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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럭셔리·농산물 ‘웃고’ 천연자원·녹색성장 ‘울고’

2012년 이색 테마펀드 성적표

  • 서소정 아시아경제 증권부 기자 ssj@asiae.co.kr

럭셔리·농산물 ‘웃고’ 천연자원·녹색성장 ‘울고’

럭셔리·농산물 ‘웃고’ 천연자원·녹색성장 ‘울고’
유럽 재정위기로 주식시장이 침체기를 맞으면서 한때 ‘재테크 대명사’로 군림하던 펀드시장도 빙하기를 맞았다. 2007년 고수익을 자랑하던 해외펀드를 중심으로 펀드붐이 일었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점차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에 따라 ‘살길’ 모색에 나선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잇따라 이색 테마펀드를 선보이는 등 꺼져가는 펀드 투자 불씨를 살리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농산물, 원자재, 천연자원, 럭셔리, 사회책임투자(SRI)펀드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미술품, 한우, 선박, 와인 등 특별자산에 투자하는 펀드까지 등장하면서 이른바 펀드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소비자 욕망 럭셔리펀드 수익률 1위

하지만 테마펀드 중에는 유행이나 시류를 타고 만들어졌다가 이후 수익률 부진이나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투자 손실만 남긴 채 사라지는 경우도 꽤 있다. 옥석을 가리는 투자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테마펀드 가운데 눈에 띄는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럭셔리펀드’다.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닥쳤지만 명품(名品)업체들의 콧대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가격이 오를수록 명품 가치가 더해지는 듯 한 해에도 몇 번씩 가격 인상 정책을 쏟아내지만, 명품에 대한 소비자의 욕망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추세다. 중국 등 신흥국이 새로운 명품소비 주체로 부상하면서 이들의 지갑을 활짝 열게 하는 소비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럭셔리펀드도 덩달아 함박웃음을 짓는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월 13일 기준 국내에서 판매 중인 럭셔리펀드 4개의 올해 수익률은 14.86%로 전체 테마펀드 가운데 으뜸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가 수익률 7.82%를 올린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운 수익을 올린 셈이다. 2, 3년간 수익률도 각각 16.02%, 57.01%에 달해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인 -17.12%, -6.81%를 훌쩍 상회하는 수익률을 자랑한다.

럭셔리펀드는 선진시장과 일부 신흥국 증시에 상장된 일등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올 7월 기준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 펀드가 투자한 상위 5개 기업은 애플, 리슈몽, LVMH, 듀폰, 폭스바겐이다. 8월 기준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 펀드는 리슈몽, 나이키, LVMH, 스와치, 크리스찬 디오르, 아디다스 등에 투자하고 있다.

럭셔리펀드가 집중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리슈몽은 시계, 보석, 필기구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가진 스위스 기업으로 몽블랑을 비롯해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피아제 등의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다. 세계 1위 명품업체인 LVMH는 루이뷔통, 디오르 등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기업이다.

미국산 매스티지(대중적인 명품) 제품으로 유명한 가방업체 코치와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도 럭셔리펀드가 적극 편입하는 투자 종목이다. 코치와 나이키 주가는 올 상반기 각각 79.7달러, 114.81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나란히 최고가를 찍었다. 이후 글로벌 경기 영향을 타고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주가가 내림세로 전환했지만, 하반기에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

럭셔리·농산물 ‘웃고’ 천연자원·녹색성장 ‘울고’

럭셔리펀드는 럭셔리 브랜드를 가진 기업에 투자한다.

잇단 천재지변 농산물펀드 ‘풍년’

명품업체들의 이 같은 승승장구는 신흥 소비 주체로 부상한 중국 ‘큰손’들 덕분이다. 올 10월 국경절 연휴기간 중국인이 유럽, 미국, 동남아, 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쓴 돈은 480억 위안(약 8조527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소비액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럭셔리 제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기침체 영향을 덜 받는 데다, 중국 같은 신흥국에서 해외 명품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펀드 성과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체 테마 펀드 가운데 톱(TOP)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올해 미국에 허리케인 샌디 등이 휩쓸고 지나가고 폭염과 유례없는 가뭄이 전 세계를 강타해 국제곡물가가 급등하자 농산물펀드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다. 이상기후로 생산량에 차질을 빚으면서 먹거리에 비상이 걸리자 이 틈을 노려 농산물에 베팅하는 투기세력까지 등장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월 13일 기준 10개에 이르는 농산물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9.40%로 양호한 성과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 수익률 2.97%를 훨씬 웃돈다.

개별 상품으로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삼성KODEX콩선물(H) 특별자산 상장지수 투자신탁(콩-파생형)’이 연초 이후 수익률 28.76%로 농산물펀드 가운데 성과가 가장 우수했다. 이어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 특별자산 상장지수 투자신탁(농산물-파생형)’과 ‘신한BNPP애그리컬쳐 인덱스플러스 증권자투자신탁1(채권-파생형)(종류A)’도 각각 18.60%, 10.16%로 양호한 수익률을 자랑했다.

이처럼 농산물 펀드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올해 기상악화로 3대 주요 농작물에 해당하는 콩, 옥수수, 밀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주요 생산지인 미국이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으며 수확량이 급감하자 전 세계 식탁 물가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옥수수 선물 2012년 12월물 가격은 11월 9일, 부셸(약 27.2kg)당 7.38달러를 기록했다. 옥수수 선물 가격은 미국 가뭄 피해가 극심했던 8월 10일 사상 최고가인 부셸당 8.49달러까지 치솟았고, 대두 가격도 11월 선물 가격이 9월 4일 부셸당 17.89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김성훈 팀장은 “최대 곡물 생산국인 미국이 최악의 가뭄으로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농산물값이 급등해 그동안 투자자들의 관심 밖이었던 농산물펀드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곡물값이 내년에도 강세를 유지하리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투기세력까지 모여들지만, 농산물값은 작황이라는 요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변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에 특별자산펀드는 ‘울상’

그러나 이색 펀드가 모두 웃는 것은 아니다. 한때 이색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특별자산펀드는 경기침체 여파로 서서히 종적을 감추고 있다. 드라마와 뮤지컬, 와인, 미술품, 한우, 홍삼 등 실물 수익권에 투자하다 보니 경기 위축이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드라마, 뮤지컬, 영화에 투자하는 엔터테인먼트펀드는 2006년과 2007년 봇물을 이뤄 한때 15개까지 증가했지만 2008년 명맥이 끊겼다. 그러다가 올해 ‘현대스위스 사모오페라투란도트 특별자산1(수익권)’이 설정되면서 4년 만에 다시 등장, 부활에 도전하고 있다.

한때 주목받았던 엔터테인먼트펀드 신규 출시가 뜸한 건 부진한 성과 탓이다. 엔터테인먼트펀드 가운데 설정액 규모가 246억 원으로 가장 컸던 하이자산운용의 ‘하이베리타스무비앤조이 사모특별자산1’은 지난해 12월 5년 만에 만기를 맞았지만 설정 이후 손실률이 7∼8%대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유일한 공모펀드인 ‘동양 레저·엔터테인먼트1’은 설정액이 1억 원도 안 되는 소규모 펀드로 운용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럭셔리·농산물 ‘웃고’ 천연자원·녹색성장 ‘울고’
사모펀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와이즈 드라마 사모특별자산’ ‘골든브릿지올리브나인 한류드라마 사모특별자산’ ‘골든브릿지 인터파크공연전시 사모특별자산’ ‘골든브릿지-싸이더스FNH영화중심 사모특별자산’ ‘대신사모뮤지컬 특별자산’ ‘마이애셋 사모뮤지컬특별자산’ 등의 펀드가 2006~2007년 잇따라 선보였지만 설정액 규모도 작고 수익률도 좋지 않아 고전 중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겨울연가’ 등 2000년대 초·중반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각 운용사에서 드라마를 비롯해 뮤지컬,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했지만 영화 등 투자대상이 한정적이어서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펀드보다 기관투자자 중심의 사모펀드가 주를 이뤘지만 투자수익률이 좋지 않으면서 거의 명맥이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11·11옵션쇼크’ 손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업계 처음으로 금융투자업 인가를 취소당한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했다. ‘현대와이즈 드라마 사모특별자산’ 등 엔터테인먼트 사모펀드에 적극 나섰던 이 운용사는 8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퇴출 통보를 받았다. 특별자산펀드는 보유 자산을 매각해야 현금이 나오는 구조라 당장 중도 환매가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떠안아야 했다.

특별자산펀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홍삼, 와인, 한우, 미술품 등 이색 테마 발굴에 적극 나섰던 운용사들도 신규 펀드 출시에 주춤하고 있다.

럭셔리·농산물 ‘웃고’ 천연자원·녹색성장 ‘울고’

농산물펀드는 작황에 따른 변수가 많으므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미술품에 투자하는 펀드로 설정 당시 각광받았던 아트펀드도 ‘골든브릿지 명품아트 사모특별자산1(금전채권)’ ‘한국사모명품아트특별자산1(A)’ 등 단 2개만 남았다. 내수시장 부진으로 미술품 시장이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내년부터 양도차익 과세 시행으로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만화 ‘신의 물방울’ 인기에 힘입어 한때 화제가 됐던 와인펀드도 현재는 ‘한국사모Bordeaux Fine Wine특별자산1’ 등 단 3개만이 명맥을 유지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특별자산펀드 투자대상이 경기에 민감한 실물이 대부분이라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서 “다만 최근 전 세계적인 케이팝(K-Pop) 열풍이나 싸이 ‘강남스타일’ 흥행 등으로 한류가 주목받으면서 일부 운용사에서 엔터테인먼트펀드 출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회책임투자펀드는 투자자 외면

금융위기로 자본주의에 대한 재성찰이 이뤄지고 기업 평가 부분에서 사회적 책임이 중요한 잣대가 되면서 ‘착한 펀드’인 사회책임투자(SRI)펀드가 등장했지만, 자투리 펀드(소규모 펀드)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인식에는 아직 ‘착한 기업=수익성 좋은 기업’이란 등식이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으로, 상당수가 청산 대상에 포함될 처지에 놓였다. 기업의 수익성, 성장성 등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환경, 지배구조, 지역사회공헌 등 윤리적 요인까지 고려해 편입 종목을 선정하는 사회책임투자 펀드가 이색 펀드로 등장했지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SRI펀드인 ‘한화글로벌북청물장수1(주식)(A)’ 펀드는 신탁재산의 60% 이상을 전 세계 시장에 상장등록 또는 상장등록 예정인 물 관련 기업들의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형 펀드다. 2007년 처음 설정해 5년 가까이 운용 중이지만 투자자들이 찾지 않으면서 설정액이 50억 원도 채 안 되는 자투리 펀드로 전락했다. 한화운용 관계자는 “2007년 물 부족 이슈가 컸고 향후 물 관련 산업이나 설비업체에 투자하는 환경 친화적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 것이라는 전망에 우후죽순 관련 펀드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에 민감한 기업을 주로 편입하다 보니 한때 경기침체 영향을 받았고 점차 니치마켓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면서 설정액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KB지구온난화테마 자(주식)A’ 펀드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이 펀드는 CS 지구온난화 지수 구성 종목에 주로 투자한다. CS 지구온난화 지수는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수혜를 입는 지구온난화 관련 산업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 펀드 역시 자투리 펀드 처지다. KB운용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 온실가스 배출제한, 대체에너지, 대체연료 등 4개 테마를 선정해 다국적 기업에 투자한다”면서 “2007년 지구온난화 테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물 펀드 등과 함께 봇물처럼 쏟아졌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SRI펀드인 ‘IBK좋은기업바른기업(주식)A’ ‘마이트리플SRI(주식)’ ‘대신지구온난화투자자 1(주식-재간접)’ ‘산은S·P글로벌워터 자(주식)’ ‘한국투자워터 1(주식)(A)’ ‘산은SRI좋은세상만들기 1(주식)A’ 펀드 등이 모두 설정액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다. 국내 SRI펀드인 ‘한국투자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 1(주식)(A)’와 ‘미래에셋넥스트리더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A-e’ 펀드도 11월 13일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각각 12.79%, 8.59%로 양호한 성과를 냈지만 투자자 외면으로 설정액이 13억, 19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

설정액이 작다 보니 운용사 내부에서도 푸대접받기 일쑤다. 1년 사이 펀드매니저가 수차례 바뀌는가 하면 운용보고서도 형식적으로 작성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몇 년 사이 사회적 기업과 지속가능경영, 환경친화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SRI펀드가 늘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설정액 10억 원 내외로 청산 대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설정액이 작을 경우 수익률에 부정적이고 펀드매니저의 잦은 교체 등 운용사가 관리에 소홀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한 펀드매니저는 “테마펀드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색 펀드라고 해서 무작정 투자에 나서기보다 인기나 시류에 편승해 만들어진 경우가 아닌지, 향후 전망 등을 꼼꼼히 점검해보고 자산배분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2012.11.19 863호 (p26~29)

서소정 아시아경제 증권부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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