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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마당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는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시인 이상화의 ‘마돈나’, 백석의 ‘나타샤’는 우리 문학의 베아트리체다. 단테가 사랑한 여인이 천상의 존재처럼 여겨진다면, 우리 식민지 시인의 여인들은 언제나 이 땅에 뿌리박고 있다. 나타샤… 그녀가 누군지는 궁금하지 않다. 백석이 이렇게 ‘푹푹’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이 간절할 따름이다(마가리 : 오막살이, 출출이 : 뱁새, 고조곤히 : 고요히의 북쪽 지방 방언). ─ 원재훈 시인



주간동아 2012.12.17 867호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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