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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창으로 본 요리

‘프렌치 레스토랑’이 기 못 펴는 까닭은 …

  •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프렌치 레스토랑’이 기 못 펴는 까닭은 …

‘프렌치 레스토랑’이 기 못 펴는 까닭은 …

힐튼호텔 프렌치 레스토랑 ‘시즌즈’의 아스파라거스와 요리.

어느 도시에서나 운전하며 가다 보면 가장 눈에 잘 들어오는 간판이 음식점 간판이다. 다양한 레스토랑이 있지만 대개 몇 개의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서양요리를 대표하는 프렌치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고 동양요리를 대표하는 중국, 일본, 인도 요리 등을 하는 레스토랑이 있다.

사람들은 보통 익숙한 음식만 먹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기피하기까지 한다. 그래도 동양 음식은 그렇게까지 심하진 않은데 서양 음식은 너무 한정된 요리만 먹는다. 스테이크와 스파게티, 그중에서도 대세는 이탈리아 음식이다. 서울에 있는 레스토랑들을 살펴보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프렌치 레스토랑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에 대한 간략한 통계조사를 해보니 과연 그렇다. 쿠켄넷(www. cookand.net)에서 서울의 강북과 강남을 비교한 통계를 보았더니 종로구와 중구를 합하면 프렌치가 10곳,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56곳이다. 강남구로 내려가면 프렌치는 여전히 10곳인데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73곳에 이른다. 7배가 넘는 엄청난 차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계속 늘어나는 데 반해 프렌치 레스토랑은 정체상태에 있는 것이다. 물론 이 통계가 모든 식당들을 포함한 것은 아니며, 대략 가볼 만한 식당들의 추천 리스트로 보면 된다. 하지만 분명 의미 있는 통계다.



그렇다면 외국에서도 우리처럼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주류를 이룰까? 미국의 레스토랑 가이드북인 재거트(www.zagat.com)의 서베이를 살펴보면 일단 일본은 우리와 정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렌치 식당이 200개가 넘는 반면 이탈리안 식당은 140개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의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봐도 이탈리안 식당이 더 많기는 하지만 2배 이상 차이 나지는 않는다. 런던은 그런대로 비슷하게 균형을 이루고, 물론 파리에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압도적으로 많다. 재거트에 수록된 수만 600곳이 넘으니까.



그럼 왜 우리나라에서만 이렇게 프렌치 레스토랑이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일까. 예전에 우리 전통 녹차의 명인을 만나 나누었던 대화가 이 질문의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왜 녹차가 잘 보급되지 않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말 제대로 격식을 갖추고 만든 차를 마셔보면 상당수 사람들이 차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티백 녹차 이상의 차를 마신 경험이 거의 없다. 또 녹차를 마시더라도 너무 뜨겁거나 차게 해 마시므로 우려내는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녹차 특유의 향을 즐기지 못한다. 마찬가지 이야기를 프랑스 요리에 대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설렁탕 집에 가면 ‘설렁탕 하나’라는 한마디만 하면 되지만 프렌치 레스토랑에 가면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영…. 결국 이 막연한 고민이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세상 어느 곳에서나 통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 ‘모르면 물어본다’와 ‘남이 하는 것을 따라 한다’가 바로 그것이다.

무엇을 주문할까. 모르면 물어보자. ‘난 해산물을 좋아하는데 무엇을 추천하겠습니까?’ ‘이 요리에는 무슨 와인이 좋을까요?’

‘프렌치 레스토랑’이 기 못 펴는 까닭은 …

1. ‘시즌즈’의 점심 세트 메뉴를 이용하면 프랑스 정찬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다. 2.3. 신라호텔 프렌치 레스토랑 ‘라 콘티넨탈’은 정갈한 브런치 메뉴로 유명하다. 4. 깔끔하고 세련된 ‘라 콘티넨탈’ 내부.

이 한 가지를 해결하고 나서도 또 하나의 걸림돌이 남는다. 레스토랑에 가면 접시 양쪽으로 포크와 나이프, 스푼들이 놓여 있는데 무엇을 먼저 써야 하나 헷갈리는 것이다. 이럴 때는 앞 혹은 옆 테이블의 손님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면 된다. 즉 바깥쪽에서부터 안쪽으로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음식물 씹는 소리를 내지 않고 반듯한 자세로 여유 있게 먹으면 초행자라도 자연스럽게 보인다.

서울에서 가장 대표적인 프렌치 레스토랑 2곳을 소개한다면 신라호텔의 라 콘티넨탈, 힐튼의 시즌즈를 추천하고 싶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려면 라 콘티넨탈의 일요일 브런치가 좋다. 뷔페 형식이지만 뷔페에서 느껴지는 규격화된 요리 느낌이 나지 않는다. 브런치지만 재킷 정도는 걸치도록 하자. 일본인 무용가와 같이 간 적이 있는데 ‘음식 맛이 깔끔하고 분위기가 세련됐다’며 아주 즐거워했다.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잡기가 어렵다는 점을 잊지 말자. 저녁때 가면 창가에서 야경을 보며 로맨틱하게 식사할 수 있고, 나올 때 여자 손님에게 장미꽃도 한 송이 주는 것으로 기억한다.

힐튼호텔 시즌즈의 점심 세트메뉴는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제대로 된 프렌치 레스토랑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비즈니스 런치로 많이 활용되는 곳이므로 정장을 입는 것이 좋다. 맛은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이라는 말로 대신하겠다. 오랜만에 만난 사업가 친구가 이곳에서 점심을 사준 적이 있는데 와인으로 ‘샤토 디켐’을 주문했다. 둘이 마시다 절반 이상 남아서 나중에 다른 프렌치 레스토랑에 들고 갔는데 셰프에게 조금 남은 것을 주었더니 주방 직원 전부와 나누어 마시면서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다. 나올 때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주간동아 416호 (p84~85)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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