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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인생

運七技三? 라운딩은 전쟁이거늘

골프병법2

  • 김종업 ‘도 나누는 마을’ 대표 up4983@daum.net

運七技三? 라운딩은 전쟁이거늘

병법을 논함에 먼저 장수론을 들먹여보자. 명장(名將)은 모름지기 싸우는 방법을 알고 휘하 졸(卒)들을 운용할 줄 안다. 싸우는 방법을 더 많이 알려고 병서를 읽고 전쟁사를 공부하며 인간을 연구한다. 천기(天氣)를 읽고 지기(地氣)를 느끼며 인간을 탐색한다. 그래서 명장이란 소리를 듣는 사람에도 유형이 있다. 많이 들어본 소리겠지만 지장, 용장, 덕장 등등이 그러하다. 순서대로 격을 따지자면 용장이 하수요, 지장이 중수요, 덕장이 상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최고 장수는 운장(運將)이다. 관운장이 아니라 운이 많이 따르는 장수를 운장이라고 일컫는다. 다른 말로 ‘복 많은 장수’라고도 하는데, 실제 전장에서 복 많은 장수를 선발한 사례도 있었다. 19세기 전쟁 당시 일본이 그러했다. 러·일전쟁 당시 소련과 한판 붙을 사령관을 뽑을 때 일왕이 직접 나섰는데, 대장 가운데 후보자 7명을 추천 받아 누구를 선발할지 고민하는 국방장관에게 간단히 명령을 하달했다.

“후보자 7명 가운데 가장 운 좋게 대장을 단 사람이 누구인가?” “도고 헤이하치로입니다.” “그를 사령관으로 임명하라.”

도고는 대마도 해협에서 여순함대를 박살냈는데, 일본 국민이 칭찬하며 영국 넬슨, 한국 이순신과 비교하자 이순신을 존경한다는 발언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나를 넬슨과 비교하면 받아들이겠으나 이순신에게는 턱도 없소. 이순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반면, 넬슨은 유에서 유를 창조했기 때문이오.”



어쨌든 그는 러시아 함대를 격파해 일본 군신(軍神)으로 추앙받았지만, 말년에 배에서 내리다 넘어져 허리를 다쳤고 죽을 때까지 휠체어 신세를 졌다. 군인이 전장에서 안 다치고 안전사고로 다쳤으니 그렇게 운이 좋은 사람만은 아니었나 보다.

운은 어떤 때 따라오는가. 어떤 사람을 운장이라고 부르는가. 감나무 밑에서 가만히 입만 벌리고 있으면 감이 입으로 들어오는 것이 운인가. ‘아니올시다’이다. 지독한 노력과 의지, 시기를 탈 줄 아는 감이 있어야 운도 따른다. 오는 것이 아니라 불러오는 것이다. 자신이 선택하고 노력해야 따라오는 것이다. 병법 원리에서 운을 불러오는 수단, 노력이 바로 정보의 원칙이다. 정보를 바탕으로 작전을 펼쳐야 운이 따른다. 무식하게 작전만 펼치는 사람을 용장이라 하는데,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 같은 사람이 그런 유형이다.

세 가지 정보의 원칙

제갈량을 책사라고 부르는 이유는 정보의 원칙을 깨쳤기 때문이다. 기상을 알고 지형을 파악하며 심리를 간파해 그것에 맞는 작전을 펼치는 능력, 이것이 정보의 원칙이다. 소위 말하는 천지인(天地人)에 대한 술법을 알았기에 늘 이기는 전법을 쓴 것이다. 이 원칙은 사업, 스포츠, 골프 어디에든 통용된다. 인생 모든 것이 정보의 원칙에 기초해야 실패해도 재기할 기회가 주어진다. 모르면 당한다는 논리를 학문적 용어로 표현한 것이 바로 정보의 원칙이다.

정보의 원칙에서 알아야 할 세 가지는 기상, 지형, 적의 기도와 능력이다. 골프에 빗대면 날씨, 골프장, 동반자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첫째, 날씨를 어떤 정보로 이해해야 하는가. 계절별 날씨뿐 아니라, 당일 기압 흐름까지 알아야 진정한 명장이다. ‘기압이 낮다’는 것은 흐린 날씨에 대기 중 압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므로 비거리에 영향을 미친다. 여름 한낮의 땡볕에서는 기압이 높아 비거리가 10야드 이상 더 나간다. 체공시간이 길어지고 공도 가볍게 느껴진다. 흐린 날씨에는 대기 중에 수분이 많아 공이 수분 저항을 받는다. 비거리가 줄어드는 것이다. 구름이 좀 끼고 맑은 날에는 인체 압력과 대기 중 압력이 조화를 이뤄 원하는 거리가 딱딱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인체의 경우 기압이 낮으면 상대적으로 밖으로 나가는 압력이 고통으로 다가오는데, 이를 신경통이라고 한다. 신경통 환자가 날씨 예보에 도사인 이유는 신경통이 기압의 영향을 받아서 그 느낌이 정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기초로 골프에 대입해보면 인체 압력이 어떻게 느껴지냐에 따라 기상을 정보로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지형의 정보는 골프장 사정이다. 잔디와 그린 사정, 페어웨이의 땅 기질과 벙커 모래 질, 연못 위치 등 모든 땅의 성질을 정보로 미리 입력해놓아야 한다. 잔디라도 다 같은 잔디가 아니다. 양잔디, 토종 잔디, 미국 무슨 잔디 등 그 성질이 모두 다르다. 골프채로 잔디를 쓸어봤을 때 어떻게 빠져나가느냐가 중요한 변수다. 찍어 칠 것인가, 쓸어 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러프의 풀 상태를 보고 골프채를 무엇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풀 밑의 땅, 즉 디보트 자국을 보고 마른 땅이냐 젖은 땅이냐를 판단하면 디보트 공략법이 그려진다. 공을 찍을 것이냐, 공 뒤를 쓸어 칠 것이냐를 결정할 수 있다.

벙커 모래도 그 성질에 따라 공략법이 달라진다. 연하고 부드럽다면 모래와 함께 퍼 올리지만, 굵고 저항이 있는 모래라면 공만 퍼 올리는 기술을 구사해야 한다. 맨땅 같은 벙커도 있는데, 이때는 잔디에서와 같은 스윙을 해야 한다. 그린 상태는 말해 무엇하랴. 퍼팅의 두 가지, 즉 기울기와 속도는 땅 형태에 따라 감을 익힐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홀까지 그린 상태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날 경기는 끝이다. 여하튼 기상 다음의 지형을 한 번에 좌르륵 판단하는 정보의 원칙을 명심한다면 서너 타수는 분명히 줄어든다.

적의 기도와 능력을 아는 것, 이것이 정보의 세 번째 법칙이다. 적이라 하면 상대를 일컫지만 골프에서는 돈내기 할 때, 경기할 때 동반자를 뜻한다. 평소 타수는 어느 정도인지, 오늘은 컨디션이 어떤지, 어제 저녁에 뭘 했는지, 요즘 고민은 무엇인지 같은 기본 정보에서 시작해 의도를 파악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돈을 따려고 왔는지, 억지로 끌려왔는지, 핑곗거리를 찾으려 왔는지 등 상대방의 목적을 파악한 다음 슬슬 그에 맞는 작전을 구사하면 될 것이다.

공세의 원칙과 기동의 원칙은 무엇인가. 공세라고 하면 공격적이란 개념이 떠오르지만, 정확한 개념은 공격기세의 원칙이다. 즉, 자신이 잘될 때는 다른 잡념이 떠오르지 않도록 잘된다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주지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는다. 모기 눈알만큼의 의심까지도 다 버리고 무조건 잘 맞는다는 기세를 유지하는 것이 공세의 법칙이다.

運七技三? 라운딩은 전쟁이거늘
여기에 더해, 아무리 좋은 타수가 나와도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못 같은 걸림돌이 앞에 있어 투 온이냐, 스리 온이냐를 두고 갈등이 생기면 공격적인 쪽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 방어는 상황이 불리할 때 취하는 것이지, 유리할 때 취하는 방법이 아니다. 설령 공격적 플레이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공격적 자세를 습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좋은 예로, 제1차 세계대전에서 방어 작전으로 성공한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방어가 먼저라는 전략에 따라 마지노 장군의 건의대로 엄청난 방어선을 쌓았다. 마지노선이라고 부르는 방어선은 그야말로 철벽이었지만, 독일의 우회전략 한 방에 무너져버렸다. 옹졸한 판단 하나로 국가가 거덜 난 경우인데,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다. 17번 홀까지 파 플레이를 계속해 한 홀만 견디면 이븐이라는 생각에 안전전략으로 가보라. 보기가 나온다. 필자의 경우 최저타수가 2언더였는데, 그날 전반 홀에서 1언더 후반 16번 홀까지 파였다. 동반자 대부분이 파만 계속해 언더파를 기록하라고 얘기했지만, 필자는 무시하고 공격적으로 나갔다. 17번 롱 홀, 공격 기세를 유지하려고 세컨드 샷에서도 우드를 잡고 힘 있게 휘둘렀다. 투 온! 이글을 목표로 과감히 퍼팅해 집어넣었다. 그런데 3언더 18번 홀에서 소심하게 파만 하자고 맘먹은 순간 보기가 나왔다. 공격 기세를 유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닝기리! 전쟁사 전공으로 공세의 원칙을 아는 사람이 실전에서 움츠려들다니….

전진하고 또 전진하라

기동의 원칙은 전쟁과 집단 스포츠에서만 통용되는 것으로, 골프에서는 개념을 잡고 플레이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동이란 말은 이동과 다른 개념이다. 원하는 장소, 결정적 장소에 자신, 또는 공을 위치시키는 것이 기동이다. 그냥 움직이는 것은 이동이고, 기동은 전술적 이동을 뜻한다. 골프 자체가 전진만 있고 후퇴가 없는 경기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간혹 뒤로 칠 때도 있는데, 이 경우 역시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 공을 놓는다는 점에서 기동의 원칙에 해당된다. 드라이버를 어느 방향으로 쳐야 세컨드 샷을 하기 좋을지, 어프로치를 할 때 길게 할지 그린 앞에 놓을지 등을 선택해야 할 경우 기동의 원칙을 알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다음 공격을 위해 유리한 장소를 어떻게 고르느냐로 선택하는 것이다. 전쟁 시 적의 앞길을 가로막는 이동, 이것이 기동이다. 가장 치기 좋은 장소에 공을 갖다놓는 기술, 이것이 기동이다.

인생에서든 골프에서든 전진하고 또 전진하라. 중간에 쉴 때는 작전을 짜고 목표를 바라보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장소로 이동하라. 가는 길에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예측하라. 하늘을 바라보며 허공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고, 땅을 바라보며 자신이 디딜 장소를 파악하라. 선택, 결심, 움직임은 많이 알고 전진하는 데서 시작된다.



주간동아 2012.12.17 867호 (p56~57)

김종업 ‘도 나누는 마을’ 대표 up498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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