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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황해’ 건너온 킬러 02

그들은 왜 살인병기가 됐나

신분 자체가 불법…혐오보다 감싸 안는 정책 필요

  • 김지현 객원기자 koreanazalea@naver.com

그들은 왜 살인병기가 됐나

그들은 왜 살인병기가 됐나

조선족과 중국인의 강력 범죄가 빈발하는 가운데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속칭 ‘동포거리’에서 행인을 대상으로 경찰들이 검문검색하고 있다.

중국발(發)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은 2014년 12월 29일. 중국동포(조선족) 밀집지역인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바람은 스산했다. 중국어 간판으로 된 노래방과 식당이 즐비한 서울도시철도 남구로역 주위에는 일자리를 찾으러 나온 40, 50대 남녀들이 불안한 듯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건물 곳곳에는 ‘연길식당’ ‘연변웨딩 홀’ 등 중국 지명을 딴 상호가 흔했다. ‘동포 조상 땅 찾기’ 같은 업소도 보였다.

표준어보다 옌볜 사투리가 더 흔히 들리는 서울 차이나타운 가리봉동. 최근 이곳 분위기는 조선족을 향한 냉대로 더 얼어붙었다. 조선족이 중심에 선 흉악 범죄 때문이다. 조선족이 극악한 범죄에 가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내국인에 비해 생활수준이 열악하다. 통계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4년 외국인 고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취업자 85만2000명 중 60% 이상이 월 200만 원 미만의 급여를 받고, 절반 이상이 주 50시간 넘게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적별로는 한국계 중국인 38만6000명(45%), 베트남인 7만2000명(8.5%), 중국인(한국계 제외) 5만4000명(6.3%)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공사현장 같은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며 서울에서도 월세가 싼 영등포구와 구로구, 경기 수원, 안산, 시흥시 등에 거주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이주할 형편이 안 돼 혼자 한국에 오기도 한다. 2012년 기준 가리봉동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절반은 단신으로 입국했다.

불우한 어린 시절, 준법의식 약화

50대 이상의 조선족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경우가 많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중국인 밀집지역에서 만난 조선족 장모 씨는 “1960~70년대 문화대혁명으로 중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벌어야 했다”며 “이곳 조선족들은 학력이 낮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한국에 온 경우가 대부분인데 외롭게 지내다 보니 자주 술을 마신다”고 말했다. 또 조선족은 한국인보다 음주문화가 너그러워 술에 취해 싸움이 붙어도 나중에 합의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만큼 술자리 싸움도 잦다.



전문가들은 ‘이주민의 준법의식 약화’도 범죄 요인으로 꼽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에 오면 생존 문제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 나라의 법규를 지키려는 심리가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또 범법 행위를 해도 상대적으로 죄책감이 적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조선족은 싸울 때 흉기를 휘두르는 경우가 한국인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중국인이나 한국인과 비교할 때 조선족의 흉기 사용이 잦은 편이다.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욱’ 하면 흉기를 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생활의 어려움, 외로움이 극에 달해 분노 조절에 실패하면 이런 나쁜 습관이 극단적인 살인 행위로 이어진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수원 팔달산 살인 사건이나 청부살인의 경우는 순간적인 분노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치밀하게 계획한 범죄인 만큼 분노 조절과는 또 다른 문제”라며 “개인의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높아 저지른 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직업소개소도 조선족 냉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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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 박춘봉.

조선족이 흉악범으로 떠오를 때마다 구로구, 영등포구의 차이나타운 구직 시장은 더 침체된다. ‘중국어 상담 가능’이라는 벽보를 붙인 영등포구 대림동 C직업소개소를 찾았다. 50㎡(15평) 정도로 보이는 사무실에서 직원 10여 명이 상담을 하고 있었다. 동양인 방문객은 직원들과 외모가 비슷해 국적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머리를 땋고 온몸에 문신을 한 흑인도 3명 보였다. 한 직원에게 “요즘 구인·구직 시장 분위기가 어떠냐”고 묻자 “큰 사건 터질 때마다 중국인 수요가 확 줄어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조선족을 선호하던 건 옛날이야기예요. 그들도 눈이 높아져 월 180만~200만 원짜리 일을 안 하려 하고요. 그런데 식당이나 공사장에서 그만큼 월급을 줄 형편은 안 되지, 범죄 뉴스가 뜨면 불안해서 조선족을 못 쓰겠다고 하지. 차라리 돈 적게 요구하는 에티오피아나 이집트에서 온 사람이 더 환영받는 추세예요.”

옆에 앉아 있던 흑인 2명이 이상하다는 듯 기자를 쳐다봤다. 직업소개소 직원은 “조선족 노동자의 경우 성실하게 일하고도 월급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불법체류자인 경우 신분이 적발될 위험이 있어 신고를 못 하는 약점을 고용주가 교묘하게 이용한다는 것.

“못된 사장이 일을 시켜 놓고 돈은 적게 주니까 억울하죠.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악덕업자에 대한 신고 절차를 안내하는 것밖에 없어요. 중국인을 동원하는 청부업체나 심부름센터 같은 곳도 이런 원한이 있어 일 좀 저질러본 사람들이 유입될 거예요. 이쪽 동네도 평일은 괜찮은데 토요일엔 툭 하면 싸움이 일어나요. 특히 남구로나 가리봉동은, 어휴 말도 마세요.”

서울 구로구 같은 중국인 밀집지역의 경우 내외국인에 의한 범죄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 김병학 서울지방경찰청 경감 등이 쓴 논문 ‘외국인 밀집지역 치안 위협요인의 실재 여부에 관한 연구 : 서울특별시 구로구의 중국인 범죄의 특성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인구 10만 명당 5대 범죄(살인, 강도, 성폭력, 절도, 폭력) 검거인 수를 분석한 결과 전국 기준으로 내국인 1095명, 중국인 937명, 서울 기준으로 내국인 1318명, 중국인 1033명, 구로구 기준으로 내국인 1365명, 중국인 1781명으로 나타났다. 구로구 거주 중국인의 90%가 한국계임을 감안할 때 조선족에 대한 두려움을 야기하는 연구 결과임이 분명하다.

2007년부터 방문취업제(H-2 비자) 시행으로 불법체류자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국내 불법체류자 수는 20만60명.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외국인이 일으킨 범죄 총 2만4984건을 범죄자 직업별로 분석한 결과, 무직이 4664명(18.7%)이었고 이 중 다수가 불법체류자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신분 자체가 불법이라 사법기관 조사를 피하다 보니 마약 판매, 성폭력 등 비합법적인 일의 유혹에 걸려드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토막살인을 한 오원춘, 박춘봉도 불법체류자였다.

최근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이 일어난 경기 수원시는 외국인 불법체류자의 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내놓았다. 수원시에 따르면 1월부터 불법체류자 관리, 안전 인프라 구축, 선샤인 프로젝트(가로등 설치 늘리기), 여성 안심 서비스, 외국인 포용정책 등 5개 분야에 걸쳐 세부 사업을 마련하기로 했다. 먼저 불법체류자 관리를 강화하고자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비롯해 국가정보원, 경찰 등 11개 유관기관과 합동단속반을 편성, 운영하기로 했다. 단속반은 1월부터 6개월 동안 운영된다.

또한 지난해 12월 15일부터 3주 동안 외국인 밀집지역에 대한 특별 방범 활동을 시행했다. 등록 외국인 수가 7000명 이상이거나 등록 외국인 비율이 전체 주민의 4% 이상인 ‘가’급 지역엔 단속반 700명을 상근 배치한다. 등록 외국인 수가 4000명 이상이거나 주민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나’급 지역엔 야간시간대에 경찰 병력을 늘리기로 했다.

조선족 일방적 매도는 절대 금물

그들은 왜 살인병기가 됐나

1월 5일 오후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이주민센터, 수원YWCA 등과 이주노동자들이 수원시의 인권침해적인 범죄예방대책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잔혹한 토막살인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으면서 조선족에 대한 기피와 혐오감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의 범죄를 보도한 기사 댓글에는 ‘조선족은 동포가 아니다’ 또는 ‘중국으로 보내라’는 내용이 다수다. 선량하고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조선족 대부분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대림동에서 만난 한 조선족은 “뉴스에 나온 조선족은 극히 소수다.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저지른 악행으로 조선족 전체를 차별하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2012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율은 1.7%로 내국인 범죄율 3.95%의 절반보다 낮은 수치다. 다만 극단적으로 흉악한 범죄에 외국인이 연루되면 ‘어떻게 외국인이 그런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나’에 여론의 초점이 맞춰진다. 우리와 한민족으로 같은 언어를 쓰는 재외동포가 범죄자인 경우 그 충격이 더 큰 측면이 있다.

이수정 교수는 “범죄자 국적만 보고 그 국가의 국민을 매도하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죄자 개인을 둘러싼 환경, 범죄를 일으킨 이유에 주목해야지 조선족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분위기는 또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교수는 “선정적인 여론을 확산하기보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합법체류자를 보호하는 데 신경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이 고학력 사회로 발전해 3D(Dirty, Dangerous, Difficult) 업종을 기피할수록 외국인 인력은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 제조업, 요식업, 가사도우미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인력을 보충하고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범죄를 포함한 사회 갈등, 문화 충돌을 인정하고 이주노동자의 생활을 이해하는 노력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숙한 다문화 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이야기다.

곽대경 교수는 “어려운 생존 환경, 사회적으로 차가운 시선이 평범한 개인을 괴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문제해결책을 제시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에 적응해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복지 기반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 차별, 산업재해 보장의 어려움, 정서적 불안감을 해결할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이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러면 먼저 일반 국민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족이 국내에 필요한 노동력을 메워주는 점을 인정하고 근거 없는 거부감, 혐오감을 갖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곽 교수는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5.01.12 971호 (p20~22)

김지현 객원기자 koreanazal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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