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강자는 단연 e커머스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e커머스 시장이 더 요동치고 있다. 네이버-신세계-쿠팡 3강 구도가 확실시된 상황에서 인터파크, 위메프, 티몬 등 원조 플랫폼 기업은 설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발 빠른 대응 없이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배경에도 e커머스 사업 강화가 있다. 현재 신세계는 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운영하지만 이름값에 비해 실적은 미미하다. 앞서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외형을 키워 e커머스 선두에 오르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e커머스 시장은 상위 플랫폼 쏠림 현상이 유독 심하고, 한번 순위에서 미끄러지면 회복하기도 쉽지 않다. 가격이나 취급 상품에 따라 여러 플랫폼을 순회하며 쇼핑하는 한국 소비자의 특성도 한몫한다.
e커머스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예상보다 2~3년 빨리 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e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 1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100조 원이던 시장이 3년 새 몸집이 2배 가까이 커졌다. 업계는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27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기준 e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 18%, 쿠팡 13%,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G9) 12% 순으로 알려졌다. 이베이는 2001년 옥션, 2009년 인터파크로부터 G마켓을 인수한 데 이어 2013년 트렌드 라이프 쇼핑 사이트 G9를 열었다.
최근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e커머스 판은 네이버-신세계-쿠팡 3강 구도로 재편됐다. 이번 인수로 오프라인 유통 대표 주자인 신세계는 오픈마켓까지 거머쥐며 쿠팡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아마존 대항마 ‘쇼피파이’ 벤치마킹
현재 3강의 아성을 깨려는 도전자 중 가장 주목받는 업체는 카카오다. 카카오는 2018년 12월 분사한 카카오커머스를 9월 1일 다시 흡수한다. 카카오커머스는 선물하기, 쇼핑하기, 메이커스, 카카오쇼핑라이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는 한국 대표 IT(정보기술) 플랫폼으로 네이버와 쌍벽을 이루지만, e커머스 부문에서는 몸집이 작다. 지난해 카카오톡 광고와 선물하기 등을 통한 카카오톡 비즈보드 매출은 1조1178억 원을 기록했다. 라이브커머스를 도입했는데도 쇼핑 전체 거래액은 5조 원에 못 미친다. 네이버 27조 원, 이베이코리아(20조 원)+SSG닷컴(3.9조 원) 23조9000억 원, 쿠팡은 22조 원 규모다(그래프 참조).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을 취하고 있다. 7월 론칭 예정인 ‘카카오점(店)’은 D2C 서비스로, 각 제조사의 자체 몰이 카카오톡에 입점하는 형태다. 상품이나 브랜드가 아닌 제조사가 운영하는 몰을 유치하는 방식인 것이다. 카카오 플러스친구 페이지와 제조사몰을 연동하거나 페이지 전체를 자체 몰처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점 수수료도 무료다. 그 대신 카카오는 카카오점에 간편로그인, 페이 등 서비스 도구를 제공하며 사용자 수와 이용 시간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다. 미국 e커머스 신흥 강자로 불리는 ‘쇼피파이’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 다수 기업이 아마존 대항마로 쇼피파이를 지목한다. 네이버도 쇼피파이 형태를 취하고는 있지만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카카오는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고, 이용자 데이터까지 제공하는 완전 개방형 서비스를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네이버, 신세계, 쿠팡에 이어 카카오까지 선두를 차지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후순위 중소 e커머스 기업들은 더욱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먼저 SK텔레콤 e커머스 자회사 11번가는 아마존과 협력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액 증가폭이 2% 안팎에 그치고, 지난해 영업손실액이 98억 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 전환에 따른 부담도 큰 상황이다. 현재 11번가는 아마존과의 협력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11번가는 7월 아마존과 협력해 11번가 안에 글로벌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11번가가 사실상 아마존 국내총판 대행을 맡는 셈이다. 업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아마존은 11번가 지분을 30%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11번가 신주인수권을 통해 지분을 아마존에 넘기는 것을 포함하는 협력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 기업공개(IPO)가 2023년으로 예정된 상황에서 아마존으로부터 좋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하려면 글로벌스토어 성과가 그만큼 좋아야 한다. SK텔레콤은 11번가의 물류망 확충 등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서는 아마존에 좋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SK텔레콤은 아마존 글로벌스토어 오픈을 계기로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11번가의 지난해 매출액은 5400억 원으로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아마존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해외 직구 시장을 접수한다면 향후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더욱이 아마존과의 전략적 제휴는 단순히 해외 직구를 넘어 아마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드론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에어, 무인 식품 시장인 아마존 프레시 같은 서비스도 국내에 들여올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엿보인다.
수장 교체로 재정비 모색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e커머스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지난해 거래액 기준 6, 7위를 차지한 위메프와 티몬은 최근 수장 교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두 업체는 2010년 쿠팡과 함께 e커머스 시장에 진출해 초기 e커머스 시장을 이끌었다. 현재 3사가 처한 상황은 전혀 다르다. 쿠팡은 연매출 13조 원 이상과 13% 시장 점유율을 달성한 반면, 위메프는 3000억 원대 연매출과 5% 점유율을, 티몬은 1000억 원대 연매출과 3% 점유율을 보이며 고전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업체는 e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새 사령탑을 선임하는 등 재정비에 돌입했다.
먼저 위메프는 2월 하송 대표를 선임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하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철저하게 사용자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선언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위메프는 오픈마켓 방식의 차등 수수료를 폐지하고 포털 방식의 최저 수수료율인 2.9% 정책을 도입하면서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도 선언했다.
티몬은 올해 상장을 예고한 만큼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 그래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던 전인천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티몬은 올해 초 상장 전 지분투자 작업으로 3050억 원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전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장윤석 대표는 모바일 콘텐츠 제작업체 피키캐스트를 창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현재 국내 ‘첫 판매 수수료 –1%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간 수수료를 0%로 낮추거나 부분 감면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마이너스 수수료를 내걸어 판매 수수료를 환급해주는 것은 티몬이 처음이다. 이외에도 티몬은 ‘100초어택’ ‘10분어택’ ‘공유타임’ ‘모닝타임’ ‘나이트타임’ 등 타임커머스 콘셉트의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e커머스 기업들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후순위 업체들은 기존 거래액을 지키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위메프, 티몬과 함께 원조 소셜커머스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는 인터파크의 경우 쇼핑 부문 올해 1분기 거래액이 25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줄었다. 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티몬과 위메프도 지난해 매출이 각각 13.9%, 17.2% 감소했다.
업계는 향후 네이버-신세계-쿠팡으로 e커머스 시장이 재편된다면 나머지 업체 가운데 도태되는 기업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존에 내세운 가격 경쟁력 외에 차별점을 찾지 못할 경우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유통업계, 특히 e커머스 시장 내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살벌하다”며 “싼 물건만 내세우던 시대는 지났다.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유인책을 누가 빨리 찾느냐에 따라 적자생존의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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