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7

2011.05.16

뒤뚱뒤뚱 IBM 공룡 스마트 몸매로 탈바꿈

샘 팔미사노

  • 정지훈 관동대 IT융합연구소 교수 @niconcep

    입력2011-05-16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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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뚱뒤뚱 IBM 공룡 스마트 몸매로 탈바꿈

    샘 팔미사노는 혁신을 통해 IBM을 지식기반 회사로 변신시켰다.

    컴퓨터 산업에 있어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이라는 이름은 일종의 전설과도 같다. 애플 II를 시작으로 ‘PC(개인용 컴퓨터)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혜성같이 나타난 애플 II에 대항하기 위해 IBM은 1980년대 IBM-PC를 내세워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지만 진화하지 못하는 공룡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양한 클론과 워크스테이션이 등장하고, 운영체제(OS)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처절하게 밀려 공룡은 거의 죽어가는 상태였다. 1993년부터 IBM의 지휘봉을 잡은 루이스 거스너는 수만 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마진이 많이 남는 시스템 통합 및 서비스 시장에 집중하며 공룡을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IBM은 2003년 샘 팔미사노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했다. 그는 무엇보다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회사들이 할 수 없는 미래지향적 사업에 집중 투자했다. 또한 매년 수천 개에 이르는 특허를 확보해 자연스럽게 지식기반의 회사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IBM의 이런 변신은 거대 공룡이 작지만 머리 좋은 인류로 진화한 것에 비유된다.

    팔미사노는 볼티모어 출신으로, 존스홉킨스대를 졸업한 뒤 1973년 IBM에서 영업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꾸준히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해 1990년대에는 글로벌 서비스 업무를 맡았고,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고객과의 만남에 할애할 만큼 현장 목소리를 중요시했다. 지금도 매일 한 명 이상의 고객을 만난다고 한다.

    그는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중시한다. IBM 연구자들과의 미팅에서도 늘 10년 이상을 내다보라고 강조하는데, 미래를 바꾸는 장기적인 기술이 IBM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최근 경제위기를 통해 IBM의 사명으로 삼았던 미션은 바로 ‘스마터 플래닛(Smarter Planet)’이다. 네트워크와 컴퓨터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 교통, 에너지 등 지구가 풀어야 할 문제의 해법을 지속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지식기반의 고수익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2010년 IBM은 46.1%라는 경이적인 총매출이익률(gross profit margin)을 기록했다.



    1년에 한 번 팔미사노는 전 세계 7곳에 있는 IBM 연구소장들과 함께 하루 종일 마라톤 회의를 한다. 이 회의에서는 어떤 사업을 선택하느냐가 아닌,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새로운 미래가 온다면 회사의 전체 전략은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를 그려보는 것이다. 이 회의를 통해 가끔은 경천동지할 만한 엄청난 결정을 내리기도 하는데, 2002년 회의가 대표적이다. 당시 회의에서 PC 시대는 조만간 종말을 고하고 센서와 스마트폰 시대가 올 것이므로, IBM도 이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후 3년간의 준비를 거쳐 2005년 IBM은 컴퓨터 관련 소비자사업 부문을 중국 레노보에 전격 매각했다. 애플 아이폰이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 때가 2007년이므로, 이보다 5년 전에 결론을 내리고 3년 만에 실행에 옮긴 것이다.

    뒤뚱뒤뚱 IBM 공룡 스마트 몸매로 탈바꿈
    팔미사노는 세계적인 부자지만 검소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거의 20년을 한 집에서 살았고, IBM의 CEO가 된 이후에도 자택에서 회사까지 매일 직접 차를 몰고 출퇴근한다. 그가 60세에 접어들면서 IBM 수장 자리를 누군가에게 물려줄 것이라는 말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미 후계를 위한 여러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누가 뒤를 잇더라도 그가 공룡을 진화시킨 전설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 정지훈 교수는 의사이면서 IT 전문가라는 이색 경력을 지니고 있다. 현재 관동대 의과대 명지병원 융합의학과 교수이자 IT융합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IT의 역사’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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