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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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평화 기원 ‘간절한 레이스’

  • 글·사진/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05-06-01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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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평화 기원 ‘간절한 레이스’

    방천에는 장쩌민 주석의 휘호를 새긴 비석이 있다.

    중국 길림성 조선족자치주는 중국의 동단에 위치한 행정조직이다. 1952년 9월3일 만들어진 이 자치주에는 연길·도문·돈화·용정·혼춘·화룡의 6개시와 왕청·안도의 2개현이 포함돼 있다. 이곳에서 중국어와 함께 한국어가 통용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조선족자치주 두만강 쪽 남단에는 혼춘(琿春)시 경신(京信)진 방천(防川)촌이 있다. 두만강을 따라 쌓은 둑 뒤에 있다고 하여 방천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곳은 두만강을 경계로 러시아의 핫산 지구와 북한의 두만강 시에 맞닿아 있는데, 이곳에서 17km를 가면 동해가 있다. 그러니까 중국은 17km가 부족해 동해 연안국이 되지 못한 것이다.

    삼국 접경 지역인 이곳은 두만강을 흐르는 물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하다. 이따금 들리는 뻐꾸기 노랫소리와 ‘구구’ 하는 산비둘기 울음소리가 없다면 질식할 것 같은 침묵이 몰려온다. 방천은 북한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한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방천 촌장이 두만강가로 나가 “어이~ 김 동무! 지금 전기 좀 써야 돼”라고 외치면, 몇 십분 후 전기가 들어오는 곳이다.

    5월21일 러시아 연해주에서 농사를 짓는 국제농업개발원은 서울시 재향군인회와 함께 이 방천길을 따라 남북평화를 바라는 단축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중국 땅에 있는 ‘또 하나의 한국’에서 마라톤 대회를 연 한국인들은 북한 땅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리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남북 평화 기원 ‘간절한 레이스’

    부부 동반으로 참석한 200여명의 서울시 재향군인회 회원들이 두만강 방천길을 따라 달리고 있다. 출발 장면을 찍던 기자도 이 인파에 섞여 마라톤에 참여해 3등을 했다.

    남북 평화 기원 ‘간절한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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