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다시 왔다. 그까지 다시 부른 걸 보면 새누리당이 처한 상황이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꼭 4년 전에도 그랬다. 19대 총선을 100일 앞둔 2012년 1월, 덥수룩한 수염에 점퍼 차림의 그가 한나라당 당사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넥타이 맨 말쑥한 정장 차림이 기본인 한나라당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 그 자체였다. 그를 부른 이는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박 비대위원장은 그에게 ‘홍보’ 업무에 관한 한 거의 전권을 위임했다. 그는 작두에 오른 무당처럼 맘껏 칼춤을 췄다. 딴나라당 소리를 들으며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던 당명을 ‘새로운 세상’ ‘신세계’의 순우리말인 새누리당으로, 차분하면서도 정적인 파란색의 당 상징색을 열정적이고 동적인 빨간색으로 확 바꿨다. 그의 창조적 파괴에 힘입어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때만 해도 100석 얻기도 쉽지 않으리란 암울한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그 같은 전망을 보기 좋게 깨뜨리고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때도 그는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쳤다.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단일화 드라마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을 때,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0대와 30대를 대상으로 차분히 ‘박근혜 제대로 알리기’에 나섰다. 호감으로까지 바꿔내진 못했지만, 최소한 20대와 30대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그는 홀연히 여의도를 떠났다.
새누리당에서 그에게 부여한 공식 직함은 홍보기획본부장. 그러나 그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국민의 소리를 당에 전하는 민심본부장을 자처한다. 긴 단어를 축약하는 것이 몸에 밴 젊은이들 언어로 얘기하자면 ‘민본’이다. 민본 조동원(사진)을 2015년 12월 30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에 새로 문을 연 포시즌 호텔에서 만났다.
▼ 다시 새누리당으로 돌아온 계기가 있나.
“국회가 식물국회 프레임에 빠져 하염없이 공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총선에서 의회권력을 개혁해내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겠다는 위기감이 컸다.”
▼ 첫 작품이 당 회의실 뒷배경 교체였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게 동의를 구하고 회의실 백보드부터 바꿨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혁신’이었다. 이번엔 ‘개혁’이다.”
▼ 왜 개혁인가.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개혁을 실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집권여당만이 개혁을 앞장서 이끌어갈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대한민국은 개혁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데, 정작 개혁을 소리 높여 외쳐야 할 사회지도층은 개혁에 둔감하다는 점이다.”
“개혁은 기득권을 깨뜨려야 가능하다. 갖고 있는 것을 내주고,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양보해 새로운 사람이 그 자리에 들어올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개혁이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갖고 있는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국회의원도, 노동조합도 이미 획득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기득권 세력이다.”
조 본부장의 개혁론을 듣다 보니 문득 박근혜 대통령의 개혁론과 겹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2015년 12월 23일 정부가 추진한 24개 핵심 개혁 과제 점검회의에서 “만약 국회의 비협조로 노동개혁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국회의 입법 지연을 질타한 바 있다.
▼ 새누리당에 돌아오기 전 박 대통령과 교감이 있었나.
“아이 참. 내가 (당에) 오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김무성 대표와 얘기하고 왔다.”
▼ 언제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나.
“(12월) 28일부터 당에 나왔으니까, 그 일주일 전인 21일이나 22일쯤 전화로 연락받았다. 이번에 다시 가면 ‘왜 불렀을까’ 후회할 정도로 막 나갈 것 같다고 했더니 피식 웃더라.”
▼ 김 대표 애칭이 무대(무성 대장의 준말)다. 대장에게 막 나갈 수 있겠나.
“대장이라는 것이 장점이기는 한데, 대장에 너무 집착하는 강박도 있다. 그게 탈이다.”
▼ 1년 반 만에 여의도로 돌아온 소감이 어떤가.
“과거보다 더 조용해진 느낌이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꼼짝 못 하는 게 있어 새누리당이 억울한 점이 있겠지만, 여든 야든 먼저 나서서 개혁 이슈를 제기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야권의 지각변동이 한창 진행 중이다.
“여의도(국회) 전체가 ‘할 일을 안 한다’는 국민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이 톡 튀어나와 움직이니까 신선해 보일 뿐이다. 옛날(안철수 현상이 한창이던 2011년과 2012년)에 비해 조금 꺼지긴 했어도, 여전히 안철수 의원은 환상 속에 있다. 어느 순간 환상이 걷히면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 총선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에 가장 시급한 과제가 뭐라고 보나.
“인물이 가장 중요하다.”
▼ 새 인물 영입?
“새 인물이든 기존 인물이든 선거는 결국 인물과 방향에 의해 승패가 갈리기 마련이다.”
▼ 선거구도와 바람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는데.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려면 아직도 두 달 이상 남았다. 만약 한 달 뒤 선거운동이 시작되더라도 삼수갑산을 몇 번은 왔다 갔다 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읽고, 민심의 흐름을 잘 타는 것이 중요하다.”
▼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꿨다.
“‘더불어’는 선거 슬로건을 당명에 붙인 것 아닌가. 선거 때면 각 정당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핵심 메시지를 국민에게 제시한다. 그 가운데 국민은 시대적 공감대가 담긴 메시지에 고개를 끄덕인다. 개혁이냐, 더불어냐. 국민이 선택해줄 것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 캐치프레이즈가 ‘함께 서울’이다.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당명은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더불어에 담긴 메시지는 확실히 ‘진보’로 가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일화가 있다. 안철수 의원 탈당 직후 문재인 대표가 보인 행적이다. 문 대표는 직접 운전하고 양산에 내려갔고, 양산에서 손주를 만나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을 탔다. 당대표의 개인적인 일상으로 볼 수 있겠지만, 나는 계획된 것으로 본다. 평온한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안철수와의 결별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떻게 됐나.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이 대거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았나.”
“안철수 탈당, 온라인 당원 가입 등 일련의 과정은 총선과 총선 이후를 겨냥한 친노(친노무현)의 고도 선거 전략일 수 있다. 만약 문 대표가 새누리당과 양당 대결구도 속에서 총선을 치르면 어떻게 될까. 총선에서 깨질 것이 자명하다. 총선에서 패한 문 대표는 본인뿐 아니라 친노 진영 전체가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수 있다. 그런데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문 의원이 뭐라고 했나. ‘작아도 단단하게 가자’고 했다. 총선 전 안철수, 김한길 의원 등 비노(비노무현) 인사들, 심지어 동교동계까지 다 나가라는 속내를 비친 것이다. 안철수와 비노가 함께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총선을 치르면 총선 이후 문 대표가 아웃될 가능성이 높지만 아무도 없는 친노리그를 만들어놓으면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잠시 대표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친노만의 리그니까, 언제든 컴백이 가능하다.”
▼ 안철수 의원의 탈당은 잘못된 선택인가?
“안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끝까지 버텨 문 대표가 물러날 때 (대표직을) 물려받는 그림이 제일 좋았다. 그런데 노회한 세력들 틈바구니에서 버틸 자신이 없어 나간 것이다.”
▼ 안 의원 탈당 이후 동교동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 모두 야권 주요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를 잡아야 호남 맹주가 된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런데 안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는 나쁠 수밖에 없다. 동교동계와 손잡지 않으면 호남 주도권을 얻기 어렵고, 손을 잡으면 자기가 얘기한 새 정치와 배치된다.”
▼ 탈당 이후 안 의원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했다.
“친노는 진보로 더 결집하고, 안 의원이 중도와 일부 보수까지 외연을 확장한 측면이 있다. 안 의원이 동교동계와 손잡으면 다행이지만, 기득권을 내려놓고 진짜 새 정치를 할까 봐 걱정된다.”
▼ 19대 총선 때도 그랬지만, 20대 총선에서 세대 간 갈등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세대갈등은 뺏고 뺏기는 싸움으로 흘러 대한민국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 의원이 ‘30대와 40대들이 정치의 새로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세대갈등을 부추기고 있는데 이는 새 정치, 좋은 정치를 가장한 나쁜 정치다.”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때도 그는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쳤다.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단일화 드라마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을 때,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0대와 30대를 대상으로 차분히 ‘박근혜 제대로 알리기’에 나섰다. 호감으로까지 바꿔내진 못했지만, 최소한 20대와 30대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그는 홀연히 여의도를 떠났다.
2014년엔 혁신, 2016년엔 개혁
그가 다시 여의도로 돌아온 것은 2014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서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패색이 짙던 새누리당 측이 그를 구원투수로 호출했다. 이때도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지방선거 선거운동 막바지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벌인 ‘대통령을 도와주세요’라는 릴레이 피켓시위를 기획했다. 불리한 판세를 뒤집는 반전의 명수. 그가 다시 여의도로 왔다. 다시 말해 새누리당이 지금 큰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후 새누리당 지지율은 한동안 하락했다.새누리당에서 그에게 부여한 공식 직함은 홍보기획본부장. 그러나 그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국민의 소리를 당에 전하는 민심본부장을 자처한다. 긴 단어를 축약하는 것이 몸에 밴 젊은이들 언어로 얘기하자면 ‘민본’이다. 민본 조동원(사진)을 2015년 12월 30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에 새로 문을 연 포시즌 호텔에서 만났다.
▼ 다시 새누리당으로 돌아온 계기가 있나.
“국회가 식물국회 프레임에 빠져 하염없이 공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총선에서 의회권력을 개혁해내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겠다는 위기감이 컸다.”
▼ 첫 작품이 당 회의실 뒷배경 교체였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게 동의를 구하고 회의실 백보드부터 바꿨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혁신’이었다. 이번엔 ‘개혁’이다.”
▼ 왜 개혁인가.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개혁을 실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집권여당만이 개혁을 앞장서 이끌어갈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대한민국은 개혁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데, 정작 개혁을 소리 높여 외쳐야 할 사회지도층은 개혁에 둔감하다는 점이다.”
▼ 개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개혁은 기득권을 깨뜨려야 가능하다. 갖고 있는 것을 내주고,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양보해 새로운 사람이 그 자리에 들어올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개혁이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갖고 있는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국회의원도, 노동조합도 이미 획득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기득권 세력이다.”
조 본부장의 개혁론을 듣다 보니 문득 박근혜 대통령의 개혁론과 겹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2015년 12월 23일 정부가 추진한 24개 핵심 개혁 과제 점검회의에서 “만약 국회의 비협조로 노동개혁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국회의 입법 지연을 질타한 바 있다.
▼ 새누리당에 돌아오기 전 박 대통령과 교감이 있었나.
“아이 참. 내가 (당에) 오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김무성 대표와 얘기하고 왔다.”
▼ 언제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나.
“(12월) 28일부터 당에 나왔으니까, 그 일주일 전인 21일이나 22일쯤 전화로 연락받았다. 이번에 다시 가면 ‘왜 불렀을까’ 후회할 정도로 막 나갈 것 같다고 했더니 피식 웃더라.”
▼ 김 대표 애칭이 무대(무성 대장의 준말)다. 대장에게 막 나갈 수 있겠나.
“대장이라는 것이 장점이기는 한데, 대장에 너무 집착하는 강박도 있다. 그게 탈이다.”
▼ 1년 반 만에 여의도로 돌아온 소감이 어떤가.
“과거보다 더 조용해진 느낌이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꼼짝 못 하는 게 있어 새누리당이 억울한 점이 있겠지만, 여든 야든 먼저 나서서 개혁 이슈를 제기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야권의 지각변동이 한창 진행 중이다.
“여의도(국회) 전체가 ‘할 일을 안 한다’는 국민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이 톡 튀어나와 움직이니까 신선해 보일 뿐이다. 옛날(안철수 현상이 한창이던 2011년과 2012년)에 비해 조금 꺼지긴 했어도, 여전히 안철수 의원은 환상 속에 있다. 어느 순간 환상이 걷히면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 총선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에 가장 시급한 과제가 뭐라고 보나.
“인물이 가장 중요하다.”
▼ 새 인물 영입?
“새 인물이든 기존 인물이든 선거는 결국 인물과 방향에 의해 승패가 갈리기 마련이다.”
▼ 선거구도와 바람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는데.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려면 아직도 두 달 이상 남았다. 만약 한 달 뒤 선거운동이 시작되더라도 삼수갑산을 몇 번은 왔다 갔다 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읽고, 민심의 흐름을 잘 타는 것이 중요하다.”
▼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꿨다.
“‘더불어’는 선거 슬로건을 당명에 붙인 것 아닌가. 선거 때면 각 정당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핵심 메시지를 국민에게 제시한다. 그 가운데 국민은 시대적 공감대가 담긴 메시지에 고개를 끄덕인다. 개혁이냐, 더불어냐. 국민이 선택해줄 것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 캐치프레이즈가 ‘함께 서울’이다.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당명은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더불어에 담긴 메시지는 확실히 ‘진보’로 가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일화가 있다. 안철수 의원 탈당 직후 문재인 대표가 보인 행적이다. 문 대표는 직접 운전하고 양산에 내려갔고, 양산에서 손주를 만나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을 탔다. 당대표의 개인적인 일상으로 볼 수 있겠지만, 나는 계획된 것으로 본다. 평온한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안철수와의 결별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떻게 됐나.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이 대거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았나.”
안철수, 진짜 새 정치할까 봐 걱정
▼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와의 결별을 원했다는 뜻인가.“안철수 탈당, 온라인 당원 가입 등 일련의 과정은 총선과 총선 이후를 겨냥한 친노(친노무현)의 고도 선거 전략일 수 있다. 만약 문 대표가 새누리당과 양당 대결구도 속에서 총선을 치르면 어떻게 될까. 총선에서 깨질 것이 자명하다. 총선에서 패한 문 대표는 본인뿐 아니라 친노 진영 전체가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수 있다. 그런데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문 의원이 뭐라고 했나. ‘작아도 단단하게 가자’고 했다. 총선 전 안철수, 김한길 의원 등 비노(비노무현) 인사들, 심지어 동교동계까지 다 나가라는 속내를 비친 것이다. 안철수와 비노가 함께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총선을 치르면 총선 이후 문 대표가 아웃될 가능성이 높지만 아무도 없는 친노리그를 만들어놓으면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잠시 대표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친노만의 리그니까, 언제든 컴백이 가능하다.”
▼ 안철수 의원의 탈당은 잘못된 선택인가?
“안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끝까지 버텨 문 대표가 물러날 때 (대표직을) 물려받는 그림이 제일 좋았다. 그런데 노회한 세력들 틈바구니에서 버틸 자신이 없어 나간 것이다.”
▼ 안 의원 탈당 이후 동교동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 모두 야권 주요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를 잡아야 호남 맹주가 된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런데 안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는 나쁠 수밖에 없다. 동교동계와 손잡지 않으면 호남 주도권을 얻기 어렵고, 손을 잡으면 자기가 얘기한 새 정치와 배치된다.”
▼ 탈당 이후 안 의원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했다.
“친노는 진보로 더 결집하고, 안 의원이 중도와 일부 보수까지 외연을 확장한 측면이 있다. 안 의원이 동교동계와 손잡으면 다행이지만, 기득권을 내려놓고 진짜 새 정치를 할까 봐 걱정된다.”
▼ 19대 총선 때도 그랬지만, 20대 총선에서 세대 간 갈등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세대갈등은 뺏고 뺏기는 싸움으로 흘러 대한민국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 의원이 ‘30대와 40대들이 정치의 새로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세대갈등을 부추기고 있는데 이는 새 정치, 좋은 정치를 가장한 나쁜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