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4

2007.05.08

땅으로 ‘땅땅’거리며 사는 법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07-05-02 18: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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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으로 ‘땅땅’거리며 사는 법
    “부동산을 사는 데 나쁜 시기란 없습니다. 시절이 좋으면 사람들은 놓친 물건에 대해 불평합니다. 반면 시절이 나쁘면 향후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해 최고가에 살 수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좋은 투자가가 아닙니다.”

    지금 한국 부동산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다. 자고 나면 치솟던 일부 아파트 값이 몇 개월 만에 브레이크가 풀리듯 수천만원이 내린 ‘급급매물’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좋은 시절이 끝났다며 해외 부동산에 눈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도대체 부동산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또 해외 부동산 투자 원칙은 무엇일까.

    책은 건설업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와튼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어 엄청난 부를 축적한 부동산제국 황제 도널드 트럼프가 투자에 앞서 펼쳐보는 비망록이다. 그는 늘 미국과 전 세계 부동산 고수들의 자문을 통해 정보와 지혜를 얻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주택을 사고파는 일은 일생을 통틀어 단일 규모로는 가장 큰 투자이자 거래다. 최종 선택은 본인이 하지만 믿을 만한 전문가를 가까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부동산 고수라 해도 모든 곳을 다 알 수는 없다. 부동산 중개인을 적극 활용하라는 말이다. 수수료를 받는 그들은 프로다. 시장에 대한 지식과 현장에서 쌓은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몇 푼 아끼려고 주위 사람들 말만 믿고 덜컥 투자해 ‘집이 원수’ ‘땅이 원수’ 인 사람이 의외로 많다. 고수와 하수는 부동산 사이클과 매수 타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갈린다. 남들이 다 파는 침체기에 가치 있는 물건을 잡는 사람은 고수다.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대세 상승기 끝물에 무리하게 빚을 내 뛰어드는 사람은 하수 중의 하수다.



    부동산 투자는 또한 인내심의 경기다. 자연적인 가치 상승, 단기 상승이 절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침체기에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지구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뛰어들어야 한다. 언제일지 모르는 상승기에 웃으려면 버티는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세상에 열정과 성실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평판은 소중한 재산이다. 평판을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책은 부동산 투자 원칙만 다루는 게 아니다. 부동산 비즈니스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자세와 원칙, 비전을총망라했다. 그러나 기업 경영처럼 거창한 목표와 세일즈 법칙보다는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과 사람 마음을 얻는 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동산 사무실에 허름한 차림을 한 남자가 찾아왔다. 그런데 아버지는 두 시간 남짓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남자가 떠나자 난 아버지에게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지 물었다. 알고 보니 그는 성(城)을 가진 사람이었다.”

    트럼프에게 충고한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전문가처럼 사고하고 실천하라고 강조한다. 토지에는 인간의 꿈이 담겨 있다. 점포, 주택, 쇼핑센터 등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땅에만 집착하지 말고 땅이 가진 다양한 가치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부동산은 나라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거래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평생 부동산과 함께한 저도 아침마다 되새기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곧잘 잊는 정보와 지혜를 다시 한 번 새겨볼 만하다.

    또 부동산 칼럼니스트의 말이 집 한 채 가진 사람들을 위로한다. “시장 상황이 어떻든 평균적인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어떤 투자보다 성과가 낫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도널드 트럼프 지음/ 안진환·김유리나 옮김/ 동아일보사 펴냄/ 284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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