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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시범사업 개시를 앞두고 간편결제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카카오페이가 제로페이에서 빠지고, 애초에 배제 대상이던 금융부가통신망사업자(VAN·밴사)는 참여가 검토되고 있다. 은행들은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이지만 정부 눈치를 보느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동참하는 형국이고, 제로페이 수혜자인 소상공인들은 여신(與信) 기능이 빠진 제로페이 사업이 과연 성공할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10만 가맹점 모두 내놔라?!
그런데 카카오페이가 제로페이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제로페이가 시작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제로페이와 유사한 계좌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는 최대 규모의 민간사업자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가입자는 2500만 명, 온·오프라인 가맹점은 15만 곳에 달한다. 월 거래액은 9월 2조 원을 돌파했다.
카카오페이는 여러모로 제로페이와 유사하다. △신용카드가 아닌 은행 계좌 기반의 간편결제라는 점 △QR코드 스캔을 통한 결제 방식이라는 점 △소상공인 가맹점에서는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은 제외). 카카오페이가 제로페이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이 둘이 서로 경쟁하는 모양새가 되는 셈이다. ‘결제 현장’에선 혼란이 생길 것으로도 보인다. 예를 들어 스티커 등으로 인쇄된 고정형 QR코드를 사용하는 매장의 경우 계산대에 카카오페이와 제로페이의 QR코드를 각각 붙여놓고 고객이 원하는 결제 수단에 맞춰 QR코드를 스캔하라고 안내해야 한다.
제로페이 불참에 대해 카카오페이 측은 “향후 참여 가능성을 모두 닫은 것은 아니다. 현재 서비스 중인 기존 사업과 병행할 수 있는 구조인지 논의한 뒤 결정하려 한다”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제로페이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가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 첫째, 제로페이가 카카오페이의 QR코드 방식이 아닌 이번에 금융위원회가 만든 QR코드 결제 표준을 사용한다는 점, 둘째, 카카오페이가 자체 확보한 오프라인 가맹점을 제로페이 참여 사업자 모두와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카카오페이와 제로페이의 QR코드는 각각 ‘품고 있는’ 정보가 다르다. 카카오페이의 QR코드에는 해당 가맹점의 URL(Uniform Resource Locator) 정보가 들어 있지만, 제로페이의 QR코드에는 가맹점의 아이디(ID) 정보가 담긴다. 이렇게 QR코드 방식이 다른 점에 대해 카카오페이 측은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지만 개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이 제로페이 QR코드를 읽어 결제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 카카오페이가 금융위원회의 QR코드 결제 표준을 따르지 않더라도 제로페이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양쪽 QR코드가 하나로 통합되진 않는다. 매장에 2개의 QR코드를 모두 붙여놓는 것은 변함없고, 카카오톡 앱으로 제로페이 QR코드를 스캔하더라도 결제가 되는 것뿐이다. 또한 제로페이에만 가입한 가맹점에서도 카카오톡 앱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점은 카카오페이가 자체적으로 가맹점을 늘려가는 현 사업 방식에서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제로페이는 참여 사업자들이 가맹점을 공동으로 모집해 다 함께 공유하는 사업 모델을 지향한다. 그런데 카카오페이는 이미 10만 곳 이상의 오프라인 가맹점을 단독으로 확보해놓은 상황. 카카오페이는 5월부터 스티커 등에 인쇄된 QR결제 키트(Kit)를 소상공인들에게 배포하기 시작했는데, 3개월 만에 배포 건수가 10만 키트를 초과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자체 확보한 가맹점을 제로페이 사업단에 내놓는 것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 사안에 대해 카카오페이 측은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중기부 측은 “공동의 QR, 공동의 가맹점 체제로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 제로페이의 취지이지만, 업체 사정에 따라 논의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배제 대상이던 밴사의 참여를 검토하고 있어 제로페이 사업의 기본 콘셉트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중기부는 제로페이에 참여하는 금융회사들에게 밴사 수수료를 얼마나 지급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e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부 측은 “소상공인을 제외한 일반가맹점의 수수료를 정하기 위해 의견을 취합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밴사 없이 제로페이 사업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현실적으로 밴사 없이는 사업 무리”
간편결제는 가맹점주가 소비자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생성된 QR코드를 스캔하는 변동형 QR 방식(왼쪽)과 소비자가 매장에 비치된 QR코드를 스캔하는 고정형 QR 방식으로 나뉜다. [사진 제공 · 카카오페이]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청안식탁’에 카카오페이 결제 안내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10만 곳 이상 오프라인 간편결제 가맹점을 모집해둔 상태다. [지호영 기자]
제로페이는 ‘계좌 기반’ 간편결제다. 즉 체크카드처럼 자신의 은행 계좌에 있는 돈으로 바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7월 태스크포스 출범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 소액결제처럼 소액 규모의 여신 기능을 포함시키는 것이 고려됐지만, 시범 사업에서는 이를 제외하기로 했다. 제로페이 태스크포스에 참여했던 비씨카드 관계자는 “우리가 할 역할이 더는 없어 제로페이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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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유인책 ‘부족’
7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은행계, 산업계,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했다.
한 신용카드업계 관계자는 “결국 제로페이는 한국의 굳건한 신용카드 결제 문화를 계좌 기반의 결제 문화로 전환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일으킬 만큼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용카드로 편중된 결제시장을 다양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 할 사업은 아니었다”며 “정부가 직접 개입하니까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제로페이에 소득공제율 40%를 적용하는 것 외에도 지방자치단체 공용주차장 할인 등 혜택을 추가할 것”이라면서 “본 사업에서는 여신 기능을 더할 수도 있고, 은행도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하다 보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의 QR코드는 위험하다?!
금융위, “위 · 변조 및 해킹 방지에 미흡” … 카카오, “서버 보안 강화가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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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QR 표준은 △위 · 변조 방지를 위해 QR코드 내에 자체 보안 기능을 갖추고 △외부 URL 연결 시 해당 사이트에 대한 보안 점검 및 해킹 방지 대책을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카카오페이 QR코드의 경우 자체 보안 장치나 해킹 보안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QR 표준은 QR코드의 오류복원율을 15% 이하로 제한하지만, 카카오페이는 따로 오류복원율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 오류복원율이란 QR코드가 일부 손상되더라도 제대로 인식되도록 설정하는 수준을 가리키는 것으로, 오류복원율이 15%라면 QR코드가 15%까지 손상되더라도 인식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오류복원율을 30%까지 허용하지만, 국내 QR 표준은 보안 강화를 위해 15%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QR코드를 스캔해 URL로 이동할 때 해킹을 예방하는 별도 대책이 미흡한 것으로도 안다”고도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는 스티커 등으로 인쇄되는 고정형 QR코드의 경우 보안을 위해 위 · 변조 방지 특수필름을 부착하게 한다. 카카오페이의 고정형 QR코드는 그런 특수필름을 부착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카카오페이 측은 “QR코드 자체 보안뿐 아니라 빅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반박한다. 점차 고도화되는 지능적인 위 · 변조 시도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서버 보안 강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카카오페이 측은 “2015년 자체 기술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모든 거래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별도의 전문 조직이 이상 징후를 확인하는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