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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저격수, 상원의원이 되다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월가의 저격수, 상원의원이 되다

월가의 저격수, 상원의원이 되다
2000년대 초반 ‘소비자 파산 프로젝트’에 참여한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하버드 법대 교수는 충격적인 결과와 마주했다. 부모의 이혼을 겪은 아이보다 부모의 파산을 겪은 아이가 더 많아졌다. 대학을 졸업하는 여자보다 파산을 신청하는 여자가 더 많아졌다. 암 진단을 받는 사람보다 파산을 신청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최악의 재정난에 처한 가정들이, 우리가 흔히 그러려니 생각하는 그런 가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처음 발급받은 신용카드가 주는 자유에 유혹당한 젊은이가 아니다. 몸이 약해지고 저축금이 줄어들어 곤궁해진 노인도 아니다. 자신의 지출을 스스로 통제하는 자기관리 능력이 없는 사람도 아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자녀가 있는 부모’라는 것. 미국의 유자녀 가정 일곱 중 하나꼴로 파산하고 있었다.

워런 교수는 딸과 함께 2003년 ‘맞벌이의 함정(The Two-Income Trap)’이란 책을 썼다(국내에도 같은 제목으로 소개됐다). ‘맞벌이의 함정’은 미국 사회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그로부터 10년 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 주)은 자서전 ‘싸울 기회(The Fighting Chance)’를 출간했다. 자서전은 “나는 내가 철든 날을 알고 있다. 내가 철이 든 그 순간을 알고 있다. 왜 철들었는지도 알고 있다”로 시작된다. 열두 살의 비쩍 마른 소녀 엘리자베스가 장례식에 갈 때나 입던 검은색 드레스를 꺼내 침대 위에 펼쳐놓은 채 울고 있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는 날이다. 아빠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가장으로서 제구실’을 못하게 되자 쉰 살 엄마는 전화교환원으로 취직하고자 면접을 보러 간다.

소녀는 법대를 나와 교수가 됐고, ‘파산법’ 전문 법학자로 정부 정책에 참여하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는다. “전국에서 26초 간격으로 새로운 사람이 파산을 선언하고 있다. (중략) 미국에서 뭔가 끔찍하게 잘못되고 있는 데다 그게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걸 걸고 전투에 나서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끊임없이 싸워왔다. 실직하거나 중병을 앓은 가족들이 인생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싸움, 정부가 은행 긴급 구제 조치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밝히라고 압력을 넣은 싸움, 은행의 부도덕한 대출 관행을 걸고넘어지는 싸움. 그렇게 수많은 전투를 치렀지만 정계 진출은 그의 머릿속에 없었다. 그러나 2012년 11월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 선거에 뛰어들었다. 이유는 상대인 공화당 후보가 ‘월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약속했다. “그래요, 싸울게요.”



매사추세츠 주 사상 최초 여성 상원의원이자 2009, 2010, 2015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명, 본인의 부인에도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그의 자서전을 한국 정치인들이 꼭 읽기 바란다. 우리는 국민을 위해 싸워주는 사람에게 투표할 것이다.

월가의 저격수, 상원의원이 되다
위험한 독서의 해

앤디 밀러 지음/ 신소희 옮김/ 책세상/ 424쪽/ 1만5000원


세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에게 독서는 사치일 뿐. 저자도 그렇게 책과 멀어졌다. 하지만 헌책방에서 우연히 손에 쥔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펼쳐 ‘잘린 머리가 자갈 위로 굴러나왔다’는 대목을 마주한 순간 만사 제쳐두고 끝까지 읽고 싶다는 열망이 끓어올랐다. 1년간 고전 50권 읽기에 도전한 저자의 ‘인생 개선 독서 프로젝트’의 결말은 사표.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작가가 됐다.

월가의 저격수, 상원의원이 되다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고야마 카리코 그림/ 야마가타 히로오 감수/ 오상현 옮김/ 스타북스/ 232쪽/ 1만4000원


작은 광고대행사 사무직원인 히카리는 쥐꼬리만한 월급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유일한 취미인 문조 기르기 모임에서 만난 또 다른 세상의 사람들(재벌 2세, 주식 부자, 건물주 등)은 돈과 지위와 명예를 모두 가졌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가 왜 이렇게 벌어졌을까.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서 핵심 개념을 추려 만화로 엮었다.

월가의 저격수, 상원의원이 되다
독선 사회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368쪽/ 1만5000원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시리즈 네 번째 책. 저자는 대한민국을 ‘독선 사회’로 규정하고, ‘독선적인 사람’의 똑똑함이 독약이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왜 지식인 논객들은 편 가르기 구도의 졸이 됐을까. 왜 개인보다 집단이 과격한 결정을 내리는 걸까. 왜 우리는 정당을 증오하면서도 사랑하는 걸까. 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은 안 보고 ‘원하는 세상’만 보는 걸까. 한국 정치에 나타나는 ‘독선’의 징후들과 해결책을 생각해볼 기회.

월가의 저격수, 상원의원이 되다
폭력의 해부

에이드리언 레인 지음/ 이윤호 옮김/ 흐름출판/ 640쪽/ 2만5000원


신경범죄학의 권위자인 저자가 유전자, 뇌, 진화론, 신체표지, 인류학, 자녀양육 등 다양한 주제로 폭력의 근원을 파헤쳤다. 첫 번째 용의자는 유전자. 특정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키면 낮은 지능, 주의력 결핍, 약물 및 알코올 남용으로 이어지기 쉽고 충동적인 공격성을 나타낸다. 두 번째 용의자는 뇌. 어떤 위험한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이코패스는 뇌의 일부분이 망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월가의 저격수, 상원의원이 되다
폐허를 인양하다

백무산 지음/ 창비/ 160쪽/ 8000원


‘만져질 듯한 별들이 패닉처럼/ 하얗게 쏟아지는 우주// 그 풍경이 내게 스며들자/ 나는 드러난다/ 내가 폐허라는 사실이.’ 시 ‘패닉’에서 나타나듯이 작가는 시집 전체에서 패닉과 폐허의 개념을 변주한다. 시 ‘맹인안내견’에서 ‘그들 눈에 인간도 도시도 폐허일까/ 눈먼 자들을 끌고 폐허를 지나고 있는 것일까’를 묻고, ‘풀의 투쟁’에서는 ‘틈이 자라 사막을 만들어갈 때/ 풀은 최선을 다해 흙을 만들어 덮는다’로 작은 희망을 품는다.

월가의 저격수, 상원의원이 되다
미국 대중음악

래리 스타·크리스토퍼 워터먼 지음/ 김영대·조일동 옮김/ 한울/ 648쪽/ 5만8000원


음악을 듣는 데 지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지식이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확장해줄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런 목적으로 쓰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중음악 연구가인 두 저자가 19세기 유행한 민스트럴시부터 힙합, 얼터너티브 록 등 최신 장르에 이르기까지 미국이라는 공간에서 만들어지고 발전한 다양한 장르 음악을 연대순으로 소개했다.

월가의 저격수, 상원의원이 되다
확률가족

박재현·김형재 엮음/ 박해천 기획/ 마티/ 260쪽/ 1만6000원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만 52~60세) 695만 명, ‘에코 세대’(만 23~36세) 954만 명. ‘아파트’라는 키워드로 이 두 세대를 분석했다. 베이비붐 세대에게 아파트란 “사용할수록 몸값이 올라가는 놀라운 중고상품”이지만, 여기서 나고 자란 에코 세대는 부모의 지원 없이는 내 집을 마련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시장에서의 지위를 결정하고, 때론 문화 지위까지 상징하는 ‘생애 기회’로서 아파트의 사회학.

월가의 저격수, 상원의원이 되다
사람은 왜 서로 싸울까

차병직 지음/ 낮은산/ 208쪽/ 1만3500원


“싸움은 감기다. 싸움은 감정의 감염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사람은 감기에 자주 걸린다.” 합법적 싸움터의 최전방에 있는 변호사의 시선에서 싸움은 어디서 시작되는지, 싸워서 얻는 것은 무엇인지, 잘 싸우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들려준다. ‘사람은 왜’ 시리즈 중 네 번째 책이며, 다음 책은 정지우의 ‘사람은 왜 서로 도울까’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주간동아 2015.08.31 1003호 (p74~75)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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