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8

2015.03.09

전세난에 후끈 달아오른 경매시장

전세가율 90%, 연일 상승세…시세보다 싼 매물 찾아 실수요자 몰려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5-03-09 13: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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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난에 후끈 달아오른 경매시장

    집주인들이 반전세 혹은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전세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세 시대의 종말이 다가오는 것일까. 이사철을 맞아 서울과 수도권은 전세 구하기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다. 인터넷 부동산 정보 제공 사이트 부동산114에 따르면 2월 말 서울의 평균 전셋값은 전주에 비해 0.61% 올랐고, 6개월 전보다 4.02% 올라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이 늘어나자 전세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 실제로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임대가구 가운데 월세 비중은 55%로 2년 전보다 4.5%p 오른 반면, 전세 비중은 45%로 같은 기간 4.5%p 낮아진 수치를 기록했다.

    갓난아기 안고 입찰 … 2억~3억 원대 인기

    이 때문에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은 90%를 넘긴 지 오래다. 부동산114의 전세가 정보를 보면 2월 기준 서울 강동구 암사동 동원아파트 전용면적 72㎡의 경우 매매가 2억7000만~3억 원, 전세가 2억7000만~2억8000만 원에 형성돼 전세가율 96.5%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시내 아파트 가운데 전세가율 최고치였다. 이 밖에 2월 전세가율 90%를 넘긴 서울 시내 아파트단지도 54군데로 집계됐는데,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1억 원도 되지 않는 물건이 대부분이었다.

    은행 대출을 조금만 받으면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도 집값이 오르리란 기대감을 접으면서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 이런 와중에 아파트 매입 의지를 가진 수요자들이 매매가 2억~3억 원대 소형아파트를 낙찰받으려고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경쟁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찬비가 내리던 3월 3일 서울남부지방법원 1층 경매법정은 궂은 날씨와 관계없이 오전 10시부터 경매 인파로 북적였다. 구매력이 있어 보이는 장년층 외에도 30, 40대 주부와 유모차를 끌고 온 주부, 백일도 안 된 아기를 안고 온 부부도 눈에 띄었다. 경매입찰 마감 시간인 11시 10분이 되자 법정 안 200석가량의 좌석이 꽉 들어찼고 이곳을 찾은 사람 대부분이 선 채로 낙찰 과정을 지켜봤다.



    이날 입찰 경쟁이 붙은 물건은 14건으로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13건이었고, 1건만 공장 매물이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경쟁자가 대거 몰리는 현상이 뚜렷했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전용면적 59.69㎡ 아파트의 경우 감정평가액 2억3900만 원에 1회 유찰로 최저매각가격 1억9120만원에 나왔는데 입찰자가 26명에 달했다. 낙찰금액은 2억4120만 원으로, 감정평가액보다 220만 원 높은 금액을 쓴 사람이 낙찰받았다.

    낙찰받지 못한 30대 주부 박모 씨는 “지금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전세로 살고 있어 싼값에 매입하고자 했는데 감정평가액보다 비싼 금액이 나올 줄 몰랐다”며 감정평가액보다 낮은 금액을 써낸 것을 아쉬워했다. 사전 조사를 미리 했다는 박씨는 “경매 물건은 현재 집주인이 거주하고 있어 권리금 분석이 까다롭지 않을 것이라는 이점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이 많이 몰리리라 예상했지만 밀린 관리비와 집주인의 이사비, 명도소송비까지 생각하면 감정평가액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받는 것이 이득인지 의문”이라며 높은 경쟁률에 놀라워했다.

    이날 나온 다른 아파트 경매 물건들은 감정평가액 2억~4억 원 선으로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이 대다수였으며, 대부분 입주를 생각하는 실수요자가 낙찰받았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전용면적 85㎡, 감정평가액 3억2500만 원인 아파트는 1회 유찰로 최저매각가격 2억6000만 원에 나왔는데 11명이 몰렸고, 최종 3억900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받은 40대 남성은 “인근의 다른 아파트단지에 살고 있다. 집주인이 계약기간 만료 때마다 전셋값을 너무 올려 매매로 눈을 돌리게 됐고, 그러다 경매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발품을 팔아 마음에 드는 경매 물건을 찾았고, 결국 시세보다 싼값에 매입하게 돼 기분이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세난에 후끈 달아오른 경매시장

    3월 3일 경매 입찰에 참여한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는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법정. 소형아파트의 입찰 경쟁이 치열했다.

    경매 물건 줄어 경쟁률 상승

    최근 소형아파트의 경매 낙찰률이 두드러지게 높아지고 있다.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의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2월 한 달 평균 60㎡ 이하 소형아파트의 경매 낙찰률은 56.5%로 2건이 뜨면 1건 이상이 낙찰되고 있다”며 최근 동향을 설명했다. 낙찰 금액을 살펴보면 2월 평균 낙찰가율은 감정평가액의 95.4%를 기록했는데, 이는 입찰자들이 감정평가액과 별반 차이가 없는 금액이라도 낙찰받기 원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최근 동향은 전세난과 매매 물량 부족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경매는 1~2회 유찰된 물건이 낙찰되는 것이 기본인데 요즘에는 2억~4억 원대 아파트의 경우 신건이 낙찰되기도 합니다. 평균 응찰자 수도 10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경매시장에서 소형아파트의 인기가 높습니다. 이는 높아지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매매로 눈을 돌리는 가운데 일반 시장에서는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하자 경매로까지 눈을 넓혔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소형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경매 진행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인 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서울 지역 60㎡ 이하 아파트 경매 물건이 평균 100건이던 데 비해 2월에는 60건 정도만 경매에 나와 경쟁이 더 치열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저금리 기조 때문이다. 기존에는 월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이 오피스텔에 한정돼 있었다면 최근에는 아파트로 확장되는 추세. 집주인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아파트 반전세와 월세가 점점 더 일반화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이 때문에 오피스텔 투자를 생각하던 수요자들이 소형아파트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파트는 환매성이 높고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경매시장에서도 최근 인기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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