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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즐거움

악어가 득실대는 남아공 로스트시티

  • 남화영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nhy@golfdigest.co.kr

악어가 득실대는 남아공 로스트시티

악어가 득실대는 남아공 로스트시티

악어들이 사는 우리 너머로 샷을 하는 로스트시티 13번 홀 (위). 영화 ‘쥬라기 공원’의 공룡 세트장을 닮은 로스트시티 클럽하우스. 지붕으로 원숭이들이 오간다.

골프 기자 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별의별 희한한 코스는 다 가봤지만 갑(甲) 중에 갑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 있는 코스다. 레오파크크리크처럼 크루거 국립공원의 넓은 야생 사파리 땅에 코스를 만드는가 하면, 헬기를 타고 가파른 산봉우리 꼭대기로 올라가 수직낙하 샷을 해야 하는 레전드 골프장도 있다. 하지만 단연 눈에 띄는 곳은 악어가 득시글거리는 홀을 만든 로스트시티(Lost City) 골프클럽이다.

해발 1800m 고지인 요하네스버그는 남아공 수도인 동시에 아프리카의 관문이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경제와 물자, 상업시설이 이곳에 집중돼 있다. 정치의 중심이기도 하다. 따라서 약간 혼잡스러운 데다, 불법 체류자와 좀도둑도 많아 치안 상태는 불안한 편.

골프와 레저를 위해선 OR탐보국제공항을 빠져나와 서북쪽으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선시티(Sun City)로 가야 한다. 24년 전 선인터내셔널그룹이 필란스버그 야생동물보호구로 조성한 선시티는 ‘아프리카의 라스베이거스’다. 대륙에서 가장 먼저 카지노가 들어섰고, 그 후 사파리에 골프, 여행, 레저 시설이 원스톱으로 해결되는 휘황찬란한 관광도시가 조성됐다.

아침 일찍 야생동물보호구로 사파리 투어를 나가면 사자 무리가 먹이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고(한낮에는 맹수들이 낮잠을 자느라 주로 새벽에 투어를 떠난다), 리조트 안에는 코끼리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야생체험 동물원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 골프장은 사파리 골프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게리 플레이어(Gary Player·파 72, 7162m) 코스다. 매년 12월 이곳에선 유러피언투어 네드뱅크 골프 챌린지가 열리는데, 초청받은 30여 명의 슈퍼스타급 선수가 500만 달러 상금을 두고 사투를 벌인다. 1979년 게리 플레이어와 론 거비가 사바나 한가운데에 조성해 지금은 남아공 베스트 코스 순위 4위에 올라 있다.



게리 플레이어 코스는 연못과 개천, 붉은 흙으로 조성된 과감한 벙커가 위협적이다. 산언덕과 자연스레 이어진 15번 홀에선 야생 멧돼지 무리와 풀 뜯는 스프링복 등을 보는 게 일상처럼 자연스럽다. 사바나에 온 듯한 느낌이지만 홀을 공략하기는 무척 어렵다. 호수를 건너 그린에 올려야 하는 9, 18번 홀은 최고 난도다. 네드뱅크 골프 챌린지에 참가한 선수들은 마치 사자와 싸우려고 원형경기장에 들어서는 검투사의 느낌이 든다고 한다.

바로 이웃한 자매 코스인 로스트시티(파 72, 6983m) 골프클럽은 더 이색적이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공룡 세트장처럼 생긴 흙벽의 클럽하우스부터 인상적이다. 클럽하우스 지붕으로는 원숭이들이 오르내린다. 연습 그린에는 몽구스 무리가 골퍼들을 무심하게 쳐다본다. 하지만 이 골프장은 공룡의 후손인 악어가 테마다.

클럽하우스 중앙에 악어 조각이 있고, 골프장의 모든 장식과 디자인, 로고가 악어 이미지로 통일돼 있다. 그리고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파3, 13번 홀이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챔피언 티에서의 전장은 내리막 180m(화이트 티 133m)인데 그린을 아프리카 대륙 모양으로 조형했다. 그 주변으로 포진한 7개 벙커의 색깔도 제각각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채취 가능한 7종의 모래를 덮은 것이다.

그린 주변으로 내려가면 넓은 우리가 나오고 집채만한 악어 7마리가 어기적거린다. 그놈들 주변으로 골프공도 몇 개 보인다. 애초 악어 홀을 조성했을 때는 30~40마리가 득시글거렸으나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사연을 알아보니 짠하게 슬픈 얘기가 전해진다. 처음에는 마케팅을 위해 악어를 많이 사육했는데 이놈들이 워낙 대식가인지라 악어들을 사육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골프장에서 악어를 한두 마리씩 골프장 주변 사람들에게 팔았고, 그들은 악어고기를 팔거나 가죽을 팔아 이문을 챙겼다고 한다.

담장 높이는 150cm 정도로 야트막하다. 악어가 돌아다니는 그 밑으로 떨어진 공을 찾아 세컨드 샷을 한 골퍼는 아직까지 없단다. 그린 주변에 드롭 존이 마련돼 있다. 골프공을 하도 많이 맞아서인지, 친구들의 비명횡사를 알아서인지 골퍼가 샷을 해도 악어는 꿈쩍하지 않는다.



주간동아 2015.01.12 971호 (p58~58)

남화영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nhy@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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