따른 경제 전반의 타격을 원인으로 꼽았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4월 14일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세계 경제의 86%를 차지하는 143개국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8.5% 급등했다. 이는 1981년 12월 이후 40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3월 에너지 물가는 전월보다 11%, 전년 동월 대비 32% 급등했다. 물가상승과 더불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2.882%까지 치솟으며 2018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금리를 0.75%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역시 양적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린다.
주요 자산 가격 움직임도 투자심리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올해 초부터 4월 22일까지 미국 주가 지수(S&P 500)는 11% 하락했고, 코스피200은 10%,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중국 지수는 21% 하락했다. 주가 하락 시기를 방어해줄 것 같던 국채 가격 역시 금리상승에 따른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국채(10년물)는 7%, 미국 국채(IEF)는 10% 내렸다. 반면 예상치 못하게 급등한 자산도 있다. 같은 기간 달러/원 환율은 4%, 골드(GLD)는 7%, 원유(USO)는 39%, 농산물(DBA)은 14% 상승했다(괄호 안은 가격 조사 기준 ETF 이름).
전 세계 주식, 채권 일제히 하락
보유 중인 자산 가격 하락은 불안감을 불러오고, 갖고 있지 않은 자산 가격의 상승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불안한 시기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불안감이 가장 컸던 시기가 2007년이다. 미국 부동산 대출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2007년 10월 10일부터 2009년 3월 5일까지 미국 주식은 56%, 한국 주식은 47%, MSCI 중국 지수는 61% 하락했다. 이 기간 원유 가격은 88%까지 상승했다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도 -57%까지 추가 하락했다(고점에 투자했다면 -77% 하락을 경험했을 것이다). 농산물도 51%까지 상승한 후 하락 전환해 -19% 성적을 보였다. 물론 이 시기에도 상승한 자산이 있는데 미국 국채는 14%, 골드는 25% 올랐고, 달러/원 환율은 71%나 급등했다.이렇게 자산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해 시장이 혼란스럽고, 전쟁에 따른 공포와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이슈로 불안한 상태가 되면 투자자는 타인의 의견을 구하게 된다. 소위 ‘집단지성’에 의지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집단지성이란 집단 구성원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해 쌓은 지적 능력의 결과로 얻어진 지성 또는 그러한 집단적 능력을 뜻한다. 문제는 ‘집단지성’이라 믿었던 집단 혹은 그 집단의 사고가 ‘지성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집단지성과 유사해 보이지만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집단사고’가 있다. 집단사고(groupthink)는 응집성이 강한 인원으로 구성된 집단 내에서 의사결정 시 각자의 목표나 열정, 생각, 노력, 가치가 반영되지 못하고 하나의 획일적 방향성만 갖게 되는 의사결정 성향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집단사고에 휩싸이면 반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편향이나 논리적 오류에 빠져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개연성이 높다.
시장 상황이 어수선할 때는 군중심리에 편승하기보다 자신의 투자철학을 공고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GETTYIMAGES]
변덕스러운 시장은 또 다른 투자 기회 제공
집단지성이나 집단사고 모두 ‘집단’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사람들은 집단에 의지하거나 휘둘리는 특징이 있다. “다수를 따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는 군중심리가 작동하고 그 결과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하는 ‘편승효과’가 나타난다. 투자자들의 군중심리에 따른 편승효과는 투자시장에서 더욱더 많이 발생한다. 거주용 부동산을 매수할 때 많은 이가 본인의 현 상황에 맞게 결정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분위기를 먼저 살핀다. 이런 현상은 주식시장에서 더욱 빈번하게 나타난다. 거주용 부동산의 경우 매매 금액이 워낙 크고 이사가 쉽지 않아 마음이 움직였다 해도 실행하기 어렵지만, 주식시장은 사고파는 방법이 부동산에 비해 훨씬 쉽다.요즘처럼 시장 상황이 어수선할 때는 어지간한 경험이 있는 투자자도 심리를 다스리기가 어렵다. 어스워스 다모다란 미국 뉴욕대 재무학 교수는 시장을 바라보는 일관된 관점을 ‘투자철학’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인간의 행태와 시장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또한 시장 작동 원리와 오류를 보는 관점을 정립하라고 한다. 시장은 지금까지 늘 변덕스러웠고 그 변덕은 또 다른 투자 기회와 수익을 제공했다. 문제는 투자자 자신인 경우가 더 많다. 자신의 투자철학을 점검하고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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