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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3℃에 오픈카 타봤습니까?

벤츠 ‘SL63 AMG'

영하 3℃에 오픈카 타봤습니까?

영하 3℃에 오픈카 타봤습니까?
한겨울 영하 날씨에 오픈카(Open Car)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면 얼마나 추울까. 3분 정도 지나면 머리와 손발이 얼어붙고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10분만 지나면 온몸이 떨려 도저히 운전을 못할 지경에 이르지 않을까.

설 연휴 직후 오후에도 영하 3℃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차 지붕을 모두 열고 경기 연천, 포천 일대 한탄강 주변 국도와 고속화도로를 달렸다. 주위를 지나던 차량 운전자들이 ‘이 추운 날씨에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라고 손가락질했을지도 모르겠다.

시승차는 메르세데스 벤츠(벤츠)가 만든 2인승 컨버터블(Convertible) ‘SL63 AMG’로, 8기통 5.5ℓ짜리 심장에서 537마력이 뿜어져 나와 슈퍼카 범주에 드는 강력한 스포츠카다. 이미 1956년 270km/h를 돌파하고 갈매기 날개처럼 위쪽으로 열리는 ‘걸윙(gullwing) 도어’를 달아 지금까지도 벤츠 역사상 최고 모델로 꼽히는 ‘300SL’의 6대손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오리지널 300SL을 보려면 제주 서귀포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에 가면 된다.

# 온열시트에 에어스카프 빵빵

오리털 점퍼 지퍼를 목 위까지 올리고 가죽장갑을 낀 채 운전석에 올랐다. 버튼 시동키를 누르자 지하주차장 가득 크고 거친 배기음이 울려 순간 움찔했다.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놀랄 수도 있을 정도다. 막힌 공간에서 시동을 걸 때는 가까이에 사람이 있는지 먼저 살펴야겠다.



콘솔 박스에 있는 작은 덮개를 열고 그 안에 자리한 네모난 스위치를 당겼다. ‘우웅, 철커덕’ 소리와 함께 지붕 및 뒤 유리가 3단으로 접혀 트렁크로 들어가고 모든 창이 내려가 오픈카로 변신하는 데 정확히 20초 걸렸다. 겨울이라 창은 다시 올리고 뒤쪽 와류를 막아주는 윈드 디플렉터도 재킷 깃처럼 바싹 세웠다. 덮개는 외부에서 리모컨으로 개폐할 수 있다.

히터를 최대한 세게 틀고 온열시트 온도도 높였다. 헤드레스트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와 목을 따뜻하게 감싸는 ‘에어스카프’까지 켜니 온몸으로 훈훈한 열기가 전해졌다. 마치 따뜻한 노천탕에 들어앉은 듯한 기분이었다.

영하 3℃에 오픈카 타봤습니까?
# 시트에 몸이 파묻히듯 폭발적 가속력

뜨거운 주변 시선을 뒤로한 채 재빠르게 서울 도심을 빠져나와 고속화도로에 올랐다. 속도를 높이자 60km/h 이하에선 들리지 않던 바람소리가 조금씩 귀에 들어왔다. 그러나 귀로 들리는 소리와 달리, 몸에 부딪치는 바람은 거의 없었다. 혹시나 하고 하늘로 손을 뻗어 올리자 바람에 부딪쳐 팔이 저절로 뒤로 꺾였다.

컴포트(Comfort)에 맞춰져 있던 주행모드를 스포츠(Sports), 스포츠플러스(Sports+)로 차례로 바꾸며 속도를 높이자,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지면서 가속페달이 점점 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스포츠플러스에선 소위 ‘밟으면 밟는 대로’ 조금의 시간차도 없이 차가 움직였다. 심장박동수를 더 높이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최고조에 이르게 하고 싶다면 매뉴얼(Manual) 모드로 바꾸고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주행하면 된다. 한눈팔 겨를 없이 저절로 운전에만 집중하게 된다.

순간가속은 어떨까. 한적하고 반듯한 도로를 만나 가속페달을 꾹 밟았다. 그러자 몸이 시트에 파묻히면서 앞바퀴가 들리듯 치고 나가 순식간에 초고속 영역에 도달했다. 바로 커브길이 나타나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지만, 짜릿한 속도감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았다. 만일 정체된 도심에서 멋모르고 스포츠플러스 모드로 주행하다가는 자칫 순간가속을 감당하지 못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L63 AMG의 안전최고속도는 320km/h이고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4.3초에 도달한다. 카본 세라믹 대형 AMG 브레이크는 원하는 만큼 차를 빨리 세운다.

스티어링은 고속 주행에서 핸들이 가벼워지는 것을 막아주는 속도감응식 파워스티어링과 조금만 핸들을 돌려도 코너를 쉽게 빠져나갈 수 있게 전동어시스트를 적용했다. 편도 2차선 도로에서도 쉽게 유턴할 수 있었다. 커브길을 만나 핸들을 돌릴 때마다 몸 양옆이 순간순간 불룩 올라와 몸이 쏠리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버킷시트를 채택했다.

# 호화로운 IWC시계·B&O오디오

신형 SL63 AMG 디자인은 이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을 두 줄 크롬 장식으로 마감하고, 헤드램프 주간주행등을 위쪽으로 치켜세움으로써 V자 형태가 더 또렷해졌다. 길게 뻗은 보닛이 실내를 최대한 뒤로 밀어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잘 달리는 근육질 스프린터를 보는 듯하다.

차체는 대부분 알루미늄이며, 지붕 등 일부만 마그네슘과 카본파이버를 사용했다. 그 덕에 강철구조였던 구형보다 출력이 12마력 향상됐고 무게는 110kg이나 줄었다. 공인연비는 7.8km/ℓ(복합연비 기준)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31g/km.

실내도 큰 변화는 없다. 붉은색 가죽시트에 나파와 우드, 메탈을 적절히 섞어 호화롭고 세련되게 꾸몄다. 포탄처럼 공격적인 십자형 크롬 에어벤트 4개와 버튼 주변을 장식한 카본파이버 등이 스포티함을 더했다. 특히 대시보드 중앙에 있는 동그란 아날로그시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계의 페라리’라고 부르는 명품으로, 140년 전통의 스위스 IWC 제품이다. 대시보드 양쪽 끝에는 기묘하게 생긴 돌출형 스피커가 자리 잡았다. 뱅 앤드 올룹슨(Bang · Olufsen)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하고 우퍼를 보강해 지붕을 열고 달릴 때도 고품질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2개 좌석 뒤쪽으로 작은 수납공간을 둬 손가방 정도는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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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몸을 단단히 잡아주는 붉은색 가죽 버킷시트가 인상적이다(왼쪽). 콘솔 박스에 있는 스위치로 지붕을 20초 만에 개폐할 수 있다.

#‘1인 1엔진’ AMG만의 철학

이날 시승차 엔진은 독일 AMG 공장의 숙련공 앤 본데리(N. Bondary)가 조립했다. AMG는 1967년 창업 이래 4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인 1엔진’ 철학을 고집한다. 숙련공 한 명이 엔진 1개를 조립부터 완성까지 전담하는 방식이다. 이런 엔진 덮개에는 숙련공 명패가 새겨져 출고 이후에도 품질을 보증한다.

트랜스미션은 멀티클러치 방식인 AMG 7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했다. 최대토크 81.6kg·m의 힘을 내는 후륜구동 방식이다. 이날 휴식시간을 포함해 약 4시간 동안 시승하면서 절반을 오픈 톱(Top)으로 주행했지만, 추위를 느끼기보다 기분 좋게 쌀랑한 정도였다. 다만 스스로 키가 좀 크다고 생각하면 모자를 쓰는 게 좋겠다. 국내 판매 가격은 2억890만 원이다.



주간동아 2013.03.04 877호 (p78~79)

  •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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