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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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로나 백신’ 외교 카드 활용 … 文도 日처럼 정상회담 통해 확보?

文 대통령 5월 21일 워싱턴 실무 방문… “美, 韓 친중 노선 기우는 것 막으려 해”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21-05-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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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0일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4월 30일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에 이어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직접 회담하는 두 번째 정상이 됐다. 문 대통령은 5월 21일 미국을 실무 방문할 예정이다. 4월 16일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미·일 동맹을 과시했다. 이를 의식한 듯 같은 날 문 대통령은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했다. 4월 21일 보도된 이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는 과다한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단계(북한의 단계적 핵 폐기)들이 미국의 상응하는 양보와 잘 맞아 들어가면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같이 북한에게 소중한 자산들의 제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 북·미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美 양보하면 北 미사일 폐기?

    문 대통령의 주장을 살펴보면 의문이 남는다. 미국이 ‘상응하는 양보’를 하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제거할 것이라고 예단한 근거는 무엇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해놓고 싱가포르 합의는 지켜야 한다고 한 이유는 또 무엇인가. 이를 통해 보면 문재인 정권은 북한과 교류 재개를 강력히 희망하는 듯하다. 남북한이 교류할 수 있게끔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대북제재를 해제하라는 뉘앙스도 읽힌다. 2019년 2월 ‘노딜’로 끝난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처럼 북한에게 ‘빅딜’을 요구하지 말라는 뜻도 된다.

    지난해 여름 북한은 큰 수해를 겪었다.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 방향을 가늠케 하는 발언을 이따금 내놓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올봄 ‘보릿고개’로 북한에 많은 아사자가 나올 수 있다며 100만t 식량 지원을 주장했다. 이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4·27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아 “북한에 식량 100만t이 부족할 수 있다. 민생협력을 준비 중”이라고 화답했다. 이는 3월 말 북한 미사일 발사는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그럼에도 무반응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바이든 정부의 움직임에 말문을 열었다. 4월 28일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북한과 이란의 핵 위협을 거론하며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해 단호하게 이를 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엔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에 5월 2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미국 집권자가 첫 시정연설에서 대(對)조선 입장을 이런 식으로 밝힌 것은 묵과할 수 없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5월 1일 공개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놀랍게도 문 대통령이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요구한 ‘단계적 접근’이 담겨 있었다. 미국 방문을 앞둔 문 대통령으로선 크게 안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북한과 화해는 문재인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4월 16일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한 스가 총리도 같은 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화상연설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과 생산적 북·일 관계 수립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을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분명한 유엔 대북결의 위반이고 핵을 포함한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국 이탈 막으며 북한 리스크 관리

    4월 16일(현지 시각)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뉴시스]

    4월 16일(현지 시각)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뉴시스]

    스가 총리는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방미 메시지의 핵심은 ‘쿼드(Quad) 참여 재확인’이었다. 쿼드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대중(對中) 봉쇄전략 ‘다이아몬드’에서 비롯됐으니 같은 자민당 출신 스가 총리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쿼드 참여 의지를 재천명한 스가 총리는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전화 통화할 기회를 잡았고 그 결과 올해 9월까지 일본 전 국민에게 접종할 백신 분량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미·일 양국이 ‘쿼드·백신 공동체’임을 과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쿼드에 참여하겠다고 하면 미국은 백신 조기 공급을 보장해줄지 모른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의 행보를 보면 한국이 당장 쿼드에 가담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두 번째 정상회담 대상으로 정한 것은 ‘한국은 우리 편’이라는 신호를 중국에 보내기 위해서다. 일단 한국을 껴안아야 하기 때문에 북핵 문제에 대한 단계적 접근도 들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단계적 접근 방식을 수용하면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한국이 친중 노선으로 기우는 것을 막으려는 포석처럼 보인다.

    미국의 다음 포석은 무엇일까. 유력한 것은 코로나19 백신을 외교정책 카드로 활용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질수록 이 카드는 위력을 발휘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손해 볼 일 없는 ‘단계적 접근’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문재인 정권을 코로나19 백신 공급이라는 카드로 통제할 것으로 보인다. 대일(對日)전 패배를 참을 수 없어 하는 ‘한국적 특성’까지 미국이 적절히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어찌됐든 스가 총리는 미국과 실무회담 직후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면 큰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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