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8

2011.03.14

친구들아, 한국 동해엔 자랑스러운 독도가 있단다

스탠퍼드 대학생들과 토론회

  • 독도레이서 김은열 www.facebook.com/dokdoracer

    입력2011-03-14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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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아, 한국 동해엔 자랑스러운 독도가 있단다

    미국 LA 베니스 비치에서 연 게릴라 콘서트.

    낮게 들려오던 엔진 소리가 점차 커지더니 지면을 사뿐히 날아오른 비행기는 어느덧 창공을 부유했다. 2월 25일 금요일 낮 12시 인천국제공항. 6개월간의 독도레이서 대장정이 시작됐다. 세계에 한국의 아름다운 섬 독도를 알리겠다는 의지 하나로 반년간 준비에 매달렸던 우리. 이제 스타트라인을 박차고 달려 나간 우리 앞에는 도전과 모험으로 가득한 ‘또 다른 반년’이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출발은 언제나 익숙한 모든 것과의 작별에서 시작된다. 출국 게이트 앞에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웃는 모습으로 인사하고 돌아선 대원들의 얼굴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출발하는 순간에야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는지 새삼 느꼈다. 이제는 정말 우리 여섯뿐. 낭만과 동경으로 가득했던 ‘세계일주’는 어깨에 짊어진 묵직한 배낭의 무게만큼이나 현실로 다가왔다.

    삼일절엔 거리로 뛰쳐나가 ‘게릴라 콘서트’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뒤척이는 와중에도 비행기는 대양과 날짜변경선을 통과해 우리를 지구 반대편으로 실어 날랐다. 장장 14시간 동안 이어진 비행 끝에 도착한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을 나서는 순간, 2월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따뜻한 날씨에 높게 뻗은 야자수가 시야에 들어왔다. 선배 독도라이더와 독도레이서 1기를 도와줬던 ‘삼촌’이 마중 나왔다. 마치 LA의 품속으로 녹아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이국적인 환경을 만끽할 새도 없이 바빠졌다. 미국에 도착한 날부터 LA 교민들과의 만남이 이어졌고, 3월 1일 LA 한인회와 재향군인회, 미주독도사랑총연합회 등 여러 교민이 모인 92주년 삼일절 기념행사에서 가야금 산조와 사물놀이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은 미숙하나마 많은 분의 관심과 격려로 무사히 끝났다.



    열렬한 환호와 박수 소리에 한껏 고조된 우리는 특유의 도전정신이 발동해 거리로 뛰쳐나갔다. 그간 우리는 할리우드의 아카데미 시상식장 앞이든 히스패닉이 조기축구를 하는 작은 공원이든 가리지 않고 게릴라 콘서트를 벌여왔다. 이번에 찾은 새로운 목적지는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베니스 비치(Venice Beach). 인근에서 적당한 공연 장소를 찾지 못했지만 어찌 항상 모든 여건이 갖춰지길 기대하랴. 청중 하나 없는 공터에서 시작한 영남 농악 가락이 공기 중에 울려 퍼지자 점점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수많은 관중 속에서 유달리 열성적으로 호응해주던 아니타와 리사 아주머니는 “한국 문화를 선보이며 독도를 알리겠다”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선뜻 집으로 초대했다. 페퍼민트와 오렌지 쿠키, 향긋한 차의 향기가 가득한 그들의 보금자리는 작지만 아늑했다. 30년 전에 처음 만나 결혼에까지 이르렀다는 이 레즈비언 커플과 이야기하며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배웠다. 우리 역시 결코 누군가에게 독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강요하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니다. 대화와 소통이 가져올 공감의 힘을 믿을 뿐.

    다음 날 새벽 LA를 뒤로하고 북쪽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눈앞에 나타난 것은 미국 서부의 건조한 기후가 빚어낸 이채로운 경관이었다. 민둥산에 가까운 헐벗은 산을 몇 개 넘고 나니 초원과 무지개가 어우러진 새로운 빛깔이 펼쳐졌다. 세계지리 시간에나 나올 법한 대목장과 드넓은 평원을 우리가 이렇게 달려간 이유는? 그때라면 대답할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3월 4일 스탠퍼드 대학에서 학생들과 가질 독도 콘서트 준비에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중한 인연에 잊지 못할 추억

    친구들아, 한국 동해엔 자랑스러운 독도가 있단다

    미국 LA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연 후 아니타, 리사 아주머니 댁에 초대받았다.

    삼일절 행사가 해외의 한인과 만나는 뜻깊은 자리였다면, 이번 스탠퍼드 행사는 외국 학생과 직접 만나 독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자리다. 행사 하루 전 한인학생회(KSA) 회원과 만나 일정을 조율한 우리는 마침내 결전의 날 기숙사에 설치된 무대에 올랐다. 한국 유학생은 물론이고 다양한 피부색의 학생들이 좌석을 메웠다.

    “독도는 단순히 한국과 일본에 국한된 이슈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지지해주신다면, 독도는 동아시아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독도 세미나는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자리가 아니라, 다양한 사료와 차분한 논리로 세계인의 공감을 끌어내는 자리다. 1905년부터 시작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한일회담 등을 거친 ‘시간 여행’은 현재로 돌아와 청중과의 토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많은 학생이 독도와 한일관계에 대해 눈빛을 반짝이며 질문을 던진 덕분에 독도콘서트는 예상 시간보다 훨씬 늦게 막을 내렸다.

    부족한 준비에 미흡한 홍보가 겹친 첫 행사. 처음이라 그렇다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숙소로 돌아오는 모두의 표정엔 진한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이런 부족한 행사나마 끝까지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청중의 도움 덕분이었다. 특히 함께 행사를 기획한 KSA 회원들은 공연 시설을 준비하는 것부터 행사 진행 등 전반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그곳에서 만난 교포 2세 캐롤라인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한 배우 김범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며 우리를 다방면으로 도와줬다.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며 이곳저곳을 뛰어다닌 첫 열흘간 우리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행사 준비가 부족했다는 불안감 때문에 늘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 듯 허전했다. 그 공백을 채워준 것은 여기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다. 무대에 오르는 것은 우리지만 공연이 무사히 마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해준 그들이 있었다. 그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곳곳에 부려놓고 우리는 3월 9일에 있을 LA 문화원 행사를 위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 독도레이서 팀은 6개월간 전 세계를 여행하며 아름다운 섬 ‘독도’를 알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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