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3

2013.06.24

安의 새 정치 정체가 뭐냐

안철수 의원 신당 창당 공식화…‘진보적 자유주의’ 방향 애매모호

  • 문수인 매일경제 정치부 기자 miniss@mk.co.kr

    입력2013-06-24 09: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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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安의 새 정치 정체가 뭐냐

    6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6월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몰려든 인파로 꽉 찼다. 국회 내에서도 큰 공간이지만 일부는 자리가 없어 복도에 앉았다. 이들은 행사를 주관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축사를 하려고 단상에 오르자 열렬히 환호했다.

    이날은 안 의원이 자신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내일’)의 창립 심포지엄을 연 날. 실제로는 자신의 새 정치 행보를 공식화하는 날이기도 했다. 대통령선거(대선) 이후 숨죽여 있던 ‘안의 사람’도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최상용 안철수 후원회장, 백한순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원,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학천 전 EBS 사장, 정영일 전 서울대 명예교수, 김근 전 연합뉴스 사장,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등이 주요 귀빈으로 소개됐다. 측근인 강인철, 금태섭 변호사도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 의원은 이날 새 정치의 알맹이로 ‘진보적 자유주의’를 내세웠다. ‘내일’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통해서였다. 최 이사장은 심포지엄 주제 발표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와 관련해 “이념으로서의 자유주의를 의미한다. ‘진보적’이란 수사가 붙은 것은 시장의 과잉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사회·경제적 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새로운 이념적 배경을 밝힌 이유는 기존 정당 구조인 양당체제를 깨기 위해서라고 했다. 기성 정당은 자신만의 뚜렷한 이념이 없고, 또 자기들만의 리그에 함몰됐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최 이사장의 설명.

    “각 정당은 자신의 이념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가상 정당으로서 가질 수 있는 이념 공간을 생각한다면 진보적 자유주의다.”

    세간의 관심인 ‘안철수 신당’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안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전국을 돌며 한 달에 한 번씩 ‘내일’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이날 최 이사장이 밝힌 대로라면 안 의원의 행보는 신당 창당 작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국 돌며 심포지엄 개최

    그러나 가장 중요한 새 정치의 방향성에 대해선 여전히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당 창당을 내세운 점도, 진보적 자유주의에 담고자 하는 가치도 기존 정치권의 행태와 비슷하다는 것. 이날 축사를 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도 안 의원이 내세운 새 정치의 방향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좌표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학자 중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가 있었다. 김영태 목포대 교수는 “우리 정치 수준이 낮은 것은 특정 인물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인데, (안 의원 측도) 인물을 중심으로 모이지 않느냐”면서 안 의원의 새 정치와 기존 정치권의 차별점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일반인 사이에서는 진보적 자유주의의 방향성에 대해 “내용이 너무 어렵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안 의원은 이날 ‘내일’ 창립 심포지엄 인사말에서 “우리 사회에 산적한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자 새로운 운동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했지만 지난 대선 때부터 내건 ‘안철수의 새 정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한 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안 의원의 바람이 이뤄지려면 뚜렷한 정체성을 보이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안 의원이 이날 수차례 강조한 ‘정책을 통한 국민에게 다가가기’도 가능할 것이다. 안철수의 새 정치가 뭔지 알아야 접근하든 멀어지든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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