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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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적 테러 행위 ‘오존층 파괴’

  • < 박상준/ 과학칼럼니스트 > COSMO@chollian.net

    입력2004-12-28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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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지구적 테러 행위 ‘오존층 파괴’
    돌멩이 하나로 달걀을 몇 개나 깰 수 있을까? 달걀 수백·수천 개를 깨도 돌멩이는 금 하나 가지 않고 끄덕 없을 것이다. 이 돌멩이가 바로 오존층 파괴 주범으로 꼽히는 CFC(염화불화탄소)이며 달걀은 물론 오존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위험천만한 돌멩이를 던지고도 시침 뚝 떼는 쪽은 누구인가. 우리는 미국을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월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교토의정서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일방적 파기를 선언해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게서 비난을 받아왔다. CFC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과 함께 지구온난화의 주범(온실가스)으로 알려졌다.

    특히 CFC가 위험한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CFC는 일방적으로 오존을 파괴하는 촉매제다. 촉매는 자기 자신은 전혀 변하지 않으면서 다른 물질의 화학반응을 돕는다. CFC분자는 대기중 조그만 수분이나 얼음 알갱이에 붙어 있다가 우연히 오존분자를 만나면 즉각 파괴해버린다. 하지만 CFC는 전혀 타격을 입지 않고 멀쩡하게 대기를 떠돌아 다니다가 또 다른 오존을 파괴한다. 이런 식으로 CFC분자 하나는 오존분자 몇 천·몇 만 개를 파괴할 수 있다.

    잘 알다시피 오존은 태양에서 오는 강력한 자외선을 막아준다. 그런데 이 원리는 빗방울을 막는 우산 같은 것이 아니다. 오존 분자는 태양의 자외선을 맞으면 산소원자로 해체하고 그 과정에서 자외선도 무해한 열에너지로 바뀐다. 말하자면 오존은 살신성인하듯 자신을 희생해 자외선을 막아낸다. 이렇게 흩어진 산소원자들이 재결합하여 오존을 생성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오존은 산소원자 세 개가 하나로 뭉친 것).

    지구상에 오늘날처럼 생명체가 넘친 것은 아득한 옛날부터 오존층과 태양 자외선과의 싸움이 평형상태를 유지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인간이 공해물질을 만들어내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말았다. 인간이 만들어낸 합성물질, 즉 자연상태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 나타나 오존을 파괴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CFC의 경우, 1930년대에 처음 생산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만든 거의 전량이 대기중에 떠돌아다닌다. 자동차 에어컨이나 냉장고의 냉매, 또 스프레이 깡통의 분무제 등으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CFC는 매우 안정된 물질이라 자체적으로 붕괴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인공적으로 파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태양의 자외선이 그렇게 심각한지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름철 해수욕장에서는 사람들이 일부러 선탠을 즐기기도 하니까.

    그러나 자외선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선탠용 자외선은 파장이 보통 290nm(나노미터:10억분의 1m)이상인데, 이보다 더 파장이 짧을 경우 피부암과 백내장을 유발하며 DNA까지 손상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최근 40여 년 동안 오존층이 10% 정도 감소한 호주에서는 전 세계 피부암 환자의 6%가 발생하며 해마다 1000명 이상이 사망한다. 인구 수는 고작 세계의 0.3%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말이다.



    이렇듯 심각한 오존층 감소를 예방하기 위해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댄 것이 기후협약이다. 97년 100개국 이상이 모여 체결한 교토의정서는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런데 2002년 발효를 앞두고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일방적 거부를 선언했으니 비난이 쏟아졌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핵전쟁을 제외하고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지구온난화라고 한다. 온난화의 주범인 지구 온실가스의 4분의 1을 미국이 배출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전 지구적 테러 행위라는 것을 미국 행정부는 모르는 것일까.



    과학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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