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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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까지 대화와 타협 이룰 수 없나

  • 윤영수 세계종합법무법인 변호사

    입력2005-06-03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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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까지 대화와 타협 이룰 수 없나

    4월12일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국회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3조(계약기간)에 따르면 근로계약은 통상 1년을 초과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정년을 보장하는 등 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은 계약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근로계약 기간을 정하는 기간제 근로자, 즉 비정규직이 크게 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노동부는 2003년 9월 ‘노사관계 개혁 방향’에서 제시한 노사관계 개혁 3대 목표, 9대 과제 중 ‘취약 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강화’의 하나로 ‘비정규직 남용 규제’를 과제로 설정했고, 2004년에는 ‘비정규직 입법 추진 계획’을 통해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두 가지를 합쳐 통상 비정규직 보호법안이라고 한다)을 체계화했다. 국회와 정부는 4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재계와 노동계의 첨예한 대립으로 인해 노사정 실무회의가 결렬되자 6월로 미룬 상황이다.

    기간제 근로자는 계약직·촉탁직·위촉직 등으로 불리는데, 보통 1년 이하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근로계약의 기간에 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이외에 별다른 규정이 없다. 그런데 위 규정은 기간을 따로 정해두는 근로계약의 문제점들, 예를 들어 정규직과 달리 계약기간을 정하는 것이 근로조건의 차별적 취급으로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계약의 효력은 어떻게 되는지, 사용자가 재계약을 거절하는 것이 해고에 해당하는지 등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학설과 판례에 의한 해석 기준이 마련돼 있을 뿐이다.

    먼저 근로계약 기간은 근로계약의 존속기간에 불과할 뿐, ‘근로관계에서 임금·근로시간·후생·해고 등 근로자의 대우에 관해 정한 조건’을 의미하는 근로조건에는 해당되지 않아 근로계약 당사자 쌍방이 계약기간을 임의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판례다. 그리고 1년을 넘지 않는 근로계약은 원칙적으로 기간의 만료에 의해 종료되지만, ①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계약을 새로 체결할 수 있고(계약갱신), ② 당사자 쌍방이 근로계약의 종료시점 전까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 당해 계약이 당연히 갱신된다는 것을 미리 약정해둘 수도 있으며(자동갱신 약정), ③ 근로자 측에서 계약갱신의 의사가 있고, 계약갱신이 관례화되어 있으며, 사용자가 이를 거절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없다면 근로계약은 유지되는 것으로 본다(묵시적인 계약갱신).

    한편 기간을 정한 계약에 의해 채용된 근로자라 할지라도 장기간에 걸쳐서 근로계약 기간의 갱신이 반복되어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경우에는 사실상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자와 동일해진다. 판례의 입장은 근로계약 체결 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 그 근로계약이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의사, 동종업계의 근로계약 체결방식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간을 정한 것이 형식에 불과하다는 것이 인정돼야 한다.



    요약하면, 근로계약의 갱신이 자동적으로 수차례 반복되면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계약’으로 이전돼 이 경우, 사용자는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부하지 못한다. 이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부하면 해고에 해당돼 근로기준법 제30조에 따라 해고제한 법리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계약기간의 만료에 의해 근로계약이 끝나므로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노동부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61%, 사회보험 가입률은 정규직의 30% 정도라고 한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근로조건 차별 개선뿐만 아니라 사용자 측의 예측 가능성을 위해서도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하루빨리 처리돼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으로선 이 법안이 처리되기 전까지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하여는 현재의 학설과 판례에 의한 해석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6월까지 대화와 타협 이룰 수 없나
    법제화된 고용안정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노동자, 사용자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두 가지 모두 상호 보완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이므로, 비정규직 보호법안에 대한 노사정 간의 대화와 타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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