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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흔들리는 안철수 리더십

분석적이고 객관적 멀티플레이어 아폴론 닮았네

그리스 神 캐릭터로 분석한 안철수 대표…이해심 부족과 독선은 경계해야

  • 김원익 신화연구가·문학박사 apollonkim@naver.com

분석적이고 객관적 멀티플레이어 아폴론 닮았네

분석적이고 객관적 멀티플레이어 아폴론 닮았네
그리스 신(神)들은 담당 분야나 행적을 통해 인간 성격 유형을 대변한다. 신들의 왕 제우스는 ‘인자한 아버지’나 ‘노회한 독재자’ 유형을,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열정주의자’나 ‘폭풍 노도의 격정파’를,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는 ‘탐구자’나 ‘아웃사이더’를 구현한다.

원칙 중시 합리주의자

그렇다면 그리스 신들을 통해 본 인간 유형 가운데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어느 유형에 속할까. 그는 단연 아폴론 유형이다. 아폴론은 태양의 신이다. 태양은 밝고 명확하다. 깨끗함을 상징한다. 진실하고 솔직하며 직선적인 성격을 상징하기도 한다. 아폴론 유형은 태양이 상징하는 성격을 핵심 DNA로 가진 인물이다. 안 대표는 아폴론 유형답게 정치평론가도 인정하는 것처럼 ‘놀라울 정도로 깨끗한 사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정치권이 사용하는 ‘애매모호하거나 에둘러 말하는 문법을 거부하고 알기 쉬운 대중적 어휘를 사용한다’.

아폴론은 이성의 신이기도 하다. 어둠을 밝히는 밝은 태양 빛은 무지몽매한 인간을 일깨워준 계몽주의 이성의 빛과 통한다. 아폴론 유형은 이성의 신 아폴론처럼 분석적이고 객관적이며 합리적이다. 안 대표도 아폴론 유형처럼 매사 분석적이고 객관적이다. 가령 그는 모든 사안에 대해 몇 가지로 나눠 설명하는 것을 좋아한다.

“진로를 결정할 때 저는 항상 세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의미가 있는 일인가, 열정을 지속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인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가.”(‘안철수의 생각’ 중에서)



안 대표는 또한 합리주의자답게 원칙을 매우 중시한다. 자신이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원칙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은 이유를 당당하게 밝히기도 했다.

“제가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야당을 편들지 못했던 이유는 후보 공천이 국민 뜻을 헤아리기보다 정당 내부 계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시장 재보선 때처럼 제 이름을 걸고 국민에게 지지해달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려웠습니다.”(‘안철수의 생각’ 중에서)

아폴론은 의술(醫術)의 신이기도 하다. 수수께끼 같은 몸에서 이상을 밝혀내고 치료하는 의술 능력은 예리한 이성적 통찰의 힘에서 나온다. 아폴론 유형은 약 처방이나 수술을 통해 우리 몸에 생긴 이상을 바로 잡는 의사처럼, 혼란한 상태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한다. 안 대표가 지금은 비록 활동하고 있지 않지만, 의학을 전공한 의사라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그가 아폴론 유형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분석적이고 객관적 멀티플레이어 아폴론 닮았네

제우스 상(위)과 포세이돈 상.

아폴론은 궁술(弓術)의 신이기도 하다. 그가 쏜 화살은 과녁을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폴론 유형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성취하는 데 빼어난 능력을 지녔다. 그는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즉시 단계별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그것을 실현하며 거의 한 치 오차도 없이 목표에 도달한다. 안 대표가 왜 의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경영자, 교수 등으로 진로를 바꿀 때마다 승승장구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아폴론 유형은 이성과 의술과 궁술의 신 아폴론처럼 감정에 휘둘리는 법이 없다. 그는 절제의 달인이다. 술을 마셔도 이성의 끈을 절대 놓지 않는다. 의사가 수술할 때나 궁사가 활, 화살을 다룰 때도 흥분과 동요는 금물이다. 냉정과 평정이 필수적이다. 가령 올림픽 양궁 경기에서 궁사 마음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진다면 화살은 과녁에서 벗어나게 마련이다.

안 대표가 토론하는 모습이나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보라. 그의 말은 극도로 절제돼 있으며 말투도 침착하고 차분하다. 그는 자신의 높은 지지율에 대해서도 전혀 달뜨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시민의 열망을 무시할 수도 없지만 이를 온전히 정치하라는 뜻으로 착각하는 것도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지지하는 분들의 뜻을 정확히 파악해야 진로를 결정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게 중요하고요.”

아폴론은 음악의 신이기도 하다. 음악의 생명은 하모니다. 그래서 아폴론 유형은 조화와 균형과 질서를 추구한다. 디오니소스가 황홀, 도취, 열정에 어울리는 북 같은 타악기의 신이라면 아폴론은 절제, 고요함, 평온을 가져오는 리라 같은 현악기의 신이다. 아폴론의 아들이자 리라의 달인인 오르페우스가 연주하면 사람뿐 아니라 들짐승조차 거친 성정을 누그러뜨리고 유순해졌다.

‘맞짱’ 피하는 아폴론처럼

안 대표가 재야 시절 전국을 순회하며 열었던 ‘청춘콘서트’를 알 것이다. 이 자리에서 청년들은 왜 그의 ‘연주’에 열광했을까. 그의 연주에는 오르페우스처럼 심금을 울리는 ‘솔(soul·혼)’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울림의 진원지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안 대표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진심’이다. 그는 “완전히 억지를 쓰는 일부 공세에 대해서는 그분들이 그러는 이유가 보이니까 오히려 무시한다”면서 “결국 중요한 건 진실”이라고 강조한다.

고대 그리스에는 수백 개 도시국가에서 참가한 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큰 경기가 4개 있었는데 그것을 범(汎)헬레니즘 경기라고 불렀다. 이 경기를 통해 같은 헬레니즘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은 우의와 결속을 다졌다. 스포츠를 통해 독립된 도시국가 간 통합을 꾀한 것이다. 현대 올림픽대회는 이 중 제우스를 위해 올림피아에서 개최한 ‘올림피아 경기’를 계승한 것이다. 그런데 이 4대 경기 가운데 델포이에서 아폴론을 위해 열었던 ‘피티아 경기’가 있었다. 아폴론 신은 고대 그리스에서 통합의 아이콘 구실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통합의 신으로서 아폴론 모습은 그의 또 다른 행적에서도 드러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보면, 트로이 전쟁 당시 그리스 신들은 그리스와 트로이 편으로 양분해 서로 싸운다. 이때 그리스 편이던 포세이돈이 트로이 편이던 아폴론에게 ‘맞짱’을 뜨자며 달려든다. 그러자 아폴론은 이유 없이 싸우고 싶지는 않다며 황급히 그 자리를 뜬다. 또한 아폴론은 자신이 가장 아꼈던 델포이 신전을 햇볕이 가장 약한 겨울 3개월 동안 자신과 정반대 성격을 가진 디오니소스 신에게 양보하고 히페르보레이라는 나라로 떠난다.

아폴론이 디오니소스에게 자기 신전을 빌려준 것에서 2011년 안 대표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위해 서울시장 후보직을 포기한 이유를 찾는다면 무리일까. 또한 아폴론이 트로이 전쟁에서 포세이돈과의 진흙탕 싸움을 피한 것에서 안 대표가 2012년 야권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한 것을 연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거슬러 올라가 안 대표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7년 동안 무상 배포한 것이나, 자기 지분의 반을 출연해 공익재단을 만든 것도 통합의 아이콘 아폴론처럼 사회통합을 위해 내린 그야말로 통 큰 결단이 아니었을까.

분석적이고 객관적 멀티플레이어 아폴론 닮았네

2011년 9월 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오른쪽)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박원순 변호사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결정을 발표한 뒤 포옹하고 있다(왼쪽). 2012년 12월 6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정권교체 방안에 대한 협의를 마친 뒤 나와 두 손을 맞잡고 있다.

‘나만 옳다’에 빠지기 쉬운 유형

아폴론 유형의 화신 안 대표도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에서 자기 리더십의 핵심은 바로 통합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특히 유럽경제 위기 등으로 국내외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경제 위기 속에서 생존을 위한 요구와 주장이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출될 수 있을 거예요. 이런 때야말로 억압이 아닌 대화와 설득의 리더십이 필요하죠. 국민으로부터 이해를 구하면서 중요한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국민적 공감대 위에 일을 추진할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해질 것 같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은 얼음처럼 차가운 신이다. 그의 냉철한 이성도 차갑고, 먼 곳에 있는 과녁을 겨냥하는 화살도 차갑기만 하다. 그래서 그가 쏜 이성의 화살은 어김없이 목표를 꿰뚫었다. 그러나 그가 쏜 사랑의 화살은 번번이 과녁을 벗어났다. 아폴론이 다프네, 코로니스, 마르페사, 히아킨토스 등과의 사랑에서 실패한 것을 생각해보라. 사랑을 위해서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이성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이 필요하다. 멀리서 숲만 볼 게 아니라 숲 가까이 다가가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는 따스한 손길이 필요하다.

아폴론 유형은 친구와의 사이에서 사랑에 실패한 아폴론처럼 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 아폴론이 관장하는 태양이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의 만물을 굽어보듯, 아폴론 유형은 친구와도 언제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에겐 친구와 공유할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 없을 수 있다. 그는 친구와도 공적이고 사무적인 관계만 유지할 수 있다. 그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안 대표는 이번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통합과정에서 이런 냉혹한 모습을 보였다. 윤여준 새정치연합 의장을 비롯해 많은 그의 옛 친구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는가.

아폴론은 신들의 왕 제우스가 총애하는 아들이었다. 제우스는 아폴론과 아테나를 마치 좌청룡 우백호처럼 아끼고 믿었다. 아폴론 유형은 사랑받는 아들 유형으로, 아폴론처럼 많은 분야에 재능과 능력을 보이는 멀티플레이어이자 모범생이다. 그는 매사 성실하고 믿음직스럽다. 빈틈이 없고 치밀하다. 안 대표처럼 추진하는 모든 일이 거의 대부분 성공한다.

하지만 아폴론 유형은 자신과 똑같은 조건에서 실패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남의 고통과 갈등에 무감각해 남이 처한 상황을 배려하지 못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나만 옳다’는 독선에 빠질 수 있다.

분노했을 땐 타협 여지 없어

분석적이고 객관적 멀티플레이어 아폴론 닮았네

태양의 신 아폴론과 천문학을 담당했던 무사(Mousa) 여신 우리니아. ‘아폴론과 우리니아’, 샤를 메이니에, 1789~1800년.

그리스 신화 속 아폴론은 절제의 달인이다. 좀처럼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도 분노를 터뜨린 때가 있었다. 가령 아폴론은 마르시아스가 신의 권위에 도전하자 그를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껍질을 벗겨 죽인다. 트로이의 라오메돈 왕이 성을 쌓아준 대가를 지불하지 않자 트로이에 역병을 퍼뜨린다. 트로이 전쟁 당시 그리스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이 자신의 사제 크리세스를 모욕하자 그리스 진영에 역병의 화살을 날린다. 아폴론 유형은 이처럼 자신의 원칙이 무시당했을 때 극도로 분노할 수 있다. 이때 그는 전혀 타협의 여지를 남기지 않을 수 있다.

2012년 대통령선거 전 안 대표는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놓고 TV 공개토론을 벌였다. 그런데 그 후 단일화를 위한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안 대표는 돌연 후보직을 사퇴한다. 이후 야권의 대통령 단일후보가 된 문 후보가 아무리 구애해도 안 대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이때 안 대표가 보인 행동은 혹시 전형적인 아폴론 유형이 표출할 수 있는 부정적 분노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최근 ‘기초의원 정당 추천 폐지 철회’로 안 대표는 연일 언론의 뭇매를 맞는다. 언론은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그를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낸다. ‘위기의 안철수’ ‘안철수가 버린 대한민국 새 정치’ ‘안철수 정치 실험 또다시 실패’ ‘안철수는 왜 자꾸 실패하나’…. 심지어 그의 이름을 조롱하는 기사까지 보인다. ‘철수한 안철수 새 정치’ ‘철수의 철수정치’ ‘안철수, 또 철수’ ‘안철수, 이번에도 또 철수하는가?’….

기우겠지만 문득 걱정이 앞선다. 혹시 안 대표가 분노한 나머지 갑자기 정치를 접겠다는 결단을 내리지는 않을까 하는. 그렇다면 그에게 희망을 품고 있는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길 것이다. 그들이 학수고대하던 ‘새 정치’의 불길을 지필 수 있는 불쏘시개를 잃어버리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4.04.21 934호 (p28~31)

김원익 신화연구가·문학박사 apollon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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