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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오은의 vitamin 詩

누군가 갑자기 옆구리를 찌른다

누군가 갑자기 옆구리를 찌른다

누군가 갑자기 옆구리를 찌른다
악!

고대인들은 놀라움이나 두려운 마음을 표현할 때

새의 우는 모습을 관찰했다

그 내면에 관한 기록이 비명(悲鳴)에 남아 있다

꼬리가 긴 새를 조(鳥)라 하고 꼬리가 짧은 새를 추라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고 현관문을 열자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검은 개 한 마리가 불쑥 집 안으로 뛰어들어왔을 때

악! 하며 아내의 몸을 빠져나간 외마디

마지막 숨이 끊어질 때의 고통을 단말마(斷末摩)라 한다

시인들은 자신의 품에서 이 악!과 자주 마주치곤 했다는데

군대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리에서

어둠 속으로 한번 날아간 새는 눈동자를 되돌려

자신의 둥지를 돌아보지 않더란다

입은 목숨과 연관된 최초의 내장기관이다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채 비명(非命)에 간 새를

나는 안쓰럽게 지켜본 일이 없다

내 안의 마음이 그들을 따라 날아가본 적이 없다는 말인데

그날 이후 검은 개에게 나는 아내를 빼앗겼다

그날 이전의 아내와 그날 이후의 아내를 나는 악!이라는 새로 구분한다

― 최승철 ‘갑을 시티’(문예중앙, 2012)에서

누군가 갑자기 옆구리를 찌른다

나는 자주 놀란다. 헉, 흠칫, 깜짝, 화들짝. 정말이지 부단히 놀란다. 마음이 진정될 즈음에 또다시 놀라는 식이다. 그래서인지 몸은 잔뜩 경직돼 있다. 항상 긴장하는 몸. 가만있을 때조차 행여 저쪽에서 실바람이라도 불어올까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다 누가 뒤에서 어깨라도 건드릴라치면 나는 펄쩍 뛰고야 만다. “악!”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외부 접촉에 민감하다는 걸 깨달은 뒤로 나는 움츠린 채로 다니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그게 최선의 방어였던 셈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나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놀라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나도 있었지만, 놀래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날부터 쫓고 쫓기는 혈투를 시작했다. 거의 “우는 모습”으로 귀가하는 날이 늘어났다.

눈치 빠른 친구들은 용케도 “불쑥”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 민첩성은 자못 놀라울 지경이었다. 나는 거의 무방비 상태에서 신체 부위를 내줘야만 했다. 그때의 “내면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다면 아마도 엄청 우울할 것임이 틀림없다. “이 악!”은 잊을 만하면 나를 찾아와 벌벌 떨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어느 날이었다. 그날따라 유독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운동장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던” 나는 여느 때처럼 친구의 습격을 받았다. 힘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외마디” 비명이 나오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참다 못해 그만 버럭 화를 내버렸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라 나도 어안이 벙벙했다. 친구는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날 이전의” 우리와 “그날 이후의” 우리는 확연히 달랐다. 서먹해진 것이다.

며칠이 흘렀다. 수업이 끝나고 교문을 나서는데, 누가 갑자기 어깨동무를 해왔다.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옆을 보니 그 친구였다. 친구는 웃고 있었다. 마치 그사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그것뿐이었다. 그저 그것으로 족했다. 약간의 너스레와 수줍은 눈빛, 호탕한 너털웃음만 있으면 됐다. 콜라를 사서 나눠 마시면 “내 안의 마음”까지 다 전달되던 시절이었다. 그토록 투명하던 시절이었다.

누군가 갑자기 옆구리를 찌른다
“현관문을 열” 때, 나는 아직도 두근거린다. 문 뒤로 꼭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다. 눈이 반짝이고 귀가 번쩍 뜨인다. 목구멍으로 침이 꼴깍 넘어간다. 그리고 도처의 “품에서” 튀어나오는 짓궂은 “악!”. 언젠가 내게도 그 악이 노래(樂)처럼 들릴 날이 있을 테지. 누군가 갑자기 옆구리를 찌른다. 가전제품의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내 몸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하늘이 샛노랗다. 머리가 핑 돈다. 이 악은 약처럼 쓰다.

*오은 1982년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졸업. 2002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으로 ‘호텔 타셀의 돼지들’이 있음.



주간동아 835호 (p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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