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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귀하신 몸 감자, 가격폭등 이유 있다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상품(上品) 부족…산지 상인들의 사재기 의혹도

귀하신 몸 감자, 가격폭등 이유 있다

귀하신 몸 감자, 가격폭등 이유 있다

6월 17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직판장에서 상인이 감자를 팔고 있다. 이날 감자는 한 상자(20kg)에 3만2000~3만5000원에 판매됐다

주부 이지은(33) 씨는 대형마트 채소 코너에서 이것저것 장을 봤지만 막상 감자 앞에서는 망설여졌다. 100g에 450원인 가격 때문이었다. 10개가량을 비닐봉지에 넣자 1만 원 가까이 됐다. 이씨는 “지난해에는 같은 가격에 2배 정도 양을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비싸도 너무 비싸다. 감자를 안 먹을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감자 가격이 금(金)값이다. 2015년 1월부터 5월까지 감자값은 고공 행진을 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수미감자 도매가격은 상품(上品) 20kg당 1월 2만3555원, 2월 3만2261원, 3월 4만1648원, 4월 4만9568원, 5월 4만9046원으로 치솟았다(그래프 참조). 특히 4, 5월의 경우 2014년 같은 달 2만2295원, 2만6050원 대비 각각 122%, 88% 높은 가격이고 평년 동기인 3만655원, 3만4576원보다 각각 62%, 42% 비싸다.

6월 상순 감자값은 5월에 비해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비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6월 상순 가락시장에서 감자의 평균 도매가격은 상품 20kg당 3만1804원이다. 지난해 동기 2만889원보다 52.2%나 높다.

가뭄으로 ‘알 굵은 감자’ 줄어

감자가 왜 이렇게 비싸졌을까. 일부 언론은 “허니버터칩 등 감자칩 인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해태제과(해태) ‘허니버터칩’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였고 유사제품인 해태 ‘허니통통’ ‘자가비 허니마일드’, 오리온 ‘포카칩 스윗치즈’, 농심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등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국산 감자 공급 물량이 부족해졌다는 설명이다. 과연 과자 인기가 감자 가격을 올려놓았을까.



감자 도매가격은 농산물 경매에서 정해진다. 6월 16일 오후 10시 가락시장의 감자 경매 현장에 갔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감자 박스가 3~4m 높이로 수북이 쌓여 있었다. 소매시장에 채소를 납품하는 유통업자들은 박스 위에 올라가 자신이 ‘찜’한 상품의 예상가를 등록했고, 경매를 진행하는 직원은 쉴 새 없이 낙찰 가격을 발표했다. 상품을 조금이라도 더 싸게 가져가려는 유통업자들의 눈치작전이 뜨거웠다. 이날 감자는 대부분 20kg당 3만 원대 초반에서 거래됐다.

“감자값이 영 안 내려가니….” 가락시장 직판장에서 일하는 유형열(50) 씨가 한숨을 쉬었다. 농산물 유통업에 30년째 종사하고 있다는 유씨는 “올해 초 농사가 잘 안 된 지역이 많아서 품질 좋은 감자가 줄었다. 특히 한 알에 200g 이상 나가는 단단한 감자는 적고, 무르고 작은 감자가 많아져 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감자 작황은 평년에 비해 부진했다. 농경연 농업관측센터는 4월 시설(하우스) 봄감자 작황 부진으로 전체 출하량을 3만2000t으로 추정했다. 지난해와 평년보다 22%, 17% 감소한 수치다. 최병옥 농업관측센터 채소관측실 실장은 “가뭄과 일교차 영향으로 농사가 부진했던 측면이 크다”며 출하량이 감소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출하량이 20%가량 감소한 데 비해 가격이 1.5~2배로 뛴 것은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이원진 농협중앙회 농산물도매분사 청과사업단 부장은 “감자는 한국인의 주식(主食)이라 할 만큼 꾸준히 소비되는 품목이다. 가격이 비싸져도 수요량이 일정한 편이다. 그래서 생산량이 조금만 변해도 가격이 크게 출렁인다. 이 업계에 30년 이상 종사해도 당장 내일, 다음 주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또 1~5월 감자 가격이 계속 오르자 산지 유통업자들이 감자를 대량으로 사재기해 저장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가락시장 경매 현장에 참가한 한 채소 도매상은 “특히 고랭지 감자를 재배하는 강원도 근처 1차 유통업자들, 소위 ‘산지 상인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며 “밭에서 재배한 감자는 주변 기온이 높아 금방 변질될 수 있지만 강원도 고랭지 감자는 주변 기온이 낮아서 창고에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따라서 가격이 오름세면 수익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감자를 대량 확보해놓고 시장에 유통하지 않는 업자들 때문에 가격이 더 오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귀하신 몸 감자, 가격폭등 이유 있다
“허니버터칩 아닌 ‘수미칩’이 대량 구매”

허니버터칩 열풍은 감자값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영향이 다소 있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강원 영월에서 16년째 농사를 짓는 이윤택(45) 씨는 “올해 초 농심이 수미감자 6000t을 구매해 저장하면서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농심이 구매한 감자 양은 평년 고랭지 감자 평균 생산량인 11만5332t의 5.2% 정도인데 이는 가격 형성에 충분히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양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이씨는 “생산량의 5.2%라는 비율이 미미한 수치는 아니다. 원래 고랭지 감자는 8~9월에 출하되면 저장해두고 다음 해 5월까지 소비하는데 농심이 감자를 가져가서 물량이 적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허니버터칩 때문에 감자가 귀해졌다는 언론 보도는 과장됐다는 주장이 있다. 최병옥 실장은 “100% 국산 감자를 쓰는 감자칩은 농심 수미칩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제품들은 저렴한 해외 감자를 쓴다. 따라서 허니버터칩 유사품 때문에 국산 감자 가격이 올랐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허니버터칩은 출시 초반 국산 감자를 쓰다 현재는 미국산을 쓰고 있고, 유사품들의 경우도 미국산(오리온 포카칩 스윗치즈, 홈플러스 케틀칩 허니앤버터맛), 중국산(해태 자가비 허니마일드) 감자를 사용한다. 해태 허니통통은 미국산과 국산 감자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감자값의 고공행진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농업관측센터가 6월 12일 발표한 ‘감자·대파 출하 전망 및 생육 상황 보고’에 따르면 8~10월 고랭지 감자의 출하량도 많지 않을 전망이다. 가뭄과 고온 등 기후변화를 고려하면 평년 생산량보다 약 1만4000t(14~17%)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재 저장 중인 노지 봄감자 출하량에 따라 가격은 변동할 수 있다. 최병옥 실장은 “채소는 생산량 조절과 가격 예측이 워낙 쉽지 않다. 물량이 조금만 감소해도 가격이 확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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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15.06.22 993호 (p44~45)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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