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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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7번 무결점의 해석

리카르도 샤이의 말러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4-03-31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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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다로운 7번 무결점의 해석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스칼라)은 현 음악감독인 다니엘 바렌보임 후임으로 리카르도 샤이(Riccardo Chailly)를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샤이는 마침내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무티를 계승하는 ‘이탈리아 대표 거장’으로 공인받았다고 하겠다.

    그런데 필자는 그 낭보가 그저 달갑지만은 않았다. 유별나기로 악명 높은 스칼라 관객들, 무티는 물론 아바도와도 불화를 빚었던 극장 경영진과 강성 노동조합 등이 떠오르면서 자칫 샤이가 필요 이상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닐까 염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샤이로서는 그런 내력을 잘 알면서도 스칼라를 놓치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었을 듯싶다.

    1953년 밀라노 태생인 샤이는 현재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 카펠마이스터(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그런데 2005년 이 악단에 부임할 당시 샤이는 라이프치히 오페라하우스의 음악감독을 겸하기로 했다. 그러다 ‘독일 지방극장’으로 안주하려는 오페라하우스 측과 마찰을 빚으면서 2008년 그 자리를 내려놓았다.

    샤이가 암스테르담(로열 콘세르트 허바우)에서의 화려한 성공을 뒤로하고 라이프치히로 자리를 옮겼던 가장 큰 이유가 콘서트와 오페라를 동시에 장악할 수 있는 입지조건이었음을 상기하면 진한 아쉬움이 남는 일이었으리라. 따라서 2015년부터 시작될 스칼라에서의 임기는 샤이에게 과거 아쉬움을 해소하고 ‘오페라 지휘자’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할 기회라 하겠다.

    그렇다고 해도 필자는 간간이 건강문제까지 노출했던 샤이가 과중한 부담을 떠안지는 말았으면 했다. 더구나 그는 현재 라이프치히에서 암스테르담 시절을 상회하는 ‘제2 황금기’를 보내고 있지 않는가.



    샤이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 부임한 후 멘델스존, 슈만, 바흐, 베토벤, 브람스 등 독일 음악의 본령을 차근차근 파고들어 의미심장한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지금은 암스테르담 시절의 대표작이기도 했던 말러에 다시금 열정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샤이는 생애 두 번째 말러 교향곡 사이클(전작 연주)을 진행 중이다. 그 출발점은 ‘말러 서거 100주년’이던 2011년 ‘라이프치히 말러 축제’에서 연주했던 2번과 8번. 처음에는 얼마간 아쉬움도 남겼으나, 이후 계속되는 공연에서는 놀랄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영상물로도 발매한 6번에서는 역대 최고 명반들과 견줘도 손색없는 훌륭한 연주를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 아시아 투어 프로그램이기도 했던 7번은 발전을 거듭해온 그의 말러관, 그리고 악단과의 파트너십이 바야흐로 절정에 도달했음을 입증해보인 징표였다.

    2월 28일 필자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진행된 말러 7번 공연을 참관했다. 7번은 그 어려운 말러 교향곡 중에서도 지휘와 연주가 까다롭기로 으뜸가는 작품. 그러나 샤이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사소한 실수조차 찾기 어려운 탁월한 연주를 들려줬다.

    단원들이 들려준 연주는 시종 거침이 없었고, 샤이는 해석상의 모든 포인트와 디테일을 적확하게 짚어내며 그들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전편을 시원스럽게 관통한 리드미컬한 파동과 복잡다단한 극적 기복을 명쾌하게 조형해낸 거시적 조망이 돋보였다. 그날 필자가 목도한 것은 ‘리카르도 샤이 시대’의 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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