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0

2008.04.08

청정 영주에서 키운 소 살살 녹는다 녹아!

  • 허시명 여행작가 twojobs@empal.com

    입력2008-04-02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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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정 영주에서 키운 소 살살 녹는다 녹아!

    소백산 황제갈비 상차림.

    고기 집이나 횟집에서 요리의 역할은 과연 얼마나 될까? 정답은, 재료가 먼저이고 요리는 부차적이다. 과일을 생각하면 된다. 과일은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산지에서 맛있는 것을 골라내는 게 첫 번째다. 고기맛을 안다고 하는 미식가에게서 ‘소백산’ 숯불구이 정육점을 소개받았다. 그는 ‘소백산’을 서울 강남역 이남에서 가장 맛있는 집이라고 했다.

    무엇을 두고 하는 소릴까 싶어 찾아가봤다. 개업한 지 10년 넘은 집으로 곰탕 5000원, 설렁탕 7000원, 한우 등심 180g에 2만4000원이었다. 모든 고기는 생고기만 취급한다. 양재동이라는 위치를 감안하면 고기값은 싼 편이었다. 왜 가격이 저렴한지 물어보니, 직영하는 영농법인에서 가져오는 한우라고 했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 일품 … 특수부위 모둠도 강력 추천

    쇠고기는 국내산과 수입산으로 나뉜다. 국내산은 한우, 육우, 젖소로 구분하는데 한우는 누렁소, 육우는 고기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된 젖소다. 이 식당은 경북 영주의 소백산 자락에 터잡은 영주전통한우 조합을 가지고 있었다. 한우는 암소 황소 거세소로 나뉘는데, ‘소백산’에서 취급하는 것은 거세소였다. 암소 고기는 부드럽지만 싱거운 맛이 돈다. 황소는 질기지만 고소한 맛이 더 돈다. “거세소는 암소와 황소의 장점을 모두 지니고 있다”고 식당 주인 임종일 사장은 말한다. 보통 몸무게 600kg 나가는 황소를 키우려면 22개월 정도 걸리는데, 거세소를 키우려면 28개월이 걸린다. 황소는 묶어두고 키울 수 있지만 거세소는 네댓 마리씩이라도 한 울타리에 넣고 풀어 키워야 한다.

    소백산 자락 영주는 한우 맛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횡성, 태백, 양평, 함평 등지와 비교하는 것을 꺼릴 정도다. 맛의 근원이 뭐냐고 물으니 임 사장은 소백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바람과 큰 일교차를 꼽았다. 좋은 사료를 먹이는 것보다 자연조건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 식당에서 눈에 띄는 고기는 황제갈비와 특수부위 모둠이었다. 소 갈비뼈는 13줄이다. 그중 4, 5, 6번 줄이 가장 맛있는 부위라 ‘소백산’에서는 황제갈비라 명명하여 판다. 예약한 손님에게만 내놓는 특별 부위다. 갈비 중에서도 더 맛 좋은 갈비가 있다니, 지금까지 갈비를 허투루 먹은 느낌이 들었다. 황제갈비를 먹어보니 그 고소한 맛에 침샘이 먼저 반겼다.

    특수부위 모둠은 윗등심 바깥 부위에 자리한 살치살, 앞다리 중앙에 있는 부채살, 양지 끝부분에 있는 치마살, 횡경막의 일종인 토시살, 갈비 안쪽의 안창살 등으로 구성된다.

    ‘소백산’에서는 고기맛의 다양함을 선보이기 위해 특수부위 모둠 메뉴를 냈다고 한다. 주인이 직접 구워준 핏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안창살 한 점을 먹어보니 부드럽고 졸깃함이 씹을 때마다 어금니에 감겼다.

    ‘소백산’은 서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해 중국 산둥성 옌타이(煙臺)에 직원 120명을 둔 3층 건물의 초대형 한국요리 전문점 ‘소백산’을 냈다. 이 음식점을 위해 중국에 5년 전부터 목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서울에서나 중국에서나 ‘소백산’의 요리는 고기 생산부터 시작된다. 영주전통한우 직판매장 겸 식당 ‘소백산’은 서울 양재동 AT센터 맞은편 길목 안에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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