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수술을 받은 뒤 우울증과 상실감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암 덩어리는 모두 제거했지만 변형된 환부 탓에 수술 후에도 심리적 고통이 지속된다. 국내 유방암 환자는 약 18만 명. 이들은 대부분 암세포의 확산을 막고자 환부의 변형을 각오하고 수술대에 오른다. 유방암 환자의 34.1%는 환부를 모두 상실하는 전체 절제술을 받는다. 나머지 65.9% 환자는 부분 절제술을 받지만 수술 후 변형과 흉터 등으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유방암 치료 협진 콤비로 나선 고대안암병원 유방센터장 정승필 교수(오른쪽)와 성형외과장 윤을식 교수. [홍중식 기자]
절개 부위 대폭 줄여 수술 흔적 거의 안 남아
조모(66·여) 씨는 2013년 11월 건강검진 당시 오른쪽 유방에서 혹이 발견됐다. 고대안암병원 유방센터를 찾아 초음파와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한 결과 1cm 크기의 암 확진이 나왔다. 다른 부위에 전이되지 않은 유방암 1기로, 호르몬수용체 양성 반응을 보이는 암이었다. 수술 집도의였던 정 교수는 “여성호르몬이 호르몬수용체에 달라붙어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되는 환자였다”며 “항호르몬제인 타목시펜이나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5년간 복용해 치료됐다”고 말했다.문제는 암세포를 없애는 수술이었다. 정 교수는 “몇 년 전만 해도 의사가 수술하기 편하게 암에서 가까운 피부를 가로로 길게 절개했지만, 요즘은 유방종양성형술로 절개 부위를 대폭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성형술은 절개 구멍을 최소로 내 수술 자국이 보이지 않게 하는 의료기술로, 암 덩어리를 떼어낸 부위가 꺼지지 않도록 유방 조직의 모양을 잡고 좌우 크기도 조정한다. 정 교수는 “이 환자의 경우 유륜 테두리를 따라 절개선을 내 수술한지도 모를 정도로 마무리했다”며 “현재까지 유방암도 재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모(58·여) 씨는 왼쪽 유방에서 혹이 만져졌지만 암 확진이 무서워 정밀진단을 미뤄왔다. 2016년 9월 병원에서 검사받았을 때 암 크기가 5cm를 넘어섰고,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다른 장기로는 전이되지 않았지만 이미 3기였다. 또 암세포가 빨리 자라고 재발과 전이도 많은 3중 음성에 해당됐다. 3중 음성은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허투(Her-2) 등 3가지 수용체가 없어 항호르몬 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암이다.
정 교수는 “종전 같으면 유방 전체 절제술을 하고 겨드랑이 림프절도 다 제거했겠지만, 우리 의료진은 수술 전 항암치료부터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환자에게 6개월간 8회에 걸쳐 선행 항암치료를 하고 MRI를 찍었더니 암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도 사라졌다. 정 교수는 “유륜 테두리를 절개해 암 덩어리만 깨끗이 제거하고 겨드랑이 림프절은 보존했다”고 말했다. 겨드랑이에는 팔이나 등을 움직이는 신경이 지나가는데 림프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자칫 감각 이상이나 운동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유방암 절제술을 받은 뒤 팔이 붓고 통증이 심하다는 환자가 많다. 대부분 겨드랑이 림프절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림프절로 순환되지 못한 림프액은 팔에 부종과 염증을 남긴다. 정 교수는 “3기 암 환자라도 수술 후 부종과 통증 같은 후유증을 없애는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모(65·여) 씨는 지난해 5월 오른쪽 유방 조직을 모두 잘라냈다. 암 덩어리가 3개 이상 발견된 다발성 유방암으로, 2기에 해당됐다. 그나마 수술 전 항암제를 투여해 유두와 유륜을 보존할 수 있었다. 의료진은 유방절제술과 복원술을 동시에 진행했다.
전체 절제에도 모양 살리고 보형물 부작용 줄여
윤 교수는 “이 환자처럼 전체 절제술을 했더라도 유두와 유륜이 남은 경우, 유방 밑 주름선을 따라 5cm가량만 절개하고 보형물을 넣어 형태를 복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협진을 통해 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최대한 흉터가 남지 않게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윤 교수는 2012년 수술로봇을 이용해 유방재건술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 뒤부터 흉터가 보이지 않는 수술은 그의 전문 분야가 됐다. “보형물을 넣는 수술을 할 때 예전에는 브래지어 라인을 따라 가로로 20cm가량 길게 절개했다. 지금 우리 의료진은 로봇수술을 통해 겨드랑이 주름선만 조금 절개하고 수술로봇의 팔을 넣어 유방에 흉터가 남지 않도록 수술한다.”윤 교수에 따르면 수술로봇을 이용하면 절개 구멍이 작아 흉터가 잘 보이지 않고, 회복도 빠르다. 그렇지만 이 수술에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는 일반 유방암 치료의 4배 수준으로 올라간다.
최근 이 병원에서는 보형물 주위에 자가 조직을 감싸 넣는 하이브리드 유방재건술도 시행하고 있다. 윤 교수는 “보형물을 넣으면 유방이 딱딱해지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유방의 좌우 대칭과 피부 탄력도 좋아진다”며 “환자 역시 충분한 상담을 통해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