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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박희숙의 미술관

운동하라, 중년에 추락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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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라, 중년에 추락 않으려면

운동하라, 중년에 추락 않으려면

‘아이스크림 동굴’, 코튼, 2003년, 리넨에 유채, 178×203, 뉴욕 메리 분 갤러리 소장.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1명이 당뇨 환자고, 비만이 원인이라고 한다. 비만은 고열량 음식을 섭취해 발생하는데, 사실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처럼 입맛을 사로잡는 것도 없다.

입을 따르자니 비만이요, 건강을 생각해 채식 위주로 먹자니 입이 고역이다. 더욱이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양을 조절하기란 고문에 가까울 정도로 고통스럽다.

비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는 현대인의 공포를 표현한 작품이 윌 코튼(1965~)의 ‘아이스크림 동굴’이다. 벌거벗은 여인이 성처럼 쌓인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여인은 팔로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살짝 들어 올린 엉덩이와 다리에 온통 아이스크림이 묻어 있다.

이 작품에서 여인 다리에 묻은 아이스크림은 감정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달콤한 음식을 거부하지 못하는 인간 욕망을 나타낸다. 성처럼 쌓인 아이스크림은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식욕을 나타내는 동시에, 값싸고 천박한 음식을 즐기다 비만이 되는 현대인의 재앙을 암시한다. 여인이 홀로 아이스크림 동굴에 갇힌 것은 음식으로 외로움을 달래는 현대인의 고독을 나타낸다.

작가가 패션모델 같은 아름다운 여인을 작품에 그려 넣은 것은 현대인이 지닌, 끊임없이 먹고 싶어 하는 욕구와 비대한 육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다이어트에 대한 병적 집착을 드러낸다. 그와 동시에 포르노에 대한 현대인의 강박관념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여인의 고전적인 자세와 크림색 피부는 18세기 거장들의 그림을 연상시키지만, 작가는 고전 회화에서 볼 수 있는 여신 이미지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여인을 표현했다.



하지만 비만이 두려워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먹는 것은 인생을 더 즐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비만해지지 않는 최고 방법은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특히 겨울철 춥다고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성인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요즘같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 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 스케이트다.

겨울철 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을 그린 작품이 헨리 레이번(1756~1823)의 ‘더딩스턴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로버트 워커’다. ‘스케이트를 타는 목사’라고도 부르는 이 작품은 스코틀랜드 관광청이 홍보용으로 사용해 에든버러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얼어붙은 호수에서 챙이 높은 중절모를 쓴 남자가 팔짱을 낀 채 스케이트를 탄다. 몸에 딱 붙은 바지를 입은 그는 오른쪽 다리를 힘차게 뒤로 젖히고 있다. 무릎까지 오는 외투가 벌어졌지만 품위를 잃지 않았다.

이 작품의 모델 로버트 워커(1755~1808)는 에든버러에 있는 캐논게이트 교회 소속 목사로 활동하다 훗날 궁수부대 군목이 됐다. 책을 여러 권 집필한 작가로도 명성이 높던 그는 1780년대부터 에든버러 스케이팅 클럽 회원으로 활동했을 정도로 스포츠 마니아였다.

팔짱을 낀 워커의 자세는 당시 스케이팅 교본에서 ‘품위 있는 회전을 하는 데 적합한 자세’로 언급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목에 맨 흰색 스카프는 워커 옆얼굴을 강조하며, 몸은 겨울 하늘의 어슴푸레한 빛을 받아 윤곽만 드러난다.

운동하라, 중년에 추락 않으려면

‘더딩스턴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로버트 워커’, 레이번, 1795년경, 캔버스에 유채, 76×63,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위). ‘소녀 테니스 선수’, 레더샤이트, 1926년, 캔버스에 유채, 100×80, 뮌헨 피나코테크 소장.

레이번은 독창적인 조명 효과를 좋아해 흐릿한 풍경 위에 목사를 실루엣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스케이트 신발의 리본과 얼음 위 스케이트 날자국은 사실적으로 그려 풍경과 강한 대비를 이룬다.

성인병을 예방하려고 많은 사람이 걷기, 달리기, 수영 같은 유산소운동을 한다. 하지만 유산소운동은 대부분 혼자 하는 스포츠라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지루할 수 있다. 스포츠에 흥미를 잃지 않으려면 승부욕을 자극하는 구기종목에 도전해볼 만하다.

테니스를 치는 여성을 그린 작품이 안톤 레더샤이트(1892~1970)의 ‘소녀 테니스 선수’다. 스포츠를 통해 강한 여성을 표현한 작품이다.

건강한 소녀가 테니스 라켓과 공을 잡고 어색하게 서 있다. 테니스 코트 밖에는 중절모를 쓴 정장차림의 남자가 서 있다. 소녀의 몸은 조각처럼 표현됐고, 그와 대조적으로 남자는 완벽한 정장차림이다.

조각 같은 여인은 자기 의지가 없다는 것을 암시하며, 그녀가 서 있는 삭막한 테니스 코트는 소외감을 나타낸다. 소녀의 밝은 피부와 검은색 테니스 코트가 대조를 이루면서 소녀의 경직된 몸을 더욱 강조한다.

두 사람 사이에 가로막힌 녹색 철조망은 희망 없는 그들의 고독을 상징하며 소녀를 관찰하는 남자로 인해 관능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 작품은 1926년 ‘바의 누드’ ‘그네 위의 누드’ ‘곡예 줄의 누드’를 포함한 운동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힘이 넘치는 여인을 조각처럼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에서 남자 표정을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묘사했는데, 이는 작가 자신을 단순화해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방식으로 1926년부터 정장차림과 함께 ‘머리를 덮는 유일한 것’으로 모자를 다루기 시작했다.

작가는 또한 한 화면에 두 세계를 한꺼번에 나타냈는데, 소녀는 강한 여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상상의 세계를, 남자는 관찰자인 동시에 현실 세계를 암시한다.

성인병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잃게 만든다. 중년이 살길은 스포츠다. 스포츠는 중년을 초라한 인생으로 전락시키지 않는다.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주간동아 2012.11.19 863호 (p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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