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1

2000.04.27

“병든 사회 고치는 의사이고 싶다”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6-05-19 1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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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인과 허위의식’(1977), ‘민중과 지식인’(1980) 등으로 한국사회의 참지식인상 만들기에 앞장섰던 한완상 총장(상지대). 그가 ‘다시 한국의 지식인에게’(당대)를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을 얻으려면 책의 맨 마지막 장부터 들춰보아야 한다. ‘연보-외롭고 고난에 찬 사회의사의 길’에서 그는 스스로 꿈을 완성하지 못한 사회의사라고 고백한다. 그는 개인질병을 고치는 의사가 아니라 사회 전체나 집단, 역사의 병을 고치는 큰 의사가 되고 싶어 대학에서도 ‘사회학’을 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군대시절 사병들의 월급을 착취하는 비리를 고발하고 혹독한 정신적, 육체적 대가를 치른 것을 시작으로 그의 삶은 저항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특히 그를 좌절케 한 것은 93년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 재직시절이었다. 민족분단이야말로 한국사회의 가장 무서운 질병균이라고 생각한 그는, 장관 입각을 사회의사 노릇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로 여겼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좌절의 골도 깊었다. 남북의 강경 냉전 세력들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중도하차했을 때 “몸은 정부종합청사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마음으로는 70, 80년대 들판의 한가운데서 외롭게 떨던 때보다 더 외롭고 괴로웠다”고 술회한다.

    김대중 정부가 강경파들의 반대 속에서도 일관되게 햇볕정책을 추진하고 드디어 오는 6월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되는 즈음 그의 감회는 새로울 수밖에 없다.



    한총장은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지식인의 역할과 실천성을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해도 지식인들의 현실비판 의식과 실천이야말로 우리사회를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끄는 자양분이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책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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