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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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젊은 감각으로 본 ‘유토피아’

더 완벽한 날 : 무담 룩셈부르크 컬렉션展

  •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3-06-17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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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케냐 출신 흑인 남성과 캔자스 출신 백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중략) 노예와 노예 주인의 피를 물려받은 미국 흑인 여성과 결혼했죠(후략)”.

    스크린 속에서 얼굴과 가슴은 하얗고 그 외엔 검은 몸을 가진 남자가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있다. 그가 애써 뽑아낸 듯한 여성 목소리로 읊조리는 가사는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한 유명한 연설 ‘더 완벽한 연대(A More Perfect Union)’의 내용이다. 그는 계속 노래한다. “나에 대해 누구는 ‘지나치게 흑인’이라 하고 또 누구는 ‘흑인이라고 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했어요. 나는 흑인공동체와 의절할 수 있지만, 나를 위해 끊임없이 희생한 백인 할머니를 버릴 수는 없죠(후략)”.

    서울 율곡로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더 완벽한 날 : 무담 룩셈부르크 컬렉션’전의 제목은 이 작품에서 나왔다. 프랑스 출신 작가 실비 블로셰르의 ‘더 완벽한 날(A More Perfect Day)’이다. 백인이면서 흑인이고, 남자이면서 동시에 여자인 영상물 속 주인공은 자신의 몸과 목소리로 ‘완벽한 연대’를 구현한다. 작가는 그를 통해 ‘더 완벽한 날’의 가능성을 묻는 듯하다.

    블로셰르의 작품은 2006년 룩셈부르크에 문을 연 현대미술관 ‘무담 룩셈부르크(Mudam Luxembourg)’에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는 이 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유토피아’라는 주제로 묶을 수 있는 설치, 회화, 사진, 비디오 등을 모은 것. 유럽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 23명의 작품이 한국에 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다양한 영상물이다. 첼리스트 출신 수메 체의 ‘메아리(L’echo)’는 중국 풍경화에 나올 법한 거대한 산 이미지 앞에 홀로 앉은 첼리스트, 작가 자신을 담았다. 그가 절벽을 향해 첼로 곡을 연주하는 것이 영상의 전부다. 하지만 그의 음악이 산맥과 만난 뒤 한층 더 깊은 울림으로 되돌아오는 순간, 관객은 평화로이 자연의 연주를 감상하는 작가와 더불어 현존하는 ‘유토피아’를 만나게 된다. 크리스토프 뷔헬의 ‘미래는 없다(No Future)’도 흥미롭다. 80대 할머니 4명으로 구성된 밴드가 섹스 피스톨스의 록 음악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God Save The Queen)’를 부르는 이 영상은 “너를 위한 미래는 없어. 나를 위한 미래도 없어(No future for you. No future for me)”라는 반복된 외침이 묘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현대 문명의 절멸과 디스토피아를 담은 듯한 일본 작가 마사야 치바의 유화 ‘호수(Lake)’와 로버트 · 샤나 파크해리슨 부부 작가의 사진 작품 ‘네비게이터(The Navigator)’도 인상적이다. 무담 룩셈부르크 컬렉션이 아시아 지역에 전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람료 3000~5000원, 6월 23일까지. 문의 02-733-8945.

    유럽 젊은 감각으로 본 ‘유토피아’
    1. 실비 블로셰르 ‘더 완벽한 날’

    Sylvie Blocher, A More Perfect Day, 2009. Video projection, color, sound, 8min. With David Bichindaritz Collection Mudam Luxembourg.

    2. 크리스토프 뷔헬 ‘미래는 없다’

    Christoph Bu..chel, No Future, 2008. Video, color, sound, 4min. 54sec. Collection Mudam Luxembourg.

    3. 로버트 · 샤나 파크해리슨 ‘네비게이터’

    Robert · Shana ParkeHarrison, The Navigator, 2001. Photoengraving, 66 x 76cm. Collection Mudam Luxembo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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