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입성해 갑옷 입어야”
3월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동아DB]
국민의힘은 이날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는 “어떻게든 원내 입성해서 본인 수사에 대해 방탄을 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상임고문과 관련해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배우자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성남FC 제3자 뇌물수수 의혹 등의 수사가 진행 중인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5월 3일 공포됐지만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은 검찰이 계속해서 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내용을 적용받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검찰에 냈기 때문이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4월 4일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압수수색 영장에 이 상임고문과 배우자 김혜경 씨가 피의자로 적시됐다. 5억5000만 원 국고 손실이 주된 이유였다. 이 상임고문은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경기도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성남FC 제3자 뇌물수수 의혹 역시 경기 분당경찰서가 5월 2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상임고문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국회의원 신분으로서 ‘불체포특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친이재명(친명)계 의원 사이에서는 “이 상임고문이 여의도에 입성해 일종의 갑옷을 입어야 한다”는 여론이 제법 있다. 다만 이 경우 사정당국 수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출마했다는 의심을 받기 쉽다. 검수완박의 취지 또한 ‘보신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을 수 있다. 최재성 전 대통령정무수석은 5월 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상임고문의 보궐선거 출마가 현실이 된다면 그것은 ‘검수완박법은 문재인 대통령, 이 상임고문을 수사로부터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궐선거 출마 언급 없었지만…”
당초 측근들은 이 상임고문이 출마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 상임고문 역시 대선 이후 ‘두문불출’하며 정치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휴대전화가 꺼진 경우가 많고, 집 밖으로도 잘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당장의 정치적 행보를 고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그간 측근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4월 21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재명 고문이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을 들려달라”는 질문을 받자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어떤 정치적 청사진을 그리거나 계획을 갖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개딸’들과 소통하고 책 읽기에 집중하면서 정책 공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 상임고문과 가까운 한 의원 역시 5월 4일 전화 통화에서 “출마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보궐선거 출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앞선 의원은 최근 이 상임고문과 오랜 시간 통화를 했는데 “보궐선거 출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 상황이 어렵지 않냐”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에 대해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당 지도부가 힘의 공백 상태에 있다’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재명 뒷방 갇히라는 건 이적행위”
2021년 12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송영길 대표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대화하고있다.[동이DB]
당 지도부도 이 같은 목소리에 응답하며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5월 4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 상임고문이 직접 출마해달라는 인천 지역이나 수도권 또는 전국의 요구들이 있다”며 “좀 더 열어놓고 지도부가 판단해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 이원욱 전략공천관리위원장 역시 “(이 상임고문이) 출마 의사가 있다는 얘기를 전해온 적은 없는 것 같다”면서도 “가능한 인물군으로는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5월 6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 상임고문을 차출해야 한다”며 쐐기를 박았다.
“인천 출마는 도망가는 것”
하지만 ‘당심과 다른 민심’이 조기 등판에 걸림돌이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4월 18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거주 성인 남녀 8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7.5%가 이 상임고문의 보궐선거 출마에 반대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4%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찬성은 37.5%에 그쳤다. 경기도는 지난 대선에서 이 상임고문이 50.94% 득표율을 기록하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45.62%)을 앞선 지역이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 상임고문과는 연이 깊어 정치적 고향으로 불린다. 이 같은 지역에서도 이 상임고문의 출마에 회의적 시각이 적잖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선 패배 후 복귀까지 시간이 짧은 점이 부정적 인상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출마 지역을 두고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연고가 있는 성남 분당갑 지역구가 아닌,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선거 승리만을 위해 명분 없는 출마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5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지사 출신이 인천광역시에 출마한다면 그냥 도망가는 것”이라며 “(대장동 개발을 통해)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를 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저 같으면 그 지역구에 가서 업적을 자랑하면서 선거를 뛰겠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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