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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힙스터스럽게, 나른하고 무심한

또 다른 ‘숨은 진주’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힙스터스럽게, 나른하고 무심한

힙스터스럽게, 나른하고 무심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 2015 무한도전 가요제’로 밴드 혁오가 확 뜨면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지금 혁오 말고 주목할 만한 팀이 또 있느냐는. 어느 한 팀을 꼽기는 힘들다. 하지만 최근 앨범을 낸 팀 가운데 하나만 골라달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 팀을 꼽는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사진). 이유는 분명하다. 혁오에게서 ‘힙(hip)’을 느꼈다면 그들에게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힙’에 대해 설명하고 넘어가야겠다. 물론 힙합의 힙이 아니다. 힙스터(hipster)의 힙이다. 2000년대 미국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를 중심으로 등장한 이 새로운 문화 부족은 (이전 세대 비슷한 젊은이들이 대체로 그렇듯) 주류 문화보다는 비주류를, 유행보다는 개성을 좇는다. 뿔테 안경, 수염, 벼룩시장에서 구해온 듯한 옷, 픽시 자전거(fixie bike), 인디뮤직 등이 그들을 구분 짓는 주요 요소다. 외형적인 조건 외에 그들이 펑크나 엑스(X)세대 등과 차이가 있다면, 지극히 개인주의이며 스노비즘(속물)적이라는 것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 이 힙스터 문화도 한국에 유입되면서 그 모습이 달라졌다. 한국에서 말하는 ‘힙스터’는 대략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홍대 앞보다는 연남동에, 이태원보다는 경리단길의 허름한 가게에 모여 논다. 서울의 오래된 동네에 아지트 같은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대형 페스티벌보다 소규모 공연이나 파티를 선호하고, ‘피치포크 미디어’ 등 영미권 인디음악을 다루는 웹진에서 극찬하는 음악을 즐겨 듣기도 하지만, 한국의 옛 가요에 탐닉하기도 한다. 요컨대 유행에 휩쓸리기보다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튀되 튀지 않게’(이게 핵심이다) 소화하는 친구들이랄까.

2007년 데뷔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이런 힙스터스러움을 처음 보여준 밴드였다. ‘우리는 깨끗하다’라는 앨범 제목이나 ‘뽀뽀’ ‘한국말’ ‘도시생활’ 같은 노래 제목에서 느껴지듯, 구어적이면서도 일상적이되 묘하게 시적인 언어는 조웅의 만사 귀찮은 듯한 목소리와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었다.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하되 기타 팝의 명징한 멜로디와 리듬을 잘 버무린 음악은 등장과 동시에 평단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빠르게 팬을 늘려나갔다.

2011년 ‘우정모텔’에 담긴 ‘아침의 빛’ ‘감기’ 같은 노래 역시 빼어났다. 단언컨대 미들 템포 노래로 객석을 춤판으로 만드는 유일한 밴드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였다. 새마을운동 모자에 아버지 정장바지와 구두를 걸치고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베이스 임병학,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커다란 네모 뿔테 안경을 쓰고 다니는 조웅의 조화는 그 누구와도 차별화되는 비주얼이었다.



그들의 세 번째 앨범 ‘썬파워’가 발매됐다. 누가 봐도 1970~80년대 한국 가요 스타일의 앨범 커버 안에 역시 그때를 연상케 하는 음악이 가득 담겼다. 세션으로만 참여했던 김나언(키보드&댄스), 박태식(드럼)이 정식 멤버로 들어오면서 사운드도 좀 더 밴드스러워졌다. 오후의 평상에서 청하는 낮잠처럼 나른하고, 평화롭게 만취한 걸음걸이처럼 흐드러진다. 흥겹되 처량하고 자조적이되 무심한 흐름이 맴돈다.

하여, 이 앨범은 평일 낮의 구도심처럼 소박하고 그 때문에 사람을 끌어모으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출발점 같은 에너지를 담고 있다. 멋이란 이런 것임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자신들의 세 번째 앨범을 통해 툭 던진다. 새로운 음악을 찾아 해매는, 그러나 들리는 노래가 없어 지루해하는 이에게 ‘썬파워’는 피해갈 수 없는 에너지다.



주간동아 2015.07.27 998호 (p79~79)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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