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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조세폭탄 맞은 중산층 02

문제의 ‘거위 깃털’ 칼날로 돌아오다

국회 논의 과정서 ‘경고음’ 수차례 … 정작 표결에선 ‘나 몰라라’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문제의 ‘거위 깃털’ 칼날로 돌아오다

문제의 ‘거위 깃털’ 칼날로 돌아오다
문제의 ‘거위 깃털’ 칼날로 돌아오다
2015년 1월 새해 벽두부터 국민적 공분(公憤)을 사고 있는 봉급생활자의 연말정산 방식 변경은 박근혜 정부 출범 5개월도 안 된 2013년 8월 8일 정부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리지갑 샐러리맨의 부담 증가는 시정돼야 한다”며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을 비판했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거위의 깃털을 살짝 뽑겠다는 것’

국민 반발이 거세지자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정부 발표 하루 뒤인 8월 9일 “거위의 깃털을 살짝 뽑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해 활활 타오르던 국민적 공분에 기름을 끼얹었다.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는 ‘대국민 세금폭탄 저지 서명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적 조세 저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 발표 나흘 만인 8월 12일 직접 나서 ‘세법 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박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 하루 만인 8월 13일 연소득 7000만 원 이하 공제한도를 높이는 수정안을 발표하며 ‘거위의 깃털’을 ‘닭의 깃털’ 수준으로 축소했다. 그리고 한 달 보름여 뒤인 9월 30일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공을 국회로 넘겼다.



세법 개정안이란 뜨거운 감자를 넘겨받은 국회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조세소위)와 상임위원회(상임위) 의결을 거쳐 2014년 1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 조세소위와 상임위, 본회의에서는 연말정산 방식 변경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다수결 원칙이 통용되는 의결 방식에 이들의 목소리는 메아리 없는 소수의 외침으로 묻혀 표결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 채 국회속기록에만 남아 있다. 연말정산 방식 변경이 담긴 세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286명이 투표에 참여해 245명 찬성, 6명 반대, 35명 기권으로 가결됐다. 연말정산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자 정부와 여당은 1월 21일 부랴부랴 당정협의를 갖고 일부 소득공제 항목을 변경하고, 소급적용해서라도 월급생활자들의 세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 국회회의록에 담겨 있는 여러 발언 가운데 ‘그때 정부가 귀담아 들었더라면 좋았을 발언들’을 발췌, 요약한다.

2013년 12월 3일 기획재정소위 3차 회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연말정산 방식 변경이 담긴 세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자녀 인적공제제도를 세액공제로 통합하면 다자녀 중산층 가구의 세 부담이 증가한다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자녀 관련 인적공제제도가 현재 6세 이하 자녀양육비 공제, 출생·입양·위탁아동 공제, 다자녀 추가공제 이런 게 있는데 이것을 자녀 세액공제로 완전히 조금 단순하게 통합조정을 했습니다. 소득공제의 혜택은 소득 수준에 따라 고소득자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이런 것을 방지하고 세 부담의 형평을 제고하려는 게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녀 관련 인적공제에 보면 6세 이하 자녀양육비라든지 출생·입양 이런 것은 좀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주는 건데 그런 게 없어지는 문제가 있고요. 저희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까, 다자녀 중산층 가구에는 현재보다 조금 세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녀 2인, 3인, 4인의 경우, 자녀가 4인이 되면 혜택을 받는 사람은 과세표준이 1200만 원 이하 되는 계층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용섭 전 의원

“대기업 조금만 손대면 이런 짓거리 안 해도 되는데…”

문제의 ‘거위 깃털’ 칼날로 돌아오다
이용섭(당시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용적 성격이 큰 의료비와 교육비는 세액공제보다 소득공제가 맞다는 주장을 폈다.

“(전략) 근로자의 경우 비용적 성격이 있는 것은 세액공제로 가는 것보다 소득공제로 가는 게 맞아요. 두 번째는 기본적으로 ‘제도를 합리화하기 위해 이런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정부가) 나와야 하는데, 이것의 접근이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접근이거든요. (중략) 민주당이나 다른 일반 봉급생활자들이 반대하는 게 위의 계급 고소득자, 고액재산가, 대기업 조금만 손대면 이런 짓거리 안 하고도 얼마든지 필요한 세금을 걷는데, 그것은 손 안 대고 이런 것 온갖 세금 어떻게 걷어보려고 세무조사 강화하고 과태료 물리고 무슨 세액공제로 바꾸고 이러다 하니까 조세저항이 일어나는 거거든요. 그래서 세수에 너무 전념하지 말고, 여기서 세수를 얼마나 걷겠어요. 합리성 측면에서 접근하라는 얘기입니다.”

이만우 의원

“저출산 정책에 역행하는 다자녀에 대한 세액공제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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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다자녀 추가공제 폐지가 저출산 정책에 역행하는 결과가 나올 것을 우려했다.

“이렇게 다자녀 추가공제를 (세액공제로) 하면서 오히려 저는 저출산 정책에 역행하는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특히 3명 이상 자녀를 둔 중산층한테 오히려 세 부담이 늘어나는 이런 기형적인 형태를 가져옵니다. (중략) 학계에서도 다자녀 출산에 대한 세액공제는 잘못됐다 이런 의견이 많습니다. 꼭 좀 유념해주셔야 될 것 같아요.”

2013년 12월 31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이날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연말정산 방식 변경이 담긴 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의결에 앞서 홍종학(당시 민주당, 현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석(정의당), 김재연(통합진보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조세소위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홍 의원은 의료비, 교육비 등의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공제로 전환키로 한 결과를 비판하며 “부자 감세를 철회하지 않기 위해 퇴직 직전의 봉급쟁이들에게 세 부담을 급격하게 늘리는 불공평한 세제개편안”이라고 비판했다.

홍종학 의원

“부자 감세 철회 않으려고 봉급쟁이들에게 세 부담 늘리는 불공평한 세제 개편안”

문제의 ‘거위 깃털’ 칼날로 돌아오다
“이번 세제 개편안은 부자 감세 철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 퇴직 직전의 봉급쟁이들에게 세금 부담을 급격하게 늘리는 불공평한 세제 개편안입니다. 식당 등 자영업자를 비롯해 중고차매매상, 고물상에게 부가가치세 부담을 올리는 한편 부녀자 공제, 입양아·위탁아동 공제 등을 없애는 저인망식 서민 쥐어짜기 세제입니다. 정부가 짜온 세제체계를 흔들 수 없다는 강변을 극복하지 못해서 중산층, 서민층에게 크게 늘어나는 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한 것은 크게 아쉽습니다. 세제 심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행정서비스 기관이 아니라 세수 확보에 혈안이 돼 서민들의 형편은 거들떠보지 않는 오만한 행정기관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합리적 세제를 강구하는 대신 세금 인상을 하려는 시도가 도처에서 보였습니다. 결국 힘 있는 집단은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한 반면 힘없는 집단은 조세소위에서 발언 기회 한 번 얻지 못하고 급격히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중략) 이번 세제에서는 앞으로도 부작용과 국민적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합니다.”

박원석 의원

“투자 활성화 도그마에 갇혀 법인세 인상을 한사코 거부하는 정부 여당 태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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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 최고세율 38%에 해당하는 과표구간을 3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내린 것은 그동안의 부자 감세 논란을 다소나마 완화하고 불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세법 개정안의 최대 성과라고 생각하고요. 그럼에도 여러 가지 한계 또한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재벌 대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과세 강화 방안이 제대로 포함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정부 여당 반대로 법인세 최고세율 문제는 논의조차 하지 못했고, R·D(연구개발) 세액공제처럼 재벌 대기업이 집중적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대규모 공제 감면을 실질적으로 내리자는 주장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정부 감세 정책의 최대 수요자가 재벌 대기업들인데 천문학적인 유보 이익을 회사 내부에 쌓아두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투자 활성화라는 낡은 도그마에 갇힌 채 법인세 인상만은 한사코 거부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특히 정부 여당이 취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중략) 전체적으로 이번 세법 개정안이 조세 정의나 공평 과세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치에는 모자라는 결과이지만 앞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과제들을 남겨 놨다고 생각합니다.”

2014년 1월 1일 국회 본회의

연말정산 방식 변경 등이 담긴 세법 개정안 표결 직전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찬반토론이 있었다. 반대토론자는 ‘종북’ 혐의로 헌법재판소로부터 ‘해산 명령’을 받은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나섰고, 찬성토론자로는 현재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있는 당시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이 나섰다. 두 의원의 찬반토론 직후 국회는 세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286명이 투표에 참여해 245명 찬성, 6명 반대, 35명 기권으로 가결했다.

김재연 전 의원

“고소득자는 세금 더 낼 여력 충분 … 최고세율 인상하는 적극적인 증세 필요”

문제의 ‘거위 깃털’ 칼날로 돌아오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대신 최고세율 적용구간만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마련 가능한 세수 증대 효과는 고작 2100억 원에 불과합니다. 올해 세수 부족분만도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2100억 원은 복지 재원의 일부도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고소득자들은 세금을 더 낼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합니다. 과표가 1억5000만 원인 사람의 실제 연봉은 2억 원에 가깝습니다. 명목상 세율이 38%라 하더라도 실제 부담하는 실효세율은 이보다 훨씬 작습니다.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적극적인 증세가 필요합니다. 증세는 늘어난 복지 수요를 감내하고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한편 통일 시대를 준비하고자 하는 이 시대의 숙명과도 같은 과제가 될 것입니다(후략).”

안종범 전 의원(현 청와대 경제수석)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함으로써 저소득층 세 부담 줄이고 고소득층 더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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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여야가 조세형평성을 높이자는 데 동의했고, 그래서 정부가 가져온 소득세법 핵심 개정의 기본 틀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함으로 써 저소득층들은 세 부담을 좀 더 줄이고 고소득층들은 좀 더 늘리고자 하는 틀에다 민주당 의원들께서 주장하신 최고세율 구간을 3억에서 1억5000만 원으로 낮추는 것까지 보태 소득세의 기본 골격을 이번 세법 개정안에 만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우리 경제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조세형평성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의 틀을 만들었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후략).”



주간동아 2015.01.26 973호 (p12~1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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