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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시대를 앞서 이끈 팝아트 선구자

벨벳 언더그라운드 리더 ‘루 리드’ 타계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시대를 앞서 이끈 팝아트 선구자

시대를 앞서 이끈 팝아트 선구자

전성기의 루 리드.

10월 27일 세계 음악팬들은 갑작스러운 부고를 전해 들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리더였던 루 리드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향년 71세. 롤링스톤스, 데이비드 보위 등 동세대 뮤지션들이 아직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예기치 못한 부고였다. 한국에서 리드의 음악은 영화 ‘접속’에 삽입됐던 ‘Pale Blue Eyes’와 ‘트레인스포팅’에 사용된 ‘Perfect Day’ 정도가 잘 알려졌지만, 그의 발자취는 노래 몇 곡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1960년대 미국 뉴욕에는 록이 없었다. 포크와 재즈 세상이었다. 밥 딜런이 고향을 떠나 뉴욕으로 갔던 이유가 우디 거스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은 당시 뉴욕 음악계의 단면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그런 황무지에서 발아한 사실상의 첫 록밴드다.

음악적으로는 엘비스 프레슬리, 문학적으로는 앨런 긴즈버그에 빠져 있던 리드와 현대 전위 음악에 심취해 있던 존 케일이 만난 게 시작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힙스터’의 놀이터였을 앤디 워홀의 작업실 겸 아지트인 ‘팩토리’에서 맺은 인맥을 토대로 멤버가 구성됐다. 기타에 스털링 모리슨, 드럼에는 당시 흔치 않았던 여성 드러머 모린 터커가 라인업이었다. 독일 출신의 톱 모델이자 짐 모리슨의 연인으로도 유명한 니코가 게스트 보컬로 함께 놀며 레코딩을 했다.

워홀의 전폭적 후원에 힘입어 버브를 통해 발매된 그들의 데뷔 앨범은, 그러나 처참하게 망했다.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약 5개월간 최하위권을 머물다 사라졌다. ‘Velvet Underground · Nico’가 빌보드에 처음 진입한 1967년 5월 13일, 카펜터스와 제임스 테일러, 레드 제플린과 조지 해리슨, 산타나 등의 이름이 보인다. 그러니 로큰롤도 포크도 아니었던 이 앨범이 상업적 성공을 할 수 없었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Velvet Underground · Nico’의 판매고는 발매 후 4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50만 장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 앨범의 가치를 판매량만으로 판단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1970년대부터 발원한 뉴욕 아방가르드신은 이 앨범이 없었다면 성립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팝 역사상 가장 중요한 앨범을 뽑는 순위에서 이 음반은 언제나 상위를 차지한다. 펑크의 시조이자 고딕의 뿌리이며, 뉴욕 인디록으로 통칭되는 어떤 뭉텅이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 앨범을 산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들은 모두 뮤지션이 됐다”는 브라이언 이노의 말이야말로 ‘Velvet Underground · Nico’를 설명하는 촌철살인이다.



앨범 4장을 끝으로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나온 이후 리드가 걸은 길은 언제나 다른 뮤지션에게 영감을 주는 길이었다. 아방가르드와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그는 소리가 인간에게 미치는 감각을 탐구했고,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던 여러 테크놀로지를 실험했다. 그가 선 곳이 곧 전위였다. 그가 닦아놓은 길을 후대 뮤지션이 따라 걸었다. 이 전위의 선배 덕분에 후배들의 음악은 동시대에 안착하며 팝의 지위를 얻곤 했다.

마지막 앨범이 된 메탈리카와의 협업 작품 ‘Lulu’는 지난해 발매된 음반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된 작품이었을 것이다. 듣는 이를 당혹하게 만드는 데 부족함이 없는 이 앨범에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리드와 메탈리카라는 이질적 조합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그저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 아닌, 확고한 두 세계의 예상하지 못한 만남. 그 결과물이 어떨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았단 얘기다. 리드의 세계란 그만큼 확고했다. 명확한 방향과 견고한 철학이 공존하는 세계였다.

이제 그 세계는 과거의 것이 됐다. 록의 황금기를 그리워하며, 그가 남긴 명반과 명곡을 듣는다. 그와 함께 황금기를 만들었던 이들도 가늠할 수 있는 시간 안에 하나 둘 세상을 떠날 것이다. 이렇게 한 세대가 정리돼간다. 차가운 계절이다.



주간동아 2013.11.04 911호 (p72~72)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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