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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취준생들, “쳇바퀴 생활 ‘열공’에도 구직난 3월보다 더 심해져”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12월의 취준생들, “쳇바퀴 생활 ‘열공’에도 구직난 3월보다 더 심해져”

  • 〈사바나〉 
    ●코로나 시국에 “올해는 취업 절망의 해”
    ●하반기 해외 취업 찾아봐도 다른 나라도 채용 문 닫혀
    ●실업자 많아 취준생 진로 바꿔도 채용 전망 나아지지 않아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GettyImage]

[GettyImage]

“하반기에는 그래도 상반기보다 좀 나을 줄 알았는데 더 바닥으로 가네요.” 

12월을 맞은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1차 확산기였던 올 3월 청년 실업률은 9.9%에서 10월 8.3%로 다소 낮아졌다. 올 10월 청년 고용률은 42.3%로 지난해에 비해 2%포인트 떨어졌다. 

그렇지만 1년간 취업을 준비해온 사람들은 “임시직과 비정규직 고용 증가로 이같은 통계가 나오는데 정규직 기준으로 볼 때 체감 실업률은 훨씬 더 떨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통계청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올 10월 취업자 수(2708만8000명)는 1년 전보다 16만4000명이 줄었다.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구직단념자도 57만8000명에 달했다. 구직 현장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이들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 올 한 해를 ‘절망의 해’로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취업 절망의 해”

1년 내내 대기업 정규직 입사를 바라던 취업준비생 김모 씨(25)도 그랬다. 코로나 채용 한파 때문에 김씨는 지난여름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로 여행을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여행 도중 그는 갑작스럽게 잡힌 대기업 화상 면접 일정 때문에 게스트하우스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고 면접을 봤다. 그는 “코로나 19로 면접이 계속 연기되다 면접 기회를 얻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말부터 정규직 입사를 목표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올해 3월 코로나 19가 유행하며 김씨가 응시하려던 기업들이 줄줄이 채용 공고를 내지 않거나 채용 전형을 취소했다.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며 6개월 동안 우선 어학 점수를 높이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취업은 바늘구멍만큼 좁았다. 그는 그때부터 이력서를 네 차례 고쳐 대기업 5곳에 서류를 보낼 준비를 마쳤지만 매년 나오던 채용 공고는 나오지 않았다. 1년 전 대학 선배들이 말하던 ‘○○기업 입사 탈락기’도 김씨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응시 기회가 적어 탈락 경험을 동료들과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즘 해외 기업의 채용 공고와 계약직 자리까지 살펴보고 있다. 그렇지만 코로나가 닥친 다른 나라 사정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이나 호주 등 외국인 취업을 환영했던 국가들도 자국 청년들 채용에 급급한 실정이다. 



1년 이상 취준생 생활을 한 사람들은 전공과 진로를 바꾸려는 취준생들도 눈에 띈다. 대학에서 호텔관광학을 전공한 이모(24) 씨도 아예 진로를 바꾸기로 했다. 올 상반기부터 김씨가 입사를 지망하던 중소 호텔들이 인력을 계속 감축했다. 정규직 호텔 직원들마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는데 신규 채용은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이다. 신입 채용 공고는 전멸하다시피 했다.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봉사활동 등을 하며 공백기를 채우려던 김씨의 계획에도 코로나19 때문에 차질이 생겼다. 친구들과 어울려 여행을 즐기던 김씨는 요즘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 평소 사람을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이던 이씨는 오랜 기간 취업 준비를 하며 말수도 줄고 사람만나기도 기피하고 있다. 이씨는 “메르스 유행 때도 지내봤지만 여행업계가 이 정도로 힘들어질 줄은 몰랐다”며 “호텔 체인들은 무기한 휴업에 들어가거나 폐업했고, 크고 작은 여행사들은 아예 없어졌다. 항공사에 들어간 친구들은 그만두거나 무급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처음부터 전공을 잘못 골랐나’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진로를 바꾸려면 새로운 자격증 시험 준비도 해야 하지만 우울감 때문에 힘을 잃었다. 새로운 출발선으로 걸어가기가 어렵다”며 풀죽은 표정을 지었다. 

올해 취준생들은 정식 채용은 물론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구하기도 어려웠다. 올해 2월 4년제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최모 씨(23). 3월부터 세계적인 코로나 19 유행으로 입사를 희망했던 기업들이 줄줄이 채용 공고를 내지 않았다.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봉사활동 등을 하며 공백기를 채우려던 계획에도 코로나19 때문에 차질이 생겼다. 최씨는 “대기업 영업점들이 코로나로 문을 닫거나 단축 운영에 들어가 3월부터 6월까지 아르바이트 자리도 잡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통계청도 지난달 “전체 고용률은 개선되고 있지만 청년층과 임시 및 일용직 자영업자 고용률은 하락 추세”이라고 밝혔다.


“확진자 수 따라 널뛰는 기분”

모두에게 잔혹한 한해이지만 코로나 19가 할퀸 올 겨울이 에코붐 세대 취준생에게는 유독 더 차갑다. 김씨, 이씨처럼 1991~1996년 사이 태어난 20대를 학계에서는 ‘에코붐 세대’라고 부른다. 베이비붐 세대가 메아리(Echo)처럼 돌아왔다는 의미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1년부터 6년 동안 국내 출생아 수는 매년 70만 명 안팎에 달했다. 이들은 올해 24~29세로 원래대로면 사회 초년생으로 활발하게 사회 곳곳에서 활동했어야 할 나이다. 

2030 세대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현상은 지속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20대 이하·30대의 임금 근로 일자리는 16만 개 이상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40대·50대·60대 이상의 일자리가 다소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20대 이하 일자리는 316만1000개, 30대는 432만 개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감소율은 20대 이하 2.5%, 30대 1.9%로 나타났다. 코로나 19로 인해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은 실업자들이 쏟아지면서 신입과 저연차 일자리 구하기가 더 힘겨워졌다.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취준생들은 같은 처지인 사람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애환을 나누기도 한다. 지난해 이맘때 개설된 2030 일개미, 취준생, 백수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서는 300여 명이 일상과 취업 준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20대 취준생은 “코로나 19 확진자 수 따라 기분도 달라지는 것 같다. 확진자가 줄면 기분이 좋아졌다가 늘어나면 다시 불안해진다. 최근에는 조금 나아지는 거 같았는데 또 무섭게 퍼지니 멘탈 잡기가 진짜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30대 취준생은 “올해까지 취업이 안 되면 자격증 준비를 또 하러 간다. 쿠팡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버틴다. 인간적으로 올해는 없는 해로 쳐줘라”라고 말했다. 

네이버 최대 취업 준비 카페로 가입자 수만 290만 명인 ‘독취사’에서도 ‘코로나 19’에 대해 검색하면 글이 쏟아진다. 12월 1일부터 7일까지 올라온 글만 봐도 취준생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코로나 때문이겠지. 경제 상황이 안 좋아서겠지. 내가 모자란 게 아니라”와 같은 내용부터 “죽고 싶다. 열심히 살았다. 유학도 다녀왔다. 그게 코로나 때문에 망해버린 업계였던 게 문제일 뿐. (중략) 나는 왜 늘 잘못된 선택만 하는 걸까”라는 자책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코로나 19에 걸린 한 대학생이 “(나의) 동선은 도서관과 도서관 내 편의점, 문구점, (학과)사무실, 복사실 뿐”이라고 밝히자 같은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눈물나는 동선”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내년에도 비대면 전형이 대세

고용 한파 속에서 올해 유행한 비대면 채용 패턴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기업 인사담당자 3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취업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온라인 채용설명회와 채용박람회(42.4%)’였다. ‘화상면접 등 비대면 채용(33.3%)’이나 ‘온라인 필기시험(9.1%)’ 등도 뒤를 이었다. 

인사담당자 절반 이상은 ‘내년도 비대면 채용이 확대될 것(54.4%)이라고 답했다. ‘비대면 채용이 축소될 것’이라는 의견은 0.9%에 불과했다. 2021년에도 온라인에서 취업 정보를 얻고 랜선으로 면접을 보는 채용 과정이 계속될 전망이다. 

취업 포털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비대면 면접은 코로나 19 사태 전부터도 기업이 도입하려던 부분이다. 아직은 준비에 어려움을 느끼는 중소기업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필요성이 커졌기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비대면 면접이라고 해서 평가 요소가 달라지지는 않지만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고, 현장에서 프로그램이 끊기는 등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사전 연습을 많이 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 관계자는 “내년에도 기업들이 올해와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 전략을 계획하기 힘든 여건이기에 수시나 상시 채용이 굳어질 수 있다”며 “과거에는 상반기에는 인턴 채용, 하반기에는 인·적성 검사 등 어느 정도 일정 예측이 가능했는데 그게 어렵다 보니 취업 준비가 더 어렵다. 직무 적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준비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1268호 (p30~33)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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