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생활SOC 복합화 사업’ 투자처로 확정된 서울 강서구 공항동.[센트레빌]
국토종합계획은 국토 미래상을 그리는 계획인 만큼 ‘미래 위협’에 대한 밑그림도 담고 있다. 국토종합계획에 담긴 미래 위협 요인 1순위는 ‘도시 쇠퇴’다. 도시재생법(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인구 또는 사업체 수가 급감하거나 준공 후 20년이 지난 노후 건축물이 절반 이상인 경우 ‘쇠퇴지역’으로 정의한다. 2017년 기준 전국 쇠퇴지역 비중은 87% 수준으로, 대한민국 도시들은 이미 심각한 고령화 상황에 직면했다고 할 수 있다(지도1 참조). 특히 2036년이 되면 노후 건축물 비중이 6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래프1 참조).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뿐 아니라 오피스빌딩, 상가 전반에 걸쳐 ‘부동산 고령화’는 이미 정해진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주택 고령화는 집값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같은 입지라도 신축과 구축의 가격 격차가 5년 전부터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주택 고령화는 전통적인 입지 격차를 딛고 신축 강세를 지지하면서 오랫동안 굳어진 대한민국 집값의 등고선을 변형해나갈 전망이다.
신축 오피스빌딩 가치 상승
글로벌 부동산 조사기관 CBRE에 따르면 2020년 서울 오피스빌딩 거래 규모는 12조 원이다. 서울은 일본 도쿄에 이어 오피스 직접투자가 가장 활발한 세계 2위 도시다. 전 세계적으로 매력 있는 투자처로 떠오른 서울 오피스빌딩 역시 고령화 추세에 올라타 신축 오피스빌딩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확장된 강남 업무권역’인 경기 성남시 판교의 오피스빌딩은 4차 산업혁명과 신축 오피스빌딩 선호가 맞물려 미래 투자처로 각광받을 전망이다.도시 쇠퇴에 이어 두 번째 위협 요인은 ‘생활서비스 격차의 심화’다. 이는 지역별 ‘생활 편의 양극화’와 관련된 문제로, 생활 편리성은 집값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입지 요인 중 하나다. 정부는 생활 편의 격차를 줄이고자 ‘생활SOC 복합화 사업’을 2019년부터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생활SOC(사회간접자본)란 먹고 자고 자녀를 키우고 노인을 부양하고 일하고 쉬는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인프라를 뜻한다. 생활SOC 복합화 사업에 선정된 지역은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교실’, 노인을 위한 요양시설, 의료시설, 그리고 도서관 같은 문화시설을 갖추게 된다. 33억 원 사업비가 투입돼 지난해 개소한 생활SOC 복합시설 ‘신월6동 행정복합타운’은 도서관, 가족센터, 청소년 시설 등 지상 4층 규모로 신축돼 해당 시설을 품은 신정뉴타운의 입지 가치를 높였다.
생활SOC 동네 인기 주거지로 급부상
지난해 서울 빌라 거래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재개발 투자뿐 아니라 ‘어떻게든 인 서울’ 이라는 기조가 확산하면서 신혼부부 등 내 집 마련 젊은 수요층이 비싼 아파트 대신 주거 대안으로 ‘빌라’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질 좋은 신축 아파트의 공급 공백이 이어지면서 젊은 실수요층이 빌라, 아파텔 등을 찾아나서는 ‘대안의 시대’가 지속될 것이다. 아파트 대비 생활 편의 시설이 절대적으로 열위인 빌라, 아파텔의 미래 가치에서 생활SOC 접근성은 매우 중요한 입지 요인이다. 실제로 대중의 관심도를 측정할 수 있는 포털사이트 검색량을 살펴보면 ‘생활SOC’ 검색량은 학세권, 몰세권, 숲세권 검색량을 능가하는 등 젊은 실수요층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그래프2 참조). 남성보다 여성의 관심도가 높고, 특히 20~24세 여성과 40~49세 여성이 생활SOC 복합화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혼여성의 ‘아이돌봄’ 수요가 생활SOC에 대한 관심에 투영된 결과다. 생활SOC 복합시설 중에는 어린이 돌봄교실뿐 아니라 초등학교 자녀까지 돌봐줄 ‘다함께 돌봄센터’가 있다. 따라서 보육 기능이 강화된 생활SOC 시설을 유치한 동네는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 인기 주거지로 급부상할 것이다.
정부는 올해 생활SOC 복합화 사업 투자처를 확정했다. 국비 기준 투자 규모가 큰 사업을 꼽자면 서울은 ‘강서구 공항동 생활SOC 복합화 사업’(80억 원), ‘강동구 상일도서관 SOC 복합화 사업’(50억 원), ‘동작구 상도동 SOC 복합화 사업’(50억 원)이 있으며 공항동, 상일동, 상도동의 생활 편의 수혜가 예상된다. 경기도의 경우 ‘고양시 원당동 생활SOC 복합화 사업’(60억 원), ‘삼송역 생활SOC 복합화 사업’(40억 원) 등 원당/삼송 생활권의 가치 상승이 전망된다. 대한민국 제2 도시 부산의 선정 사업 목록을 살펴보면 기장군의 ‘일광 교육행복타운 SOC 복합화 사업’(59억 원)이 가장 많은 사업비를 유치해 일광신도시의 가치 상승이 예상된다.
남해안 부동산 전망 맑음
세 번째 위협 요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다. 기후변화 위협이 점점 커지면서 태풍, 호우 등에 의한 자연재난 피해가 대형화될 전망이다. 이를 앞에서 언급한 ‘건축물의 노후화’ 트렌드와 연계해 생각하자면 노후 건물의 위험도는 강력한 재난 앞에서 더욱 심각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기후변화와 건물 노후화가 맞물리면서 주택뿐 아니라 업무·상업용 건물 등 부동산 전반에 걸쳐 신축 강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다.국토종합계획은 미래 기후변화를 반영해 ‘2100년 재해취약지역 전망’을 소개하고 있다(지도2 참조). 이에 따르면 홍수, 폭설, 강풍 위험도가 큰 지역은 남해안보다 동해안에 더 많이 분포한다. 향후 수도권의 투자 유동성은 철길이 구축되는 타임라인에 따라 동해안에서 남해안으로 넘어갈 전망인데, 여기에 기후변화 변수까지 추가돼 미래 안전투자처로 남해안이 동해안보다 매력적임을 알 수 있다.
다만, 현재 인기 부동산 마케팅 문구인 ‘창문 앞에 바로 펼쳐진 바다’는 미래 가치를 생각할 때 남해안이든, 동해안이든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해안선을 바로 접한 부동산은 해수면 상승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국민환경 의식 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75%를 차지해 압도적이다. 2019년과 비교해 ‘온실가스 증가’(34.5%)보다 ‘해수면 상승’(38.7%)이 더 많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느 때보다 기후변화가 미치는 폐해에 민감해졌으며, 특히 ‘해수면 상승’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질수록 해안선에 맞닿은 부동산의 가치는 장기적으로 재평가될 것이다. 암울하지만 현실적인 미래 기후 시나리오를 펼쳐놓고 부동산 미래를 그려보자면, ‘창문 앞에 바로 펼쳐진 바다’보다 ‘바다 조망이 되는 안전한 휴식처’가 미래 기후재난 시대에 더욱 각광받는 마케팅 문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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