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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길의 놀라운 편집의 힘

성공으로 가는 길 스스로 써내려가라

스토리의 힘

  •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성공으로 가는 길 스스로 써내려가라

더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알코올중독자, 줄담배를 태우다가 담배를 끊겠다는 흡연자, 인터넷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게임중독자, 카지노를 출입하지 않겠다는 도박중독자, 한 달 안에 10kg을 감량하겠다는 다이어트 선언자. 이들의 굳센 의지가 작심삼일로 끝나는 이유는 뭘까.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 교수인 티모시 윌슨의 신간이 나왔다. ‘행동의 방향을 바꾸는 강력한 심리 처방’이란 부제를 단 ‘스토리’(웅진지식하우스)는 자발적 참여와 몰입을 가능케 하는 심리적 동기, 즉 ‘스토리 편집’을 제시한다.

단순히 폐암에 걸리지 않으려고 금연을 결심하면 대다수 흡연자는 결심 번복의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심신을 망치는 나쁜 습관을 고쳐 현재의 삶에서 거듭나 새로운 삶에 도전하겠다는 총체적 결심이 바로 스토리 편집력이다. “두 딸은 유치원생이다. 번듯한 내 집 마련은 아직 멀었다. 현재 부부 모두 건강하지만 성인병이 나타날 40대 후반이 되면 어찌 될지 모른다. 가장인 내가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우리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 그런데도 나는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운다. 그래, 지금 당장 금연이 불가피하다.” 바로 이것이 삶에 대한 계획이 분명하고 자발적 의지를 동반한, 그래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스토리 편집이다. 스토리로 스스로를 설득하고 감동시키라는 메시지다.

윌슨 교수의 주장은 간단명료하다. 삶에 변화를 일으키고 싶으면 그 변화의 핵심 내용을 끌어내 본인을 주인공으로 삼고, 자기 삶 속에 전개해야 할 이야기(story)를 얽어(editing) 보라는 것이다. 이 스토리가 절실하고 합리적일수록 의도한 변화는 더 잘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학 신입생 김방종 군과 이결심 양은 경영수학 과목 중간고사에서 D학점을 맞았다. 김군은 ‘나는 정말 수학에 재능이 없나봐. 경영학과에 괜히 왔어’라고 생각하면서 수업도 종종 빼먹고 기말고사 준비도 하지 않는다. 경영수학 과목은 거의 포기상태다. 반면 이양은 ‘고등학교 때 방식으로는 안 되겠네. 다음 시험에 대비해 미리 철저하게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어’라고 결심하면서 수업에 꼬박꼬박 출석하고 맨 앞줄에 앉아 교수의 설명을 꼼꼼히 메모한다. 지금 김군은 자기파괴적 순환 고리에 갇혔고, 이양은 자기 향상적 순환 고리에 올라탔다.



어떤 힘겨운 일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고난의 의미를 해석해본다. 대부분의 해석은 자기 자신에 대한 내러티브(narrative, 사람이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인 ‘스토리’와 동일한 뜻)에 뿌리를 둔다. 이 내러티브가 긍정적인 사람이 있고 부정적인 사람도 있다. 김군과 이양의 경우가 대조적 사례가 될 수 있다. 부정적 내러티브 징후가 강하다면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회피적, 피동적 인간관계 해석에만 머물 확률이 커진다.

윌슨 교수는 글쓰기 요법을 추천한다. 고난과 충격을 겪었을 때 사람들은 재빨리 잊어버리거나 회피하기만 한다. 그래서 문제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알지 못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바로 이때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찬찬히 글을 써보라는 것이다. 글쓰기 요법은 사건의 의미를 재해석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매일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과 그 이유를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는 행복의 중대 변수다. 진짜 최악의 상황은 자신에게 벌어진 나쁜 일의 본질 또는 그 일이 일어나게 된 이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불확실하고도 애매모호하게 지내는 것이다. 명백한 자기도피고 책임회피다.

신간 ‘스토리’는 어쩌면 낙관주의자의 인생 편집력을 암시한다. 안락의자에 앉아 긍정적 마인드만 갖추면 만사가 편안해진다는 허황된 긍정성 계발서가 아니다.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하는 낙관적 행동방식에 관한 전략적 실천서다. 행복은 운이 아니라 편집력이다.

성공으로 가는 길 스스로 써내려가라

기차는 시골역에 잠시 정차해 삶을 뒤돌아보고 다시 달린다. 어떤 스토리가 담긴 선로를 달릴 것인가.





주간동아 839호 (p45~45)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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