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8

2015.03.09

양고기 칭기즈칸과 닭고기 야키토리

홍대 부근 일본식 고깃집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5-03-09 1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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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고기 칭기즈칸과 닭고기 야키토리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이치류’의 살치(위)와 양갈비.

    일본의 고기요리 역사는 19세기 중반 이후에 시작됐지만 요리의 폭과 깊이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소 내장을 구워 먹는 호르몬야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소 요리는 우리보다 다양성이 부족하지만 양고기와 닭고기에 관해서는 훨씬 풍부하다.

    ‘칭기즈칸’이라는 요리는 양고기를 채소와 함께 투구 모양의 불판에 구워 먹는 것이다. 담백하고 고소한 양고기 맛과 달달한 간장 소스를 곁들인 채소의 맛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다양한 기원이 있지만 중국 카오양러우의 영향을 받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재료와 조리법이 상당히 비슷하다. 그렇다고 칭기즈칸을 중국 요리라 하기도 어렵다. 일본식 소스와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칭기즈칸 요리의 본향은 일본 홋카이도다. 홋카이도는 일본에서 서양식 소와 양을 맨 처음 본격적으로 사육한 곳이다. 1918년 군인, 경찰, 철도원의 제복 소재로 양모를 사용하면서 양 사육지였던 홋카이도에서 양고기 소비가 급증했다는 설도 있다. 이제 칭기즈칸은 홋카이도의 향토요리가 됐고, 60년대 말 한국에도 칭기즈칸 요리 전문점이 생겼다.

    홋카이도의 칭기즈칸 전문점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분위기와 맛을 자랑하는 ‘이치류’라는 식당이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자리하고 있다. 1년 미만 양고기인 램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양고기 전문점의 기본이 됐지만 이 집은 살치, 생등심, 생갈비 같은 냉장육을 들여와 사흘간 숙성한 뒤 내놓는다. 양고기와 함께 내놓는 어묵탕도 먹을 만하다.

    7세기에 시작된 일본의 육식금지령이 해제된 것은 1860년대 메이지 일왕 시대 도쿄에 야키토리 전문점이 생기면서부터다. 일본인은 이때부터 닭고기를 다양한 부위로 구분해 먹어왔다. 서울 홍익대 정문에서 상수역과 합정역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유명한 야키토리 집이 많다. 정문 근처에 있는 ‘천하’는 오래전부터 꼬치구이와 다양한 사케, 일본 소주로 유명하다.



    상수역 주변 ‘쿠시무라’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수준 높은 꼬치를 맛볼 수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쿠이신보’도 야키토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일본 쓰지조리사전문학원 출신이 운영하는 집답게 요리 수준이 일정하다. 닭고기를 다져 만든 일종의 완자인 쓰쿠네, 모모니쿠(다리살), 데바사키(닭날개), 히자(무릎연골), 야겐(배연골) 등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다. 이 집의 또 다른 인기 메뉴는 하이볼이란 음료다. 위스키에 탄산음료를 섞어 차갑게 마시는데, 기름지고 단맛이 강한 야키토리와 잘 어울린다. 일본과 한국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신세대형 알코올음료다. ‘쿠이신보’는 합정역 부근에 있다. 산울림 소극장 주변에 있는 ‘오시리야’는 곱이 가득한 막창과 양파를 함께 먹는 막창꼬치로 유명하다. 홍대 일대 일본식 육고깃집들 수준이 만만치 않다.

    양고기 칭기즈칸과 닭고기 야키토리

    일본 삿포로식 양 숯불구이를 표방한 ‘이치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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